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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Nov 16. 2022

스웨덴인이 생각하는 볼보자동차는?

스톡홀름을 여행하다 볼보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스웨덴인이 바라보는 볼보에 관해 물었다.  


1985년 6월 14일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국경검문소를 철폐한다는 협약이 체결됐다. 이른바 솅겐 협정인데,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유럽 25개국이 국경을 열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갑자기 외교부와 통신사 문자 메시지가 쏟아질 때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국경을 넘은 것이다. 유럽은 이렇게 보면 여러 국가가 한데 모인 공동체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민족과 문화, 역사가 명확히 구분되어 공존한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은 자동차의 시작점이다. 다양한 타이틀을 붙인 최초의 자동차들이 대부분 유럽에서 태어났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 동안 유럽 각 지역에서 우후죽순 자동차 회사들이 생겨났고, 각자만의 방식과 지향점으로 역사를 만들었다. 그중 일부는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볼보자동차가 그러하다. 1927년 4월 14일 아침, 최초의 볼보자동차 ÖV4가 스웨덴 예테보리(Gothenburg)의 공장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스웨덴의 도로에는 볼보자동차가 정말 많다. 수십 년 된 올드 모델부터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지 모델까지 각양각색의 볼보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스웨덴의 오랜 자부심이자 유산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볼보자동차는 현재 스웨덴 신차 시장에서 15~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폭스바겐과 기아자동차가 매력적인 가성비로 1위 쟁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렇다고 스웨덴에서 볼보자동차가 싼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볼보 XC60 리차지의 스웨덴 판매 가격은 65만 크로나로 한화로 약 8,400만원이다. 현재 XC60 리차지의 국내 판매 가격은 8,590만원으로 스웨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국민이 국산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당연함의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스톡홀름 ‘왕의 정원(Kungstradgarden)’ 옆에는 ‘볼보 스튜디오 스톡홀름’이 살며시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 궁금함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볼보 스튜디오 스톡홀름은 누구나 지나다 훅 들를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이곳은 들어오는 모든 이를 환영한다. 방문객도 별 부담 없이 들어오는 듯한 눈치다. 와서 편히 차를 둘러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스튜디오 직원과 짧은 피카(Fika)를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던 아이들도 들어와 마음껏 차를 귀찮게 한다. 이곳에서 차를 구매할 수도, 구독을 신청할 수도, 회의를 할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쇼핑할 수도 있다. 2층에는 1층을 내려다보며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커다란 홀 그리고 테라스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스테판 휴고슨(Stefan Hugosson)을 만나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웨덴인은 여행객에게 대체로 친절하다. 동양인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스톡홀름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되어 여행 중인 나에게 그의 관대함은 정말 고마웠다. 숙소로 돌아가 이메일을 열어보니 그에게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현지인피셜 스톡홀름의 맛집과 여행지 리스트였다. 



다음은 스테판 휴고슨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조두현(이하 조): 여기 정말 멋집니다. 그냥 앉아서 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스테판 휴고슨(이하 스테판): 볼보 스튜디오 스톡홀름의 실내를 잘 살펴보면 스웨덴의 환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 절벽과 섬이 많은 스웨덴의 해안가를 표현했습니다. 천장은 LED 램프를 활용해 오로라를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숲이 주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벽은 모두 나무로 장식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꺼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실내를 따스하고 포용적으로 꾸몄습니다.  


조: 이런 스튜디오가 다른 곳에 또 있나요?

스테판: 이곳은 1994년에 처음 생겼는데,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 일본 도쿄의 스튜디오와 룩을 통일하려고 지금의 모습처럼 외관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미국 뉴욕과 폴란드 바르샤바, 태국 방콕에도 스튜디오가 있고, 중국만 해도 40곳 정도의 이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 영국 런던에는 쇼핑몰에 입점한 스튜디오가 있고, 아! 한국에도 지난 2015년에 서울 가로수길에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조: 스튜디오가 일반 전시장(매장)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스테판: 일반 매장의 목적이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스튜디오는 브랜드의 경험과 도시에서의 접근성에 주력합니다. 이러한 스튜디오는 앞으로 미래의 볼보자동차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스웨덴에만 전국에 약 160개의 볼보자동차 대리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있어 도심에 살거나 차가 없으면 거기까지 가기가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차를 주문하고 이곳에서 픽업할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을 떠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누구나 들러 차 구입과 구독을 상담할 수 있고 시승도 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와 신차 출시 이벤트도 할 수 있습니다. 11월에 이곳에서 차세대 대형 전기 SUV인 VOLVO EX90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조: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은 무엇인가요?

스테판: V60 같은 스테이션 왜건이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스웨덴에서는 트렁크가 넓고 공간이 넉넉한 왜건을 정말 좋아합니다. 시골이나 산속에 있는 집도 많고 그래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말이면 저희는 가족, 친구와 함께 자연 속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이런 이유로 스테이션 왜건의 인기가 높습니다. 여기에서도 그런 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트렁크를 열어 놓고 한참 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따금 골프백이나 유모차, 트롤리 등을 가져와 실제로 트렁크에 대보는 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XC60의 수요도 꽤 늘었고요, V60이나 XC60만큼은 아니지만, 순수 전기차 모델인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의 판매량도 분명히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단은 거의 없습니다. S90 같은 큰 세단은 주로 대사관에서 많이 찾습니다.  


조: 스웨덴 사람들이 생각하는 볼보자동차는 무엇인가요?

스테판: ‘볼보’라는 브랜드에는 인간 중심적인 철학이 항상 담겨 있고, 언제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술은 고객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고 차 안과 주변 모두에게 더 안전한 삶을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임무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내부에는 실제로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팀이 있습니다.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출동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합니다. 사망한 사람이 있었는지, 사망이나 부상을 막을 방법이 있었는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방법이 있었는지를 분석합니다. 우리는 지금껏 4만 건이 넘는 실제 사고를 조사했고 그 데이터를 기반해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경쟁업체와도 데이터를 공유해 그들도 더 안전한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우리의 비전 중 하나는 볼보의 신차로 아무도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가 합심해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쟁자들도 함께 안전한 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볼보자동차가 세계의 교통안전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보자동차가 그렇게 큰 브랜드는 아니지만, 스웨덴 그리고 북유럽에서는 큽니다. 지난 거의 100년 동안 우리는 볼보라는 브랜드와 일종의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어떤 이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볼보 아마존 뒷좌석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그리고 볼보자동차 내부에는 우리의 고향이 담겨 있습니다. 방향지시등의 공명은 스웨덴의 숲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C40 리차지의 대시보드에는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의 등고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우리 차 안에 앉으면 느끼게 되는 것들입니다.



글•사진 조두현(자동차•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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