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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가 미래 소재 보고서를 낸 까닭은?

by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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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가 가방을 만들었다. 한정판 위크엔드백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3.1 필립 림’과 협업했다. 자동차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만드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브랜드 이미지를 색다르게 전파하는 방식이다. 볼보자동차가 만든 위크엔드백도 마찬가지다. 볼보자동차를 타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가방이라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진 익숙한 경우다. 이번 한정판은 이야기가 더 있다. 가방 디자인이야 볼보 디자인처럼 고상하다. 중요한 건 가방을 만든 소재다. 최고급 가죽이 아니라 친환경 소재다.

이미지 자료_볼보자동차 지속 가능한 럭셔리 소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 발표 (1).jpg

위크엔드백은 볼보자동차의 차세대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를 사용했다. ‘노르디코’라 명명한 이 신 소재는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조합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직물과 스웨덴과 핀란드의 숲에서 얻은 바이오 기반 소재, 와인 공정에서 재활용된 코르크를 더했다. 보기엔 질 좋은 양가죽으로 만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친환경 소재가 의미를 넘어 질적으로도 훌륭하다는 걸 가방 하나로 보여준 셈이다. 볼보자동차의 실내를 채울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로 만든 가방. 이야기도 의미도 좋잖나. 자동차와 패션의 협업으로 만든 라이프스타일 용품으로서 많은 걸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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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친환경이다. 아니, 앞으로도 친환경이다. 자동차 브랜드, 아니 모든 브랜드의 공통된 방향성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경영에, 기업도 소비자도 관심이 높아졌다. 친환경은 의미가 아닌 해내야 하는 현실적 목표가 됐다. 이런 친환경 흐름은 소재 영역에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소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계는 패션이다. 패션, 특히 럭셔리 패션에서 친환경 소재는 과감한 변화를 의미한다.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기존 익숙한 소재와는 다른 친환경 소재로 여전히 기존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대중에게 어떻게 거부감 없이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과제. 이런 점에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행보는 친환경 소재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볼보자동차는 이 점을 주목했다. 현대산업의 종합인 자동차에도 다양한 소재가 쓰이니까.

컨셔스 디자인의 부상 보고서 표지.jpg ‘컨셔스 디자인의 부상: 내일의 소재’ 보고서

볼보자동차가 친환경 소재에 주목하며 보고서(다운로드)를 발표했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 선도 기업, ‘더 퓨처 라보레토리’와 함께 만든 보고서다. 패션 산업이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는 흐름을 다뤘다. 보고서 이름도 ‘컨셔스 디자인(Conscious Design)의 부상’이다. 의식 있는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보는 보고서. 볼보자동차가 만든 위크엔드백도 이 보고서에서 영감 받아 협업까지 이어졌다. 자동차 회사가 패션산업의 친환경 소재에 관심을 둔 이유는 뭘까? 앞서 말했듯 패션 브랜드가 소재의 발전사를 주도해온 까닭이다. 긴 역사 속에서 패션은 소재를 중심으로 유행을 이끌었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다. 또한 패션은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대의 흐름을 만들었다. 친환경 소재 역시 럭셔리 브랜드가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간다. 순환 비즈니스를 완성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는 볼보자동차로선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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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셔스 디자인의 부상’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하나는 친환경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친환경에 주목하는 주체는 정부와 기업만이 아니다. 소비자 역시 친환경을 주요한 구매 요인으로 삼는다. 친환경 제품과 그것을 만든 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그냥 소비보다 의미를 담은 소비에 기꺼이 더 지불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소비 세대를 리제니즌(Regenizens)으로 명명하며, 그 수가 소수가 아니라는 점 또한 강조한다. 즉, 친환경이 대표하는 지속가능성이 패션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했다는 뜻이다. 대표적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동물 복지를 고려해 컬렉션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동물 복지를 넘어 친환경 소재로 관심이 확장했다. 더불어 지속가능성이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가치와도 밀접하다는 걸 증명한다. 소비자의 의식 변화가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흐름을 증폭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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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다른 큰 줄기는 패션 브랜드들이 친환경 소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례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채로운 소재를 개발하며 산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천연 소재의 장점에 주목하거나 재활용 소재의 질을 향상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사과나 커피, 해조류나 버섯류 등 기발한 재료로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프라다가 익스트림-텍스라는 재활용 소재를 선보이고, 리바이스와 H&M이 친환경 소재인 서큐로즈를 공정에 도입하며 친환경 소재의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패션 업계에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방향성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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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가 보고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자동차 소재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볼보자동차는 2040년까지 완전한 순환 비즈니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가 해내야 하는 영역이 분명하다. 그 길을 향해 가는 의지를 더욱 올곧게 품는 과정으로서 보고서까지 선보였달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고 폭넓게 바라보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앞으로 볼보자동차는 신차에 노르디코 소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자동차 소재 분야에서도 볼보자동차를 주목할 이유가 생겼다. 미래로 가는 발걸음이 명확하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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