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와 함께 했던 2021년 여름 휴가-1편
'이번 휴가는 어떻게 하지?'
아내가 저에게 휴가 2주전에 물어봤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들이 바다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바다쪽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코시국이 터지기 전 재작년에 제주도 휴가가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작년에도 동해의 어떤 비공식 해변에서 프라이빗하게 놀았던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수심이 얕고, 사람이 적을 만한 마이너급 해변'을 찾아 아내에게 제안을 한 것이 '남애해변'이었습니다. 여기서 바다 앞의 숙박지를 잡아서 4일을 실컷 놀고, 나머지 1일은 집에 돌아가는 경로상에 횡성의 루지체험장으로 마무리를 하는 5일(월~금)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숙박도 남애해변 바다앞의 민박집과 횡성의 무인텔까지 예약이 성공적으로 잘 되어서 마음을 놓고 있었습니다.
타이슨이 이런말을 했었지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저는 남애해변의 날씨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실시간으로 주간 예보를 확인하며,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만 유심히 살폈습니다. 비 맞으면서 놀면 아이들이 감기 걸리기 쉽상이었기 때문이었죠. 날씨는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놀아볼만한 날씨였습니다. 목적지 근처에 오니 햇빛이 짱짱해져서 안심을 했는데...'바다'라는 특성을 생각하지 못한 치명적인 변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파도였습니다. 태풍은 소멸되었지만 그 여파로 너울성 거대 파도가 무섭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그 몰아쳐오는 파도에 '쳐맞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ㅠㅠ
민박집에 도착하니, 인상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시어머니(주인 할머니라고 할게요.)께서 반겨 주었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아이고, 날을 잘못잡았다야...'라고 안타깝게 말씀 하시더군요. (어휴... 그러게요...ㅠㅠ) 민박집 첫인상의 느낌이 마치 본가나 처가의 시골집에 온 익숙하고 편한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민박집은 넓은 마당이 있어서 주차도 용이했습니다. 그리고 한켠에는 그늘막이 있는 평상도 있어, 여기서 고기도 구워먹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차량은 최대... 낑겨서 주차하면 6~7대정도 주차할 수 있을것 같더군요. 하지만 편의를 위한 권장 대수는 4대 정도 일것 같습니다.
일단, 파도 문제는 뒤로하고 숙소에 짐을 푼 뒤에 옥상에 올라가서 XC60과 전체적인 풍광을 담기로 합니다. 뭐 못노는건 못노는거고, 저의 볼보 사진 찍기는 찍어야 할거 아니겠으요. ㅎㅎㅎ 사진상으로는 바다가 아름답게 나오는데, 다 사진 보정빨입니다. 멀리서 봐서 느낌이 안오는데요, 파도가 을마나 강력했는지는 나중에 다시 따로 얘기할게요. 일단 민박집 숙박객은 우리 가족뿐이라서 XC60 독사진과 남애해변의 풍광이 므찌게 잘 잡힙니다.
아이들도 일단 넓은 옥상에 올라와서 뛰어 놀았습니다. 이런게 민박집의 매력인거 같습니다. 마치 시골집 온거 같은 느낌이요. 저도 예전에 외가에 도착하면 항상 옥상에 먼저 올라가 놀곤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일단 올라가고 보는 거죠. 예전 추억이 생각나더군요. 아이들, 저, 아내 모두 바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슈트까지 입고 왔는데... 어휴... 제일 실망이 큰 사람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 파도가 살인적임에도 놀겠다고 떼를 쓰더군요. 아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주며, 내일 상황을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당장 놀고 싶은 그 마음 이해가 되었지요... 그리고 타이밍 좋게 마을 방송이 도와주더군요. '태풍의 여파로 파도가 높아 해수욕장은 임시 폐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이 또 이런 공지사항의 규칙은 잘 지키는 편입니다. ㅎㅎ 사진만 보면 참 좋아 보이네요. 어휴....
민박집의 방은 흔한 원룸의 숙박구조입니다. 방안의 싱크대와 부루스타로 취사가 가능하구요, 기본적인 식기류가 구비 되어있습니다. 냉장고, 에어컨, TV가 있구요, 화장실에 샤워기가 있습니다. 전체 숙박실은 5개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나름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숙박실이 2개 나머지는 바다가 안보이는 숙박실의 복불복 리조트형 구조? 였습니다.ㅎㅎ 우리가족은 당연히 오션뷰였죠. 아들은 못내 아쉬운지 바다를 자꾸만 보더군요 ㅠㅠ. 딸은 식사준비를 하는 엄마를 돕는다고 싱크대 옆에서 조물조물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남애항 왕복코스로 산책을 하려했는데, 딸은 나가기 싫다고 하고 아들은 저와 함께 했습니다. 해변이라도 걸으려고 했는데, 아얘 접근 금지 팻말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네요... 저기 모래사장 보면 젖어있는 부분에 물이 들어와있는거 보이시죠? 최대로 밀려들어올때는 저기까지 밀려들어오더군요. 덜덜덜...
갈매기들은 파도에 상관없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아들도 산책을 안하려고 했지만, '편의점 챤스'로 꼬셔서 나오게 한거라서...ㅎㅎ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사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자고 했습니다.
남애항 쪽으로 가다보면, 바위가 뷰가 멋지게 나오는 구간이 있더군요.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인지를 시켜준후에 주의해서 올라가 봤습니다. 뷰는 정말 기막히게 좋더군요. 파도만 높지 않다면 여기서도 잘 놀 수 있을 만한 포인트 지점인듯 했습니다.
남애항의 모습입니다. 방파제 덕분에 항구는 잔잔한 수면입니다. 많은 어선들이 고기 잡이를 못나가고 정박해있었습니다. 코시국이라서 그런지 항구근처 수산시장이나, 횟집, 음식점 등등이 한산하더군요.
남애항의 극과극 바깥쪽 방파제 모습입니다. 앞의 사진만으로는 파도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안느껴지는데요 실제로는 보면, 파도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강력한지...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방파제길까지 흔하게 쳐들어 오고 심지어는 방파제를 모두 뒤엎을 정도로 거대하게 몰아치더군요.
남애항에 있는 편의점에서 새우깡과 아들의 간식을 사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를 봤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보면 먼저 '야옹~'하면서 손을 내밀어 인사하며 접근을 시도합니다. 여기서 개냥이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되죠. 이 야옹이는 '친절한 고영희씨'였네요. 손을 내밀어 야옹하니 이 아이도 야옹~(닝겐 방가워, 나 먹을것좀...) 하면서 다가오더군요. 고양이 특유의 사람 다리에 몸을 부비부비도 하구요. 아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개냥이라면서 좋아하더군요. 저렇게 만져도 별다른 저항이 없습니다.
줄건 새우깡 밖에 없서서 새우깡을 잘게 잘라주니 먹더라구요. 잘 못먹어서 그런지, 약간 말라 보이더군요. 그래도 나트륨 중독의 돼냥이는 아닌듯하여 오히려 건강한거 같기도 하구요. 아들이 고양이와 놀 수 있게 시간을 잠시 주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새우깡을 주면서 놀다가 야옹~ 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혹시 따라오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고양이라서 그런지 쿨하게 자기 갈길 가더군요. 아마 댕댕이였으면 졸졸졸 따라왔을 겁니다. ㅎㅎㅎ
남애항으로 갈때 보았던 갈매기로 '새우깡쑈'를 하려고 했는데, 동해의 갈메기는 부산 갈매기와 달리 경계심이 강하더군요. 부산 갈매기(특히 해운대)는 손에 새우깡을 들고 팔을 올리고 있으면 알아서 공중 스틸을 하는 새우깡쑈를 보여줄 수 있는데 말이죠. 동해 갈매기들이 안보는 것 같으면서도 소리와 행동으로 다 보더라구요. 새우깡으로 흔들면서 오라고 할때는 안오고, 새우깡을 힘차게 던져주니까 멀리 쉬고 있던 갈매기 중에 용감한 몇몇놈이 조심스럽게 와서 먹더군요. 그걸 본 다른 무리들이 점점 몰려 오더라구요. 이 장면을 찍을대까지 떡밥을 얼마나 던져댔는지..ㅎㅎ 저게 정말 가까이 온겁니다. 까칠하고 도도한 동해 갈매기군요. 아들은 재미를 붙였는지, 자기도 한입 먹고 갈매기한테도 던져주고를 반복하며 한봉지를 금새 비웠습니다. 야! 동생꺼는 남겨놔야지!! 라고 했을때는 이미 몇개 밖에 없었;;; 아들도 산책하며 고양이와 놀고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기분이 좀 풀린것 같더라구요.
갈매기에게 자비를 베푼 후, 동네길을 따라 복귀하면서 이런저런 풍경들을 담았습니다. 동해는 이런 민박집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냥 이런 느낌들이 좋더라구요.
포스가 남다른 향나무가 있는 동해마을의 한 풍경. 아들과 비교했을때 향나무의 크기가 상당합니다. 수령이 꽤 있어보이는 향나무인듯 하네요. 저의 친가 시골에도 저와 함께 자란 향나무가 있었는데 말이죠. 어른이 되어서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었던 향나무였습니다.
한 동안 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이번에는 우리 가족들이 저녁산책을 나왔습니다. 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며 바다를 보며 산책을 하는 것도 나름 운치있더라구요~ 파도는 역시 해변 깊게까지 쳐들어옵니다. 쓰나미의 나노축소판을 보는 느낌도 들구요.
남애해변 중에서 일부 출입이 가능했던 해변 산책로는 나무 데크길도 만들어져 있고, 이렇게 인별그램용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나와서 벤치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한가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계시더군요.
저녁 산책을 마치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볼킷 XC60을 찍었습니다. 북적이지 않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이런 분위기가 참 좋더군요. 동해 해변마다 번화가 해변은 나름의 활기가 있고, 조용한 해변은 나름의 운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휴가의 첫번째 날이 저물어 갔습니다. 물놀이는 못했지만 나름 남애 동네를 관광하며 즐겁게 보냈지만....
하루 지나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거센 파도는 잠잠 해질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동해 기상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당일포함 약 3일동안 파도가 위험수준이 유지될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정보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동해의 4일 계획은 완전 엉망이 될 위기였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자고 있을때 아내와 긴급 대책 회의를 했습니다. 숙박 예약도 모두 틀어지게 되고, 휴가 프로그램도 다시 조정해야했습니다. 대책은 이랬습니다. 일단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께, 3박을 얘기했지만, 1박만 가능한지 양해를 구하고, 이게 가능하다면, 횡성일정을 당겨서 루지체험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무인텔 예약일정으로 조정해서 1박을 하고, 다음날은 횡성의 수심이 어느정도 깊은 계곡으로 1일정도 보낸후 다시 무인텔에서 1박을하는... 횡성에서 2박을 보내고, 다시 파도가 잠잠해질것으로 예상되는 3일째에 동해해변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자는 것이 계획의 주요 흐름이었습니다. 강원도를 이리저리 110km이상 횡단하지만, 최선의 대안은 이것 뿐이었습니다.
이 휴가에서 계획의 가장 중요한 보고 대상자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은 휴가 2주전 부터 동해의 파도에서 보트를 타고 보트위에서 파쿠르 다이빙을 하겠다는 랩을 몇번이고 반복하며 기대를 크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다음날 아침에 아들이 일어나면 계획을 브리핑하고 이해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