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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Nov 04. 2022

우리가 잘 몰랐던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주로 북극에 가까운 스웨덴의 차갑고 어두우면서 아름다운 풍광 속에 다양한 모델을 녹여내 보여주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왜 ‘스웨덴’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단지 스웨덴의 근사한 자연 풍경에 차를 두고 싶었던 걸까? 스웨덴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이러한 호기심은 어느새 나를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 공항에 내려놓았다.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잘은 몰라도 들어는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복지 국가’라는 것 말고 우리는 스웨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과 볼보자동차의 본진인 예테보리를 여행하며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진득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서 볼보자동차가 왜 ‘스웨덴’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행자에겐 살인적인 물가

   


스웨덴은 사실 여행자에게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무엇보다 외식비가 비싼 편이라 여행에 부담이 있다.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성인 남성 두 명이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식사하면 약 3만원, 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는 10만원 안팎으로 나왔다. 스웨덴은 노동조합이 잘 돼 있어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이 없다. 그래서 식당 근로자의 임금이 평균 시간당 2만원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대신 식료품 가격이 한국보다 싼 편이라 집에서 요리해 먹는 홈 파티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식료품점이 알맞게 들어서 있고, 대부분 하루 이틀 먹을 양 정도만 산다.




교통비 또한 비싸다. 시내 관광을 한다면 자동차는 애물단지다. 주차장에 꽤 인색하기 때문이다. 4성급 호텔조차 주차 요금은 별도다. 우리 일행은 하루에 30만원이 넘는 숙박료 이외에 일당 550크로나(약 7만원)를 추가로 내야 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직원이 말했다. “저희는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숙박객 중에는 차를 안 가져오는 이들도 있어 주차 요금은 따로 계산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습니다.” 맞는 말이긴 했다.




기름값도 비싸다.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10월 둘째 주 현재 스웨덴의 고급 휘발윳값은 리터당 3,032원, 자동차용 경윳값은 리터당 3,605원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렌터카를 빌렸다면, 기름은 채우고 반납하는 게 좋다. 귀국 후 렌터카 회사가 모자란 기름을 채워 넣은 수수료 25%와 부가세 25% 등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은 인보이스를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택시의 기본요금은 약 만원부터 시작한다. 차로 10분 거리를 가려면 약 4만원의 택시비를 예상하면 된다.




불법 주차 과태료는 600크로나(약 7만 7,000원)인데, 생각보다 잘 걸린다. 주차 단속 사업을 민영화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없지만,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에서는 혼잡세를 징수한다. 일주일 동안 두 도시를 오가며 400크로나(약 5만1,000원)의 혼잡세를 냈다. 과속 벌금은 2,000~4,000크로나(약 25만6,000원~51만2,000원)에 달해서인지 스웨덴에서 스포츠카를 잘 보지 못했다.




이 모든 정책이 가리키는 방향은 한 곳이다. 차를 도시로 끌고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도심 거주자는 주로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거리 곳곳마다 자전거 도로가 놓여 있고, 대중교통도 잘 돼 있다. 스톡홀름엔 툰넬바나라는 지하철이 다니고, 예테보리에는 트램이 명물이다. 특히, 예테보리의 트램 네트워크는 총 160㎞로 북유럽에서 가장 넓고, 트램 라인은 이미 1879년에 시작됐다. 구형 모델과 신형 모델이 뒤섞여 다니고 있어 예테보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한편, 북유럽에서 스웨덴의 물가가 가장 싼 편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여행 중에 들었다. 스웨덴의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1,055만 명으로 북유럽에서 가장 많아 그나마 물가가 낮은 편이라고 한다. 예테보리에서 만난 어떤 이는 그래도 스웨덴이 노르웨이나 덴마크보다 물가가 싸서 살기 좋다고 했다.




가족의 안전이 우선

   


스웨덴의 면적은 약 45만㎢로 대한민국의 약 5배에 달한다. 그런데 인구는 대한민국 5분의 1에 불과하다. 도시도 스톡홀름과 예테보리, 말뫼 정도다.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대자연이 펼쳐진다. 스웨덴은 숲과 물의 나라다. 영토의 약 63%가 삼림이고 농경지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서쪽으로는 북해, 동쪽엔 발트해가 펼쳐지면서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군도를 형성하는데 특히, 동해에만 2만 5,000개 이상의 섬이 있다. 내륙 곳곳에도 호수와 강, 운하가 매력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북유럽의 문학이나 영화를 보면 판타지 장르가 많다. 또한, 겨울이 길어 대체로 어둡고 춥다. 볼보자동차의 광고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다시 말해 긴 겨울 때문에 일 년의 반 정도는 운전하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둠 속에서 꽝꽝 언 길을 달려야 할 때가 많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전반에 안전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깔려 있다. 3점식 안전벨트, 안전성냥, 지퍼, 심박조율기, 보행기 등이 스웨덴에서 발명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국가의 복지 정책 덕분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 출산과 육아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합심해 배려한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유급 출산 휴가를 가장 많이 주기로 유명하다. 반드시 엄마가 휴가를 쓸 필요는 없다. 부부 중 한 명이 자녀 한 명당 480일의 유급 출산 휴가를 받는다. 기업 역시 이를 당연히 여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전업주부를 보기 어렵다.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자동차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전시관과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유독 여성 직원이 많았다.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여성 직원은 본인의 어머니도 볼보자동차 공장에서 30년 동안 일하고 은퇴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볼보자동차는 지난해 전 세계 4만 명 이상 모든 생산 및 사무직을 대상으로 24주간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족 유대강화(Family bond)’ 정책을 도입했다.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라면 성별에 상관없이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부모가 된 이후 3년 이내에 언제든 사용할 수고 해당 기간에는 기본급의 80%를 한도 제한 없이 보전 받는다는 내용이다. 볼보자동차의 이러한 정책은 지난 수십 년동안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에 관한 국가 법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18개월 정도 자라면 국가가 지원하는 유치원에 갈 수 있다. 스웨덴 인구의 90% 정도가 고등 교육을 받으며, 대학 등록금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그래서 전공이 적성에 안 맞으면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빨리 찾는 편이다. 그리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결혼하고 가족을 꾸린다. 기가 막힌 선순환이다.




가족에 대한 스웨덴의 이러한 배려심은 주강호 씨를 만나고 나서 더 알게 됐다. 스톡홀롬에서 20년째 한의원을 운영 중인 그를 만나 스웨덴에서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역시 자녀가 다섯 명이나 돼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이민왔다고 했다. 주강호 씨는 이곳이라면 마음 졸이지 않고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우며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또한 노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의 얼굴에서 근심은 잘 보이지 않았다.




새롭게 알게 된 스웨디시 럭셔리

   


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논쟁이 있었다. ‘정말로 스웨덴에서는 친구가 집에 놀러 와도 밥을 주지 않는가?’였다. 현지에서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결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였다. 




스웨덴어에 ‘라곰(Lagom)’이라는 단어가 있다. ‘적당한’, ‘충분한’, ‘알맞은’ 등의 의미로 스웨덴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스웨덴 사람은 과소비를 하지 않는 편이다. 거리의 사람을 봐도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명품 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들은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 삶을 지향한다.




집에서의 식사도 마찬가지다.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해 딱 정량, 인원수에 맞게 식사를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의 집에서 식사하게 되면 미리 알려주는 것이 예의다. 또한, 게스트가 놀러 와도 식사 약속이 아니라면, 본인의 집에서 식사가 준비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논란의 배경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정서상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화젯거리다. 스웨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논란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손님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스웨덴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게 일반적이고 홈 파티를 주로 즐긴다. 그리고 여행자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라곰’은 스웨덴의 집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케아 매장에 전시된 그 부스가 딱 스웨덴의 일반 가정집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없어 보이지도 않는, 모던하고 심플하면서 세련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딱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사는 그들의 삶이 가뿐해 보였다. 스웨덴에서 본 인테리어 중에 오직 왕궁만 화려했다.






‘디자인’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특히 오랜 겨울밤 덕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공예가 발달됐다. 스웨덴공예협회는 약 100년 전부터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다양한 공예 디자이너를 발굴해 육성하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의 스웨덴 공예 르네상스를 불러왔다. 스톡홀름 감라스탄의 옛 거리는 기념품 가게로 빼곡한데, 여행자는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웨덴의 수공예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털이다. 그중에서 또 대표적인 브랜드가 오레포스(Orrefors)다. 볼보자동차의 기어 레버 소재로도 쓰이는 오레포스 크리스털은 스웨덴 남부의 스몰란드(Småland) 지역에서 1898년에 시작됐다. 스몰란드는 숲이 울창해 유리 가공에 땔감으로 필요한 목재를 마음껏 얻을 수 있어 유리했다. 오레포스 역시 20세기에 들어와 스웨덴공예협회의 주관으로 할드(Hald)와 시몬 가테(Simone Gate) 등의 예술가들이 합류하면서 디자인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스웨덴에 와보니 ‘스웨디시 럭셔리’는 화려한 겉치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지금의 볼보자동차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안전을 우선하는 기술과 기능에는 스웨덴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관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안쪽 깊숙한 곳에는 결국 가족의 안전을 위한,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함 마음씨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말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대자연 속으로 파고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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