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이의 우당탕 U.S. 적응기>

너에게는 place 나에게는 home?

by 재미나이




tempImageuDeDAc.heic Everyone knew my name. No one knew me.-모두가 내 이름은 알았지만, 정작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1화. 초대의 착각: 너는 place 나는 home


이곳 미국에서 '친구'의 정의는 참으로 넓고 관대했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고 친구 하나 없이 몹시 외로웠던 나는, 한국에서 커튼을 부여잡고 함께 토하며 밤새 고민을 듣고 울어주던 그 친구들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들을 보냈다.

그즈음, 곱슬머리에 귀여운 둥근 얼굴을 한 백인 친구 한 명을 알게 되었다.

다른 백인 아이들보다 내게 먼저 다가와 인사도 잘해주고 점심도 가끔 같이 먹으며,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정확히는 "Hey, Jamini! Come to my place!"였다.

한국 정서상, '내 집(My home)'까지 초대한다는 건 그야말로 '영혼을 공유할 만큼' 무지 친한 사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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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쟤가 나를 정말 친하게 보는구나! 드디어 미국에서 진정한 베프를 만나는 건가?!'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place'를 찾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거기엔 시쳇말로 '개나 소나 다'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부터, 한두 번 인사만 나눈 사람까지. 심지어 다들 서로 친하지도 않은데,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듯 친한 척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관계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Hey, Jamini! Is that you?!"


오 맙소사. 뭐야 저 키 큰 흑인! 나를 언제 봤다고 저리도 친한 척이야?

저번엔 힐끔 보고 도망가더니.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지?

그냥 '아시아인 여자애'로만 아는 거 아니었냐? 왜 갑자기 친한 척이지?

돈 빌리려는 건 아니겠지?


이들의 "Let's hang out at my place!"와 "How are you?"는, 그저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공수표'에 불과했다. 결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그저 '안녕'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국 애들이 'home'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들이 태어난 고향이나 자란 곳, 부모님이 계신 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이 어디이든 home이지만 미국 아이들에게 home은 장소의 개념보다는 추상적인 어떤 '고향'같은 의미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머무는 곳을 이야기할 때는 주로 'my place'라고 이야기했다. 또 'house'는 집 건물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친구' 목록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느끼는 고립감. 한국에서 친구에게 기대했던 '무조건적인 지지'나 '밤샘 술자리 토크'는 여기서는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깨달음이었다.





나는 친구를 기대했고, 그들은 친분을 연기했다. 환한 미소와 가벼운 안부 뒤에 숨겨진 그들의 거리는, 한국식 친밀함에 익숙했던 내게 낯선 풍경이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관계의 깊이가 아니라 관계의 넓이에 둘러싸여 외로웠다. 수많은 이름들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마음의 닻을 내릴 단 하나의 깊은 우정을 찾지 못하는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 여정은, '친구'라는 단어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나만의 관계도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