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상당히 기분이 언짢은 상태이면서도 단호한 억양으로 나에게 말했습니다. 차에 큰 문제가 있었냐구요? 아니요... 16년 된 준중형 세단은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차는 그냥 '이동 수단','탈 것'이고, '우리는 차를 안 사는 것이지, 못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아내와 저의 차에 대한 생각의 동기화 상태였습니다. 가족모임에서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죠...
처가에 경사가 있어서 가족모임이 있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가족 중에 웃어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OO아(아내 이름을 부르며) 그 똥차는 언제 바꿀 거야? 사는 게 힘들어?"
물론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었고, 전혀 악의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말씀하셨던 것이라 당시 상황은 못 봤지만, 평소에 우리를 잘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는 분이셨고,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편하게 농담을 던지는(친구들끼리도 막말하면서 우정을 과시하는 것 처럼요..ㅎㅎ)악의는 전혀 없는 지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나... 아내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봅니다. 내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아내가 "그 말"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웃어른께서는 제가 오자 "아차 실수했구나" 하시는 표정으로 당황하시면서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하시는 순간 웃어른의 마음이 편하실 수 있게, 먼저 제가 말을 가로채며 아내에게 큰소리로 웃으면서 '아니 왜 그래 ㅎㅎ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ㅎㅎㅎ' 라고 말하며 그 상황을 넘겼습니다. 네 실제로도 저는 크게 기분이 나쁘거나 자존감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난 차를 못사는게 아니라 안사는 거니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아내는 '그 말'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있었나 봅니다. 집에 귀가 후 며칠 안되어서 차를 사자고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보통 차는 남자 쪽에서 막 사려고 하고 아내 쪽이 반대하는 그런 구도인데, 먼저 차를 사자고 하니, 좀 반대지요? ㅎㅎ 저는 '아니 왜 아직 차 잘 굴러가고 탈만한데...'라고 하니까 '아니야! 이제는 바꿔야 할 때야!'라고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네, 뭐 차를 오래 타긴 했었고, 종종 짐을 실을 때 좁은 공간은 불편을 느끼긴 했던 차라 저도 이후 별다른 이견 없이 동의를 했습니다.
저는 원래 예전부터 사고 싶은 차가 있긴 했습니다. 바로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 C4"였죠. 이유는 7인승이라서 우리 4식구 + 친가, 처가의 어르신들이 타시는 상황에 유용할 것 같았고, 차의 크기도 7인승 대비 그렇게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도 용이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평시에는 3열은 접어서 짐칸으로 쓰면 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단은 이제 그만타고 싶었죠.
그랜드 피카소 후속 모델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잘빠졌습니다. (출처:https://www.citroen-kr.com/)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 실내. 7인승이면서도 크기는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매력적. (출처:https://www.citroen-kr.com/)
그래서 저는 "이제 그럼 그랜드 피까소 사면 되겠네!"라고 얘기했습니다. (지금은 단종되고 현재는 스페이스 투어러가 대체 모델이더군요)
그러나 아내는 그랜드 피카소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디젤차라는 이유였습니다. 차를 사자고 저에게 말을 하기 전에 나름 차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았습니다. 디젤차는 오래 타면 관리가 힘들고 고장율이 높다는 이유였죠. 저는 작은 좌절을 했고... 그래서 일단 디젤계열의 SUV는 거르고 후보안들을 물색했습니다. 아내는 지금의 차를 바꿀 수 있기만 하면 되고, 개솔린 차면 OK였습니다. 아내는 명장님의 유튭을 봤는지, 스포티지가 차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스포티지도 후보안으로 올리고, 저는 최대 예산 5000만원+@ 한도선에서 국내외 브랜드의 차량을 알아봤습니다. 스포티지를 포함BMW X1, 벤츠GLB, 볼보 XC40이 후보에 올라왔습니다. 이 후보안을 바탕으로 주말에 차를 보러 갔습니다. 스포티지는 별다른 감흥이 없이 무덤덤했고, BMW X1은 전시장에 차량이 없어서 X2로 봤는데, X2은 스포츠 콘셉트라 X1과는 달라 보는 것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또한 딜러의 태도를 포함하여 전시장의 경험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벤츠 GLB는 당시 출시 예정이어서 예약만 받고 있었고 전시장에서 확인해볼 수는 없었죠...
Volvo XC40의 멋진 옆태 (출처 https://www.volvocars.com/)
XC40의 RD의 실내. 인스크립션은 이보다 더 고급지죠. (출처:https://www.volvocars.com/)
볼보에서 저는 "볼통사고"를 당하게 될지 모르고 전시장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볼보 XC40을 온라인상에서 봤을 때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실제로 보니 더욱 멋졌습니다. 그리고 딜러님의 볼보의 안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비롯해서 차량의 빠방한 사운드 옵션과 주행 안전 옵션들을 보여주면서 저를 확 그냥 막 그냥 홀리게 만들었죠. 그중에 '어라운드(360도) 뷰 기본 탑재"는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결심을 하게 만듭니다. 아내도 같이 운전할 차였기 때문에 운전이 미숙한 아내에게 어라운드 뷰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제 표정을 보며 마음을 읽었는지 저한테 '아주 그냥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네!!'라고 말했습니다.
XC40의 RD의 실내. 인스크립션은 이보다 더 고급지죠. (출처:https://www.volvocars.com/)
XC40은 아내가 운전하기에도 적당한 크기였습니다. (출처:https://www.volvocars.com/)
딜러님은 분위기를 간파하고볼보의 안전 철학을 영업 전략으로 잡아서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고 안전과 관련한 차량 장점을 유수와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XC40을 사고 싶었기에, 아내가 혹여 예산 초과라고 반대할까 봐 딜러님의 안전 얘기를 맞장구치듯이 혼잣말이지만, 아내도 들리게 '그래 맞아! 안전이 최고지!!'라고 하며 리액션을 때렸습니다. 아내도 이차가 마음에 들기는 했나 봅니다. 그러나... 대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는 딜러님의 말은 갑분싸였죠.... 그래도 차가 디자인, 옵션들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안전한 차라 생각했기에, 기나긴 대기 기간을 감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당시 기존 차량도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XC40을 계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볼보와 인연을 맺기 위한 험난한 가시밭길의 시작임을 저는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