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차를 산다고 했다. 가족을 위한 첫 차였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의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경우의 선택지는 사실 정해져 있다. 이미 마음 속에 답을 정해두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나는 원하는 장르가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이도 있고 하니 SUV가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다분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자동차를 사는 마음은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다.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가 자동차다. 감가는 사는 순간 시작된다. 샀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홀랑 팔아버릴 수도 없다. 가능하다 해도 절차가 복잡하다. 챙겨야 할 상식도 많이 있다. 가능하다 해도 손해가 막심하다. 그걸 다 고려하고 여러 대의 차를 번갈아 타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신중하게 사서 오래 타는 편이 좋다. 그게 가장 경제적인 소비다.
그러니 ‘대세’에 의지하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사는 장르와 브랜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데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면 가격 방어력도 올라간다. 볼보가 만드는 SUV들은 그런 맥락에서 거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만능 열쇠일 것이다. 원하는 크기와 필요에 따라 XC40과 XC60 중에서 고르면 후회할 일이 거의 없다. 전기차를 원한다면 C40이나 XC40 리차지를 사면 되고,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리차지 모델 중 PHEV를 고르면 된다. 세단을 원한다면 S90과 S60이 듬직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에서 가장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델들이 아직 남아있다. 차를 좀 아는 사람들, 라이프스타일에 진심인 사람들, 자동차 저널리스트나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가장 갖고 싶은 모델 사이에 꼭 들어가는 볼보 라인업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장르로는 ‘왜건’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볼보에서는 이들을 ‘크로스컨트리’라고 부른다. 한국은 ‘왜건의 무덤’이라고? 그런 소리는 이제 과거가 되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여러모로 매혹적이다. 세단보다 높은 지상고에서 오는 다재다능함, 세단만큼 정숙한 품위에 SUV만큼 껑충하지는 않은 균형감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공간감은 SUV와 다를 바 없는데 시팅 포지션은 세단만큼 안정적이다. XC60의 트렁크 적재용량이 483리터다. 2열을 접으면 1,410리터까지 늘어난다. V60의 적재용량은 529리터다. 2열을 접으면 1,441리터까지 늘어난다. 볼보 라인업 중에서도 크로스컨트리의 적재 공간이 살짝 큰 셈이다. 공간을 생각해서 SUV를 산다는 논리가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다. 진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면 크로스컨트리를 적극적으로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차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세단보다 살짝 높은 지상고에서 오는 안정감과 생각보다 역동적인 운전 감각을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전고는 SUV보다 한참 낮다. 자동차의 무게 중심은 낮으면 낮을수록 달리기에 유리하다. 지상고는 높고 전고는 낮으니까, 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는 채 세단처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해봐도 이렇게 또렷한 장점들을 단지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있을까? 자동차를 좀 아는 사람, 자동차를 여가에 적극 활용하는 사람, 선호하는 자동차에 대한 또렷한 기준과 취향이 있는 사람이 크로스컨트리를 좋아하는 마음이야말로 자연스럽다.
여기에 한 가지 기준을 더하고 싶다. 요즘의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꺾고 잘 멈추는 동시에 머무르기에 ‘좋은 공간’이어야 한다. 그야말로 ‘홈 어웨이 홈(Home away Home)’으로서의 가치가 점점 풍성해지는 흐름위에 있기 때문이다. 굳이 ‘차박’ 트렌드를 언급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이동할 때도, 멈춰있을 때도, 그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집 거실처럼 편안해야 한다.
거주성이야말로 볼보를 다른 모든 브랜드와 차별화 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언어의 단순함과 담백함은 스웨덴 브랜드 볼보의 독보적인 힘이다. 북유럽 가구는 질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오래 가고 질리지 않는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그런 매력이 볼보에 그대로 녹아있다. SK 텔레콤과의 협업으로 티맵과 누구(NUGU)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거부하기 힘든 장점이다. 티맵 내비게이션이 내장돼 있는 브랜드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 인터페이스는 아직 경험한 적이 없다.
바우어스 앤 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의 매력은 볼보의 거주성을 독보적인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 다양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끝내주는 사운드를 구현한 자동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볼보와 바우어스 앤 윌킨스가 지금 시대에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완성도는 정말이지 귀한 수준이다.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인스크립션 트림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유의 8할이 이 오디오 시스템 덕이다.
자동차를 사기 전에 미리 살펴야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용도와 예산은 기본이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와 판단에 대한 근거도 세세하게 챙겨 놓아야 한다. 설명이 길어지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대중적인 차를 선택해야 인정과 긍정 사이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라면 약간의 자유를 권하고 싶다. 오로지 자신의 취향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만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자동차는 오로지 출퇴근을 위해서 쓰는 경우라도 괜찮다. 지금 당장의 라이프스타일이 크로스컨트리에 어울리지 않아도 좋다. 자동차는 한 번 사서 오래오래 함께 하는 가족 같은 존재니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중의 미래를 꿈꾸며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살짝 더 넓은 일상의 경계선을 갖고 싶다면. 서울 근교를 달려 자연과 자주하는 주말을 꿈꾸고 있다면. 그럴 때 당신 곁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하고 있다면. 그럴 땐 한 차원 높은 공간감이 필요해질 것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거실 같은 편안함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볼보를 찾았다면 일단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도 좋겠다. 볼보가 만든 멋진 SUV와 세단 사이에서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면 그때부터는 또 조금 다른 차원의 인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성적으로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선택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멋진 자동차는 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기도 하니까. 볼보 크로스컨트리야말로 참 멋진 인생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글/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유튜브 더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