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보험사, 17만 대 사고사례 조사해보니
볼보 어떻게 안전한 차 만들까 고민 엿보여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날이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볼보의 고향, 스웨덴에서 시작합니다.
스웨덴에는 독특한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폭삼(Folksam)이라는 상호보험회사입니다. 쉽게는 노동자가 주인인 보험회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회사가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보고서입니다. ‘당신의 차는 얼마나 안전한가? (How safe is your car?)’라는 보고서는 해마다 실제 교통사고를 조사해서 결과를 해석하고 기록합니다. 2017년 보고서에서는 무려 17만 대의 사고를 조사했습니다.
폭삼의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가지 이슈도 있었습니다. 실험실에서 충돌 안전 점수 만점을 받은 자동차가 과연 실제 사고에서도 만점짜리 안전한 자동차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폭삼의 17만 대 사고 사례에는 만점을 받았던 자동차에서도 큰 부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됐고 폭삼은 그에 대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도 했으니까요.
이 이슈는 유럽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유로앤캡이나 미국 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차가 실제 사고에서 안전할까 라는 의문에는 많은 관심이 모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충돌 테스트는 같은 해에 테스트한 차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운전석의 25%만 충돌하는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등장하면서는 ‘왜 조수석 25%는 보강하지 않았나’는 물음이 이어졌고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느라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17만 대의 실제 사고를 조사한 통계에서는 볼보의 XC90 1세대 모델이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83년부터 5만 2400건의 사고에 17만 대의 자동차를 조사했고 이를 통계로 만들었습니다. 볼보의 XC90은 평균보다 약 61%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위를 한 Audi의 A4와 A5 (2007~2016년식)과 볼보의 V70, S80, V60, S60 (07년식 이후)는 평균보다 50%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XC90은 2등과 큰 격차로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XC90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폭삼의 사례에서 보듯 실험실의 점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제 교통사고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할 방법이 무엇일까 연구하는 것이 볼보의 대응법입니다. 실제로 1960년대 볼보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고 앞 좌석에 표준으로 도입한 이후 대대적인 조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실제 사고 현장에서 3점식 안전벨트가 상해를 50%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1970년에는 교통사고조사팀을 별도로 꾸려서 지속적인 현장의 사례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가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 반경 100km 이내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조사팀이 현장을 찾아갑니다. 이는 스웨덴의 경찰과 시민들의 협조도 필요한 조사입니다. 볼보의 1명 이상이 현장을 찾아가고 경찰은 볼보의 조사팀이 도착할 때까지 차량 이동을 보류합니다. 또,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고 원인을 밝히고 결국 사고를 줄이는 연구로 활용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차는 더 상세한 조사를 위해 볼보의 자동차 안전 센터로 이송하며 볼보의 안전센터 직원, 디자인 부서는 물론 의료 전문가까지 함께 분석을 시작합니다.
이외에도 볼보의 스웨덴 보험회사 Volvia에 교통사고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일정 금액 이상의 심각한 사고에 대해서 15명의 조사관이 별도 조사를 합니다. 또, 교통사고 조사팀에 사고 차의 사진을 포함한 조사 문서가 전달됩니다. 볼보는 연간 1500~2000건의 사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고를 조사하는 이유는 원인을 밝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도록 만들고 심각한 부상도 경감시키려는 노력입니다. 실험실의 결과를 통해 자동차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사고 현장의 원인을 분석해 보다 안전한 차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실의 점수가 아닌 가장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이라는 목표 하에 볼보가 하고 있는 노력을 전해드렸습니다. 실제로 볼보의 이러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결실을 맺었습니다. 어린이용 안전장비를 개발한 것 역시 실제 사고 사례를 연구한 결과이며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 역시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체격을 고려해 별도의 더미 충돌 테스트를 했고 어린이는 물론 체중, 체형별 더미를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볼보는 단지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아닙니다. 평소에 교통사고 연구를 통해 좋은 차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꾸준한 노력형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