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alt-계산대에서 시작된 내면의 전쟁

For sale 인가 On sale인가?

by 재미나이

처음 월마트 매장에 들어섰을 때, 나는 미국의 풍요로움에 그만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단순히 물건의 많음이 아니라,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선택의 자유'가 주는 거대한 힘 같은 것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넓은 통로 양옆에 수천 종의 상품이 빼곡히 진열된 모습은 마치 작은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3리터짜리 콜라 페트병이 한 묶음에 5달러도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쌓여 있었고, 20파운드짜리 스낵 팩은 “가성비 끝판왕”을 외치듯 카트 선반 한가득을 채울 수 있도록 부피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한국 슈퍼에서 보던 진열대와는 차원이 다르네… 이건 불공평할 지경이다…”

라고 속으로 감탄하며, 고개가 저절로 위로 치솟는 천장 조명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수퍼사이즈 카트를 밀며…

이곳이 바로 ‘무한 선택의 천국’ 임을 내 심장까지 선명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천국은 때로 '선택의 강박'이라는 낯선 지옥문을 열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는 마침 필요한 책상을 구입하러 가구 코너로 향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유학생의 작은 방에 딱 맞는 마음에 드는 책상 하나를 발견했다.

기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일부 가구들 옆에 “50% 세일”이라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돈 없는 유학생에게 이보다 더 감사한 기회는 없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직원에게 달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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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this for sale?” (이거 판매 중인가요?)

직원은 나를 쳐다보더니 “Yes.”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활짝 웃으며 좋아하자, 직원은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아, 원래 미국 사람들은 저렇게 무표정한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벅찬 마음으로 책상을 들고 계산대에 갔다.

그런데 계산된 금액은 세일 가격이 아닌, 정가 그대로였다.

나는 당황하며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Isn’t it for sale?” (이거 판매용 아니었나요?)

직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Yes, it is.”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속으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가?' 하며 답답해졌다.

그럼 '세일' 인 거잖아! “Then give me 50% discount!” (그럼 50% 할인해주세요!)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Why?” (왜요?)


� 작은 영어 상식


� “Is this for sale?”은 단순히 “이거 판매 중인가요?”라는 뜻이에요. 할인 여부를 묻고 싶다면 꼭 “Is this on sale?”이라고 해야 합니다!


✔️ on sale = 할인 중 ✔️ for sale =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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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영어를 못해서 무시당하나, 혹은 돈을 가로채려는 건가 하는 ‘후진국적인 발상’까지 했다.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들이 돈을 가져가는 방식은 훨씬 더 합리적이고 시스템적이었다는 것을.나의 오해는, 내가 알던 세상의 ‘시스템’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감정적이었는지를 냉정하게 되짚어보게 했다.
미국의 시스템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스스로 속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시스템이 얼마나 정직하게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지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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