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지불한 비용, 즉 제품의 경우에는 가격에 비하여 얼마나 많은 성능 혹은 객관적 가치를 획득하였는가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가성비는 현명한 소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성비에 이어 떠오른 ‘가심비’라는 말이 있다. 가성비와 비슷하지만 한 끗이 다르다. 지불한 비용과 내 마음의 만족도의 비율이다.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내가 얼마나 만족했는가를 따지는 것이니까 이것은 확실히 주관적이다.
주관적이라는 말이 혹시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가성비만큼 믿을만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게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이 만족했다고 해서 내가 만족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감성적인 만족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무형의 가치가 높은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21세기는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소비 패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가심비는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의 강세로 설명할 수 없다. 솔직히 럭셔리 시장이 커지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구입하는 진성 고객들의 비중보다 럭셔리 브랜드의 고객이 되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대세 럭셔리 브랜드에 올라타는 추격 매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선택한 제품이라면 그것은 절대 가심비가 우수한 제품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심으로 내가 마음으로부터 만족한 것과는 방향부터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가심비가 우수한 제품은 내 안으로부터 우러난 만족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게 볼 것 같다는 외부에 투영된 이미지가 내 안으로 들어오면서 만족이 일어나는 것과는 방향이 반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우 개인적인 경험인 가심비를 한 제품이나 브랜드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보편성에 답이 있다. ‘그래 맞아’라는 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으면 그 제품은 개인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심비’ 최고의 브랜드, 볼보
이런 면에서 볼보 브랜드는 몇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그 첫째는 스토리텔링에 강하다는 것이다. XC40이 첫 선을 보일 때, 볼보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자기 물건을 잘 정돈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것을 그대로 자동차의 실내로 옮겼다고 했다.
센터 콘솔에 놓인 휴지통을 보면서 ‘아 맞다. 재떨이는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휴지통이 있는 승용차는 없었잖아. 이제 휴지를 엉뚱한 곳에 숨기거나 대충 버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며 안도하는 마음을 느낀 사람이 많았다. 그랬다. 멋진 차를 타면서도 깨끗하게 실내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볼보는 정확하게 읽어낸 것이었다. 명료한 공감 포인트다.
XC90이 처음 선보였을 때 이야기했던 ‘스웨디시 럭셔리’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고급스러움과 친환경, 첨단 기술을 이야기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많다. 하지만 자기 브랜드가 왜, 그리고 하필이면 이런 방향으로 지금의 가치를 추구했는가를 쉽게 설명하는 브랜드는 별로 없다. 볼보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후가 나쁜 스웨덴은 사람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실내를 아늑하고 편안하도록 인테리어 디자인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스웨디시 럭셔리의 출발점이다.’ 스웨덴에 가 보지 않아도 바로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는 명료한 포인트였다.
강렬한 공감이 가심비 상승의 중요한 포인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 주는 것은 역시 믿음직함, 즉 안전과 품질일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볼보의 슬로건인 ‘Volvo for Life’가 사람들의 마음에 큰 공감을 가져왔던 것은 가혹한 스웨덴 기후에도 튼튼하고 안전하게 사람들이 달릴 수 있는 믿음직한 차를 만들겠다는 설립자들과 그 조력자들의 인간 중심의 마인드가 역시 큰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볼보는 공감으로부터 시작해 마음으로부터의 뿌듯함으로 마무리되는 가심비가 우수한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