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는 이곳 브런치를 통해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함께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안전, 환경, 가족과 같은 단어들인데요 볼보자동차의 철학과도 맞닿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자동차만 갖고 풀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차라는 제품은 그 지역의 문화, 역사, 기후, 풍습 더 자세히 들어가면 도로 사정, 날씨, 운전습관 그리고 최근의 상황을 비춰보면 교통신호 체계와 통신망 상태까지 많은 것을 담게 마련입니다. 최근에는 모든 자동차가 판매되는 국가에 맞춰서 규정을 지키지만 그래도 철학과 같은 근본적인 것은 출생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볼보의 이야기 그리고 볼보가 탄생한 스웨덴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1927년. 볼보가 태어난 해입니다. 차를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한 때입니다. 이보다 앞선 1926년 7월. 스웨덴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경제학자 아사 가브리엘손과 볼베어링 회사 SKF의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이 만납니다. 당시는 유럽 각국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절입니다. 스웨덴도 예외는 아니었고 SKF는 당대 최고의 볼베어링 회사였습니다.
이들은 레스토랑의 냅킨 뒷면에 볼보자동차의 섀시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의 도로와 기후, 환경에 맞는 차를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고 이듬해 첫 차가 나옵니다.
당시는 엄청난 속도의 산업화가 이뤄졌고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차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모터쇼 혹은 자동차 경주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추운 겨울과 눈 그리고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스웨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많았던 자동차였습니다.
이들은 ÖV4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자동차 10대를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볼보자동차입니다. 스웨덴 말로 오픈 형태의 4기통 엔진의 자동차를 말합니다. 천정을 막은 형태의 PV4도 등장합니다. 배기량 1944cc의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고 최고 출력은 20마력(hp)입니다. 이후 볼보자동차는 볼베어링 회사 SKF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예테보리에 건설하고 본격적인 자동차 회사로 거듭납니다.
이제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왜 볼보가 가족, 안전, 환경을 생각하면서 프랑스나 독일에서 만든 차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환경에 맞는 차를 직접 만들게 된 것인지 어렴풋하게 추측이나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땅과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곳에서 만든 자동차를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스웨덴은 북유럽입니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바이킹을 떠올립니다.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폭이 좁고 긴 배를 타며 바다를 건너 약탈을 하던 그런 모습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스웨덴은 바이킹의 후손이며 거칠고 무서운 포스(?)를 풍기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을까요? 바이킹에 대해 주로 알려진 역사는 서유럽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북유럽에서는 바이킹의 이야기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이야기가 주로 구전을 통해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외지인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 뿔 달린 투구로 형상화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실제 바이킹은 그런 투구를 쓰지 않았습니다. 부족장만 철로 만든 투구를 썼고 나머지는 마치 모자와 비슷한 가죽 투구를 썼습니다. 나무와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바이킹에 대해서는 실용성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예를 들면 노를 번갈아 젓기 위해서 식사를 뷔페 형태로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던 만화 속 바이킹과 조금 다르죠. 역사는 누구의 관점에서 기록했느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킹의 후손이라는 스웨덴은 이후 침략의 역사보다는 오히려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더 큰 힘을 쏟았습니다.
바이킹에 대한 이야기는 8세기~11세기에 주로 나옵니다. 이후에는 유럽의 중세 이야기에 스웨덴이 나옵니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아이슬란드는 지금 듣기에는 북유럽의 사회복지가 좋은 선진국가로 인식하고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변방이었습니다. 덴마크는 유럽 대륙과 맞닿은 지형으로 이들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신 문물을 만나게 됩니다. 기독교 역시 유럽에서 이곳으로 전파됐습니다.
좀 더 오래전 이야기로 올라가면 신화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토르’가 바로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의 신화에 등장합니다. 망치로 인간을 보호하는 신이었습니다. 지금의 볼보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왜 토르의 망치가 들어갔는지 무엇인가 퍼즐이 연결됩니다.
이곳의 신화는 우리가 주류로 알던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과는 다릅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인간과 아주 가까운 관계입니다. 서로 친구처럼 지내고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가 있다면 북유럽의 신화에서는 오딘(Odin)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미의 여신인 프레야(Freyja)가 있고 스카디(Skaði)라는 사냥의 여신도 등장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요일에서 프라이데이(Friday) 즉, 금요일은 프레야의 이름에서 수요일은 오딘의 독일식 발음에서 그리고 목요일은 토르의 이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볼보의 나라 스웨덴은 신화의 시대를 거쳐서 바이킹이 등장하고 다시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중세 르네상스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산업혁명과 함께 중, 남부 유럽의 기술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이 문화와 경제, 정치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접점에서 생긴 북유럽식 복지국가는 미국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에게 이상향으로 등장합니다. 춥고 척박한 환경이 많은 북유럽에서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가구 이케아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고 험한 기후와 지형을 잘 달리도록 만든 자동차 볼보 역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커피’를 바꿔 말해 ‘피카(FIKA)’라고 한다는 스웨덴의 문화 역시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하거나 혼자 사색을 즐기는 것을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우리나라의 유명 쇼핑몰 카페에도 이 단어가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이야기에 뜬금없이 역사 이야기가 등장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해’를 위한 것입니다. 왜 이런 차를 만들어야 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인 것이죠.
스웨덴의 신화에서 인간을 지켜주는 신, 토르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볼보의 헤드라이트에는 토르의 가장 큰 무기 ‘망치’가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나라에도 자동차를 구입하고 제사를 지낸 뒤 북어를 구석에 매달거나 중국에서는 실을 묶어두는 것과 같은 이치를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외에도 스웨덴의 지형을 보면 험난합니다. 특히, 북쪽으로 갈수록 험난한 지형이 펼쳐집니다. 신화에서 나오는 눈 덮인 산 역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달리려면 안전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겠죠. 어딘가 고장이라도 나서 멈춰 선다면, 만약 추운 겨울이라면 정말 사소한 고장이 생사를 가르는 사건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볼보는 옛날부터 황당할 정도의 테스트를 계속했습니다. 흙더미를 쌓아두고 차를 일부러 날려봅니다. 갓길로 차가 튕겨나갈 상황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과거 자료사진에는 공사장에서 차를 떨어트리는 실험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당시에는 직접 던지고 떨어트려서 보다 안전한 차를 위한 답을 찾았습니다.
잠시, 스웨덴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볼보자동차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높인 시간이 됐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