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세단에 ‘차박’을 구현한 브랜드
말이 필요 없는 광고 '세븐업'
"튼튼한 차를 만들어야겠어" 1924년 새로운 자동차를 고민하던 경제학자 가브리엘 손과 철강업체 SKF의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은 식사 중 가재를 먹다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 이 가재의 껍질이 얼마나 단단한지, 하나도 깨지지 않았죠. 그때 두 사람은 “가재처럼 튼튼한 차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합니다. 이후 3년 뒤 두 사람은 스웨덴의 철강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자동차 브랜드 '볼보'를 선보입니다.
그렇게 볼보가 탄생한 지 9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트럭부터 SUV, 왜건 등 다양한 자동차가 볼보의 손에서 탄생해왔죠. 지금은 SUV의 명가로 불리는 볼보지만 그 중심에는 늘 승용차 '세단'이 있었습니다. 볼보 역사의 시작부터 안전하고 튼튼한 자동차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함이라는 철학을 담은 볼보의 첫 차는 1927년 4월 등장했습니다. 4기통 엔진을 탑재한 오픈카 형태여서 ‘ÖV4(Öppen Vagen 4cylindar)’라는 이름이 붙었죠. 이 차는 물푸레나무와 너도밤나무로 프레임을 구성하고 그 위에 강판을 얹은 단단한 차량이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이 없었던 ÖV4는 추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죠.
이에 그해 여름, 볼보는 첫 세단인 PV4를 출시합니다. PV4는 ÖV4를 바탕으로 상품성을 높인 차로, 바디는 단열 목재 프레임으로 구성하고 인조 가죽을 덮었습니다. 특히 실내에는 세단 특유의 편안하고 안락함을 위해 시트를 2인용 침대로 전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차박, 차크닉을 훨씬 이전부터 즐기고 있었던 셈이죠. 이 차량은 ÖV4와 달리 큰 인기를 끌며 이듬해인 1928년 스페셜 버전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볼보는 60년대 중반까지 승용 모델인 PV 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합니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매끄러운 바디 스타일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1956년, 볼보는 보다 현대적인 스타일을 적용한 4도어 모델 P120을 출시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장점이 많아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아마존'이라고 불렸던 모델이죠.
이 차가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볼보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1957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큰 수입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볼보의 안전성을 상징하는 3점식 안전벨트를 도입하며 ‘아마존’에 처음으로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기도 했죠.
그러던 1971년 볼보는 충격적인 광고 한 편을 선보입니다. 자동차 7대를 쌓아올린 이른바 '세븐업' 광고였죠. 이 광고를 통해 '안전의 볼보'라는 이미지를 굳힌 볼보는 1974년 240/260시리즈를 출시합니다. 신차는 엄격한 안전 요건을 바탕으로 개발해 미국의 안전 개발용 표준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에서 '안전한 차=볼보'라는 인식이 확산돼 약 20년간 260시리즈와 합쳐 총 280만대 이상 판매됐습니다.
볼보의 세단은 계속해서 진화해왔습니다. 특히 1991년 볼보가 선보인 세단 850은 혁신 그 자체였죠. 850은 브랜드 최초의 전륜구동 세단이었습니다. 또 델타 링크 리어 액슬로 주행 안락성을 강조했으며 자동 조절식 앞좌석 안전벨트와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으로 안전성도 더했습니다. 신기술을 대거 적용한 850은 수많은 상을 휩쓸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리고 1996년 새로운 볼보의 모델 S70이 등장했습니다. S70은 850을 기반으로 제작한 차량으로 이전보다 살짝 부드러워진 디자인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각진 스타일을 유지했죠. 각을 강조한 볼보의 디자인은 2000년대에 들어오며 변화합니다. 조금씩 부드러워진 것이죠.
지금의 볼보 세단은 어떤 모습일까요? 볼보의 중형 세단 S60을 살펴보면 기존보다 곡선이 더 강조하며 세단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부터 이어져온 볼보의 각진 그릴이 그대로 남아있어 그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죠.
튼튼한 자동차라는 볼보의 사명도 이어졌습니다. 플래그십 모델과 동일한 수준의 첨단 안전 시스템인 '인텔리 세이프'를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신 모델의 경우 세계 최초 기술 중 하나인 시티 세이프티의 경우 조향 기능을 추가해 더 업그레이드 된 사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90을 통해서는 롱휠베이스를 기본으로 가솔린 엔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함께 담을 수 있는 플랫폼 SPA를 사용한 모델을 선보였죠.
SUV와 왜건 그리고 세단까지. 어느 순간에도 안전한 차를 만들고자 하는 볼보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볼보의 세단도 정숙함을 더 살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동화 시대, 2030년까지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볼보의 세단과 새로운 차량들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