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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로 VOLO Sep 19. 2017

직접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Hola Camino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 라는 곳을 들어보셨나요?


누군가에게는 꼭 한번쯤 이 길을 끝에서 끝까지 거닐어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들 합니다. 아마 흔히 말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것이겠지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이리저리 일에 치이고, 또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당신에게 권하는 길. 이 곳은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 입니다.  여행기록앱 VOLO 볼로에도 어김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걷고 또 걸었던 그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를 준비를 하고 계시다면, leeeilhwa 님의 '올라 까미노' 그 기록을 살펴보는 것도 여행을 시작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 leeeilhwa

산티아고 순례길 # Day 1


몇 달에 걸쳐 하나 둘 준비물도 구입하고 예행연습 삼아 트레킹도 다녀왔는데 이제와서 떨린다. 내일 아침 일찍 보르도로 떠나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오늘은 일단 리버풀로 이동. 생장 도착. 순례자 사무실에 들러 크레덴샬을 발급받고 알베르게 체크인. 이 길이 나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줄 것인지,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그 변화를 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모든 것이 지금은 궁금하기만 하다. 

저녁 내내 내리는 비에 긴장됐던지 또 한숨도 못이루고 1유로 동전이 없어 (눈 뜨자마자 나의 일과인) 커피 마시기도 뒤로 미룬채, 깜깜한 이른 새벽, 나의 까미노가 드디어 시작됐다. 우리도, 오늘 함께 걷는 이들도 럭키한지 걱정이 무색하게 하늘은 비구름 하나 없이 새파랗게 아름다웠고 햇살을 품은 피레네 산맥은 초록으로 한껏 빛났다. 



ⓒ leeeilhwa

산티아고 순례길 # Day 2


어제에 비해 짧은 거리, 덜 가파른 오르막길,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중간 거쳐가는 자그마한 마을 구경 덕에 확실히 덜 힘들었지만 그래도 만만히 보면 안되는 내리막길. 짝꿍과 나 모두 발목과 허리, 골반까지 고생 많았다. 

오늘의 목적지인 주비리에 도착. 알베르게에 체크인 후 샤워&빨래하고 나와서 살피니 발목 보호대를 차고 있던 오른쪽 발에 땀띠가 잔뜩 나있다. 땀배출과 통풍이 잘 안되는 보호대라니, 아무래도 내일 쉬어갈 도시 팜플로나에서 하나 새로 장만해야할 것 같다.  
어제 오후&저녁 일정에서 느낀 바(오는 잠을 마다하지 말 것, 굳이 *저녁*을 거하게 먹지 말 것)를 토대로 점저 삼아 펠레그리노 정식을 먹고 누워서 쉰다. 




산티아고 순례길 # Day 3


걷고 걷고 걷다가 자연 폭포 앞에서 잠시 쉬며 초콜릿과 귤로 아침을 대강 떼우고 다시 힘내서 걷는데... 맙소사, 딱 2분 거리에 주리아인 마을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입구에 자리한 작은 식당 La Parada de Zuriain.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시금치 오믈렛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발목 보호대도 잠시 풀어 땀을 식힌다. 후, 이제 12km 남았다! 

벤치에 앉아 발을 주무르며 쉬고 있는데 지나가던 주민 분이 팜플로나 1km 남짓 남았다며 힘을 주고 가신다. 아기자기 올드타운도 멋지다. 알베르게를 찾아 걷는데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마을이 예뻐서인지, 3일째 여정을 잘 마쳤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내일은 쉬어가는 날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 leeeilhwa

첫 경험이다. 호텔방도 아니고 호스텔 부엌에서 끓여 먹는 라면. 누가 헛기침이라도 하면 괜히 매운 냄새 때문 아닌가 조마조마하다가도, 콧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맛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VOLO'S TIP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담고 있다는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 이 길은 무려 천 년의 세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역사 깊은 길입니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바로 '산티아고' 이지요.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 바로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로 향하는 길이라고 하네요. 




남프랑스 국경마을 생 장 피데 포르를 시작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고 넘어 순례길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길은 무려 800km 나 됩니다. 8km도 아니고, 80km도 아니고, 800km라니. 사실 이렇게 오랜 길을 걷다 보면 잘 곳은 제대로 구할 수 있을까, 끼니는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지요.



ⓒ leeeilhwa

하지만 너무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곳곳에는 방향을 표시해주는 안내 표식들이 있고, 또 순례길 중간중간에 자리잡은 마을에서는 하루종일 걷다보면 '더할나위 없이' 포근하게 느껴질 침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너무 먹고 싶었던 라면을 끓여먹으며 허기를 달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의 걸음을 VOLO 볼로에 기록하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순례길의 여정을 더해줍니다. 

이 길고 긴 순례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이유. 특정 종교도, 어떠한 이유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올라도 걷다보면 의미를 찾게 될 수 있을 테니까요. 



ⓒ leeeilhwa

산티아고 순례길 # Day 4


산티아고 순례길, 4일째. 오늘은 쉬어가는 날이다. 19일치 여정을 기차로 한번에 이동하는 날이다. 알베르게에서 나와 기차역까지 2km 남짓한 길을 걷는데 비가 오니 20km처럼 느껴진다. 지난 3일간의 날씨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우리의 길에 햇살이 비춰주길. 




산티아고 순례길 # Day 5


다섯시 반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깬다. 밤새 오른 발의 땀띠가 발진처럼 올라와 간지러워서 한번, 꽁꽁 맨 침낭이 더워서 두번 깼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한시간 정도 걷다보니 막 문을 여는 카페가 보인다. 따뜻한 커피와 머핀으로 빈 속을 달래고 다시 걷기 시작, 화덕에 구운 맛있는 빵을 파는 가게가 있는 카카벨로스로 향한다. 

9.5km가 너무 길다. 걸어도 걸어도 마을이 나타나지 않는다. 짝꿍도 지쳤는지 '목적지 전 마을을 만나지 않은 루트로 걷는 것 같다. 우리 이미 10km 정도 걸은 것 같다!'는 (금지된) 희망고문 발언을 한다. 하지만 그 마을은 있었다. 문제의 바로 전 마을인 페레헤 그늘에서 짝꿍이 이고지고온 달콤한 쪽쪽이 커피를 하나씩 마시고 조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 leeeilhwa

산티아고 순례길 # Day 6


어제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때면 아파오는 오른쪽 무릎이 걱정된다. 속도가 하루만에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아픔을 견디며 계속 걷다보니 갑자기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내가 대체 왜 이 길을 걷고있는지 의문이 들어서가 아니다. 딱히 종교도 없는 내가 묘한 순간 기도를 하면서 걷고 있는 거다.

모든 가족 친지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같은 기도로 시작해, 귀국 후 짝꿍이 스스로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는 직장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일할 수 있었으면, 내 동생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으면, 같은 기도로 이어진다. 


나를 기도하게 만들다니, 
이 길 뭔가 있긴 있다. 










7일차, 그리고 마침내 순례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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