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예테보리 볼보 뮤지엄

by 볼보자동차코리아

이번 스웨덴 여행의 종착지는 바로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 뮤지엄이었다.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결국 볼보의 시작점으로 오고 말았다.


이곳엔 볼보자동차뿐만 아니라 트럭, 버스, 건설 장비, 산업∙해양 엔진, 항공기 엔진까지 총망라해 100여 대의 차와 엔진을 전시 중이다. 모든 박물관의 존재 이유가 그러하듯 이곳 역시 브랜드의 역사를 보존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1995년 개장 이래 꾸준히 컬렉션의 범위를 넓혀 볼보의 지난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한 공간에 담아냈다.



입장권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볼보의 공동 창업자인 스웨덴 경제학자 아서 가브리엘손(Assar Gabrielsson)과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Gustaf Larson)이 자동차의 도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의 동상이 눈길을 끈다.



그 옆에는 볼보의 발원지인 SKF(Svenska Kullagerfabriken)의 베어링이 전시돼 있다. ‘Volvo’는 ‘구르다’라는 뜻의 라틴어 ‘Volvere’에서 파생됐는데, ‘나는 구른다(I roll)’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앞에는 1927년 4월 14일에 태어난 볼보자동차 최초의 모델 ÖV4가 전시돼 있다.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물푸레나무와 너도밤나무로 이뤄진 프레임이 인상 깊다. ‘야곱(Jakob)’이라고도 불렸던 이 차는 예테보리 볼보 방문자 센터의 로비에서도 볼 수 있다. ÖV4로 시작된 볼보자동차의 역사는 처음부터 거침없었다. 1929년 그들은 1,383대의 차를 만들었고 이 중 27대가 수출됐다.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옛 모습의 볼보자동차 모델을 관람할 수 있다. 10년 단위로 그 시대를 대표했던 모델들을 전시했다. PV651과 PV654, TR704 등의 태동기를 지나 1940년과 1950년으로 갈수록 볼보자동차는 서서히 부흥기로 접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 콘셉트다. 시대별 라이프 속에 차를 녹여내 전시했다. 보통 자동차 박물관을 가보면 차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볼보 뮤지엄에서는 주로 당시의 시대 배경과 사람들의 모습까지 같이 그려내고 있다. 또한 그때의 물가까지 비유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볼보자동차 최초의 모델인 ÖV4의 가격은 1927년 4,800SEK였는데, 이는 당시 정비사가 3,077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고, 이 돈으로 우유 2만 4,000리터를 살 수 있었다. 단지 ‘이때 이러한 차가 나왔다’가 아닌, ‘이때 이러한 차에 이러한 가치가 있었고, 사람들이 이렇게 탔었다’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한창 전후 복구로 어려웠던 시기에 스웨덴에서는 트레일러를 뒤에 달고 캠핑을 떠나는 게 유행이었다. ‘나만의 호텔과 함께 떠나는 여행’. 무려 1957년 볼보자동차에서 만든, 당시 2,700크로나짜리 캠핑 트레일러 프로모션 카피다. 당시 스웨덴은 긴 여름휴가로 자동차 여행이 붐이었다. 이에 따라 캠핑 트레일러와 카라반 그리고 차의 2열 시트를 접어 차박을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만든 차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지금의 XC60과 XC90, V60과 V90 등의 모델이 이러한 헤리티지와 삶의 방식을 잇고 있다.



1950년대는 볼보가 안전 기술에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 됐던 시기기도 하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의 개념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닐스 보린(Nils Bohlin)은 3점식 안전벨트 발명과 함께 볼보 최초의 안전 전문 엔지니어가 됐다. 3점식 안전벨트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독창적이면서 간단했고 효율적이기까지 했다. 지금은 당연한, ‘V’자 모양의 기하학적 구조의 안전벨트는 충돌 사고에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1959년 볼보는 아마존과 PV544에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표준 장비로 도입하면서 자동차의 안전 패러다임에 큰 혁신을 가져왔다. 그리고 1963년부터 모든 볼보자동차에 이 3점식 안전벨트가 들어가면서 ‘볼보=안전’이라는 등식이 전 세계로 퍼지게 됐다. 더불어 볼보자동차는 모든 완성차 업체가 3점식 안전벨트를 표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내주었다. 이 얼마나 대인배의 사고방식인가!



또한, 1972년에 소개한 안전 콘셉트카 VESC도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VESC(Volvo Experimental Safety Car)에는 측면 충격 보호 장치, 뒷좌석 헤드레스트, 안티-록 브레이크, 도어 경고등 등 오늘날에는 당연한, 그때는 시대를 앞서간 다양한 안전 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이 밖에도 850으로 빚어낸 BTCC(British Touring Car Championship) 대회에서의 쾌거, 그동안 수많은 모터쇼에서 보였던 콘셉트카,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가해 선보였던 850 스페셜 에디션, 최초의 P1800 프로토타입과 1960년대 007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가 사망할 때까지 소유했던 P1800의 특별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볼보자동차를 다 관람하고 난 뒤 1층으로 내려가면 타임라인을 함께 했던 볼보트럭의 유물도 둘러볼 수 있다.



자동차는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궤를 같이한다. 어려서 탄 부모님 차에 대한 기억과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기억 그리고 내 명의로 계약한 첫 차의 기억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추억이 스며들어있다. 그래서일까? 박물관에 있던 몇몇 관람객은 특정 차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잠시 시간 여행을 다녀오는 듯 보였다.



스웨덴에 왔다면, 그리고 이왕 예테보리에 왔다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볼보 뮤지엄은 꼭 들러 보길 권한다. 볼보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또한, 100년 가까이 일관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헤리티지를 쌓아온 기업이다. 그 자체로 스웨덴의 ‘위대한 유산’이며, 인류의 안전한 이동 수단 문명에 기여한 바가 많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지금의 볼보 뮤지엄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와 AB볼보는 예테보리에 2만 2,000㎡ 규모의 새로운 볼보 뮤지엄인 ‘월드 오브 볼보(World of Volvo)’를 짓고 있다. 여기에는 전시 공간과 더불어 이벤트 홀, 레스토랑, 회의실 등을 갖춰 다양하게 볼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 중이다. 이미 지난해 첫 삽을 떴고, 2023년 말 완공을 거쳐 2024년에 정식으로 개장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월드 오브 볼보’는 기존의 볼보 뮤지엄을 대신하게 된다.



글∙사진 조두현 자동차∙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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