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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보자동차코리아 Jul 14. 2023

‘하나로 누리는 두 대의 자동차’, 볼보 왜건의 역사

일상과 여가를, 품위와 아름다움을, 역동성과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장르

자동차에는 사람이 바라는 거의 모든 것들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시대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과 미학, 한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자동차에 또렷하게 투영하죠. 그런 맥락에서 지금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장르는 어쩌면 SUV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장르죠. 볼보자동차가 최고로 잘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XC40, XC60, XC90 라인업은 정말이지 강력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왜건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왜건이야말로 볼보의 장기라고 할 수 있죠. 혹시 왜건을 아직도 ‘짐차’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칼럼을 계기로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건이야말로 품위와 실용을 동시에 성취하는 장르거든요.
 

‘하나로 누리는 두 대의 차’, PV445 듀엣

볼보자동차가 1953년에 출시했던 PV445 듀엣을 보면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듀엣’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일상과 여가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컨셉을 의미하는 거예요. “하나로 누리는 두 대의 자동차”라는 뜻이죠. 볼보 듀엣은 볼보자동차를 ‘실용적인 자동차의 대명사’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볼보 왜건 신화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보시다시피 예쁜 차예요. 완만하고 친절한 곡선이 차체 전체를 정의하고 있어요. 타보지 않아도 듀엣의 실내가 얼마나 널찍하고 풍요로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볼보자동차가 만든 이 차체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스웨덴의 독립 차량 제작사들은 1949년부터 1953년까지 PV445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소형트럭과 밴은 물론 쿠페와 컨버터블까지 있었어요. 이런 차체의 컨버터블이라니, 지금이라도 당장 갖고 싶어지네요.


4도어 왜건으로, P220

1960년대의 볼보 왜건은 조금 더 친숙한 모습입니다. 볼보는 1962년 2월 스톡홀름 모터쇼에서 4도어 왜건 P220을 선보였어요. 이 차는 1956년, 새로운 승용차로 선보였던 볼보 121 혹은 122S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승용 프로토타입을 스웨덴에서는 ‘아마존’이라고 불렀죠. 그래서 P220 역시 ‘아마존 왜건’이라고 부릅니다.

승용차에 뿌리를 둔 모델답게, 조금 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디자인입니다. 한 가족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네 개의 문을 갖고 있어요. 더 본격적으로 가족과 일상을 생각하는 모델이었죠. 테일게이트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위, 아래로 여닫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게 물건을 싣고 내리는데 얼마나 편한지, 캠핑이 취미이신 분들은 아마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볼보는 ‘가족 중심의 왜건’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죠. 1969년까지 무려 7만3천 대를 생산했습니다.

 

‘백설공주의 관’, 1800ES


볼보가 만드는 왜건에는 북유럽 특유의 감수성과 디자인이 알차게 녹아있었습니다. 아울러 그 특유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땐 이 차를 절대 빼놓을 수 없어요. 바로 볼보자동차 1800ES입니다. 1959년에 생산했던 스포츠 쿠페 1800을 기반으로 만든 모델이에요. 루프라인을 길게 늘리고 옆모습에도 C필러까지 길게 이어지는 크롬 라인을 넣었습니다. 스포츠 쿠페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키면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까지 챙긴 거예요. 골프나 사냥 장비를 위한 공간. 왜건의 종류 중 하나인 ‘슈팅 브레이크’에 가까운 형태였죠.

좌 1800ES / 우 C30

1800ES의 투명하고 관능적인 디자인은 그 자체로 유일하게 아름다웠어요. 독일 시장에서는 ‘백설공주의 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은 물론 트렁크 부분의 옆 창문과 리어 해치까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었거든요. 1800ES는 실용적인 자동차 디자인은 무조건 넉넉하고 거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볼보만의 도전이자 대답이기도 했어요. 유리로 만든 리어해치는 훗날 볼보의 콤팩트 해치백 C30으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정부의 ‘안전 스탠다드’ 차량, 볼보자동차 245


자, 이제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이른바 ‘각볼보’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볼보 245는 1974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했어요. 이 시기에는 볼보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조금씩 강직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울러 엄격한 안전 요건을 적용했죠. 볼보는 이 요건들을 철저히 지켰고, 미국 정부는 자국의 안전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볼보 245를 기준 삼았습니다.

이렇게 든든한 디자인을 하고, 1981년에 출시한 245 터보차저 버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왜건이었어요. 생산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을 무렵, ‘폴라(Polar)’라는 별칭으로 불린 버전은 이탈리아에서 컬트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볼보 왜건의 전성기, 740에서 960, 850까지


740
960
850

볼보 왜건의 전성기는 80년대와 90년대까지 눈부시게 이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볼보 740과 960, 850을 들 수 있겠네요.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마어마한 적재공간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내공간,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안락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볼보의 철학이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이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매콤한 성격을 앞세워 더 날카롭게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도 있었습니다.
 


볼보 740 터보 왜건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데 딱 7초가 걸렸습니다. 850 왜건은 1994년 브리티시 투어링 카 챔피언십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강직한 볼보 왜건이 트랙을 타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생각보다 무척 잘 어울립니다. 그 기세 자체로 이미 우승을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다채로운 일상을 위한 실용적인 DNA, ‘크로스컨트리’로 마침내 이어지다

1996년 말, 볼보는 850 왜건을 기반으로 V70을 출시했습니다. 차고를 살짝 높이고 사륜구동 시스템을 더해 V70XC 크로스컨트리 모델을 만들기도 했어요. SUV는 아니지만, 세단과 왜건의 매력을 그대로 가지면서 험로까지 더욱 편안하게 주파할 수있는 장르를 탄생시킨 거죠.


같은 개념의 모델들을 지금 볼보자동차 매장에서 그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볼보의 유구한 DNA가 V90 크로스컨트리와 V60 크로스컨트리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거든요.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해집니다. 우리는 한 대의 자동차가 최대한 다채로운 일상과 함께 해주길 바라죠. 혼자라도 좋겠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더 행복할 겁니다. 볼보는 처음부터 그런 바람과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일상과 여가를, 품위와 아름다움을, 역동성과 오프로드까지를 그야말로 안전하게 아우를 수 있는 장르를 꾸준히 숙성해온 겁니다. 이것이 볼보자동차가 만드는 왜건의 전통이자 힘이에요. 세대를 거듭해 여전히 매혹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글/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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