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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안전, 무엇이 중요할까?

40년 전 볼보의 연구에서 찾은 해답

by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E.V.A. 프로젝트의 40년 전 연구
10년을 뛰어넘는 볼보의 충돌 안전


1978년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누군가는 태어났을 것이고 전 세계에 몰아쳤던 오일쇼크도 끝나가는 시점이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가운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경우도 있었겠네요.

스크린샷_2019-04-11_오후_1.13.50.png 1978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의 풍경 / 사진=국가기록원

흥미로운 사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것인데 1978년의 서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장소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의 개관을 기념해 찍은 사진입니다. 넓은 광화문 대로가 그대로 나와있고 앞에 엔진이 달려있는 그 시절의 버스가 정류소에 서 있습니다. 그 앞으로는 드문드문 승용차가 달리고 있는데 얼핏 보면 차종을 맞출 수도 있겠네요.


1978년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바로 ‘안전벨트’ 장착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자동차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나름대로 빠른 행보입니다. 자동차 선진국 영국에서도 불과 이보다 10년 전인 1969년 안전벨트 의무화를 법으로 만들었으니까요. 사진 속의 저 차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자동차로 이어가는 것은 굳이 볼보가 1959년 세계 최초로 3 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충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점점 강화되는 안전 기준, 자동차의 역사

자동차에서 ‘안전’이라는 단어의 기술적인 해석은 해마다, 시기마다 다릅니다. 1978년에는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습니다. 이후로 1990년대에는 에어백을 장착하거나 ABS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었고 2000년대에는 충돌 테스트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안전벨트만 메고도 우리는 안심했는데 요즘에는 에어백에 스스로 멈추는 차를 타고도 조금 더 안전한 자동차를 찾는 것입니다.


이유는 당연하겠지요. 자동차의 성능도 그만큼 빠르게 좋아졌으니까요. 지금은 시속 100km/h는 물론이고 독일 아우토반에서 200km/h를 넘나드는 자동차가 수두룩합니다. 가속 성능도 좋아져서 불과 10년 전 수 억 원의 슈퍼카가 내던 이른바 제로백 5초대의 성능이 지금은 어지간한 스포츠카의 영역으로 확대되기도 했으니까요. 잘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만큼 안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최근의 자동차 업계입니다. 그래서 볼보는 ‘시티 세이프티’라는 기술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자동차의 기술 발전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뤄졌습니다. 10년이면 완전히 세대가 다른 차가 등장하게 마련이었죠. 지금 거꾸로 생각해도 10년 전에 나온 자동차와 지금의 차는 근본적인 차체, 엔진, 변속기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스크린샷_2019-04-11_오후_1.38.37.png 2014년 볼보 1세대 XC90의 충돌 테스트 성적표 / 자료=IIHS

그런데 10년을 거스른 자동차가 있습니다. 바로 볼보의 XC90 1세대 모델입니다. 자동차의 충돌 테스트 가운데 가장 현실을 잘 반영했고, 소위 '피해가 큰’ 테스트가 바로 미국 고속도로보험협회(IIHS)가 시행한 스몰오버랩 테스트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정면충돌보다 운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데, 약 1/3 정도만 충돌하면서 운전석까지 밀려오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의 중앙 뼈대를 피해서 충돌하기 때문에 바퀴는 떨어져 나가고 피해는 곧바로 승객석으로 이어져 초기 자동차 업계의 풀지 못할 숙제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테스트에 볼보의 1세대 XC90은 전 항목에서 ‘GOOD’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테스트는 2014년 이뤄진 것인데 볼보는 이 차를 2003년에 시장에 내놨습니다. 무려 10년이 넘은 이른바 ‘구형 디자인’으로 테스트를 통과해버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볼보의 실제 사고 사례 연구… 결과는‘안전한 차’


볼보는 1970년부터 실제 교통사고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사고를 조사하는 팀을 꾸리고 인근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긴급 출동합니다. 사고의 발생 원인, 유형,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실험실로 차를 옮겨와 분석했습니다. 볼보는 ‘교통사고 조사팀’이라고 이들을 부릅니다.

이들의 연구는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됐습니다. 최근에는 볼보의 3 점식 안전벨트 개발 60년을 기념해 이들이 쌓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E.V.A.(Equal Vehicles for All)’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더 안전한 차를 만드는데 모두가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한 셈입니다.

250160_Project_E_V_A_-_Volvo_Cars_is_sharing_its_own_research_data_on_safety_with.jpg 프로젝트‘E.V.A.(Equal Vehicles for All)’


다시 1978년으로 돌아가 볼까요. 볼보의 E.V.A. 프로젝트를 따라가면 1978년에 진행한 한 연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란색의 누가 봐도 오래된 연구 같은 표지와 함께 (아마도) 타자기로 작성한 듯한 보고서에는 손으로 그린 그림도 들어있습니다. 연구의 이름은 'The Child in the Volvo Car’ 볼보자동차에 탑승하는 어린이의 안전에 대한 연구입니다.

스크린샷_2019-04-15_오후_5.03.41.png 'The Child in the Volvo Car’ / 자료=E.V.A.

이 보고서를 보면서 볼보의 안전에 대한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1978년에 우리나라는 3 점식 안전벨트를 의무화했는데 이미 볼보는 1959년에 3 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고 1978년에는 0세부터 14세 이상의 어린이를 체중과 키로 구분해서 어떻게 하면 자동차에서 안전하게 이동할까 연구를 했습니다. 같은 차를 타고, 비슷한 길을 달리는데 안전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랐네요.


스크린샷_2019-04-15_오후_5.04.55.png 볼보의 1978년 연구보고서 'The Child in the Volvo Car’의 삽화 / 자료=E.V.A.

# 충돌 후 비켜나가는 차, 안전한가?


다시 IIHS의 충돌 테스트로 돌아가 볼까요. 볼보가 2014년 1세대 XC90의 충돌 테스트로 세상을 놀라게 한 해에 2세대 XC90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볼보의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XC60, XC40으로 이어지는 모델들과 S90에서 S60, V60으로 이어지는 모델까지 해마다 굵직한 신차를 내놓고 있습니다.

5.jpeg 볼보 V60의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25% 부분을 시속 64km/h로 충돌한 결과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그리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신차 테스트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충돌 테스트 최고등급 획득’입니다.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하는 미국의 IIHS와 유럽의 유로 NCAP까지 모든 테스트에서 볼보는 최고 등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에서는 테스트 장면을 영상으로 공개하는데 독특한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볼보자동차는 충돌 후 옆으로 비켜 나가서 진행 방향으로 멈추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충돌 후 180도 돌아서서 뒤따르는 자동차와 마주 보는 결과가 나왔는데 볼보는 항상 앞으로 굴러가 멈춥니다.


이를 두고 한 때 온라인에서는 어떤 차가 안전한지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볼보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옆으로 비켜나가야 2차 충돌 사고에서 조금 더 안전하다. 상당히 많은 사고 사례에서 2차 충돌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비켜나가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충돌 테스트를 살펴보면서 그리 큰 차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실제 사고의 현장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다면 마주 달려오는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입니다.

250103_Dr_Lotta_Jakobsson_Senior_Technical_Specialist_Injury_Prevention.jpg 볼보 안전센터 수석 연구원 로타 야콥슨 박사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보여드린 몇 가지 사례는 볼보가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아주 조금 설명한 것입니다. 40년 전 볼보의 연구를 살펴보면서 볼보가 말하는 ‘안전’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인구 백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사망자가 적은 나라 가운데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높은 수준입니다. 안전한 차도 중요하지만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자세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모두 안전 운전하시고 볼보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로 인한 사고나 사망자가 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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