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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NUGU)랑 연말을 보내보셨나요?

by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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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V90 크로스컨트리 시승을 앞두고 지난여름이 떠올랐다. 보통 시승차를 받으면 혹시라도 차에 상처가 날까 매끈하게 포장된 길만 찾는데 그땐 달랐다.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만 믿고 웅덩이가 움푹움푹 패인 강원도 고성의 저수지 둘레길을 주저 없이 달렸다.


일반 세단과 별 차이 없는 높이의 차로 오프로드를 달릴 때의 기분이란… 바닥이 닿을까 말까 손바닥에 땀을 쥐며 운전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 앉은 가족들은 신나 소리 질렀다.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리는 차의 움직임에 꺅꺅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해 다시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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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V90 크로스컨트리는 2022년형이다. 겉을 조금 바꾸거나 옵션 사양이던 장비를 기본 장착하는 데 그치는 선에서 연식변경을 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 V90 크로스컨트리는 부분변경 모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큰 변화가 있다. 단, 겉에서 봤을 때는 차이가 없다 보니 아이도 지난번에 탔던 차가 또 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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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적지는 겨울 하늘에 뜬 별을 볼 생각에 평창 안반데기로 잡았다. 별 같은 소리 한다던 아내는 넓은 실내와 지붕에 뻥 뚫린 선루프를 보고 나서야 안심하는 눈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두꺼운 겨울옷을 트렁크에 실었다. 가서 신을 방한화와 섞이지 않게 따로 싣는데 마냥 넓기만 한 줄 알았던 트렁크 바닥에 구획을 나눌 수 있는 칸막이가 이렇게 요긴할 줄이야.


서울에서 강원도 평창으로 가는 길은 재미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생긴 제2영동고속도로 덕에 가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경부, 중부고속도로와는 달리 산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오히려 좀 더 달리고 싶을 정도다. 크로스컨트리 V90 B6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렬 4기 통 엔진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이 300마력이다. 그리고 차가 출발할 때마다 48V 모터와 배터리가 14마력을 보태 효율성과 가벼운 출발에 도움 주는 것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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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휴게소에 다다르자 이미 바깥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도로 주변 산도 허옇게 변한 지 오래다. 강원도 날씨가 궁금해 뉴스를 찾아보려는 찰나, 신형 볼보차에 들어간 AI 서비스가 떠올랐다. ‘팅커벨'하고 불러 음성명령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이미 다섯 살배기 아들 녀석은 난리다. 참고로 기본 명령어는 ‘아리아’지만 아들이 팅커벨을 더 좋아하니 설정에서 바꾼 것이다. 강원도 날씨 알려달라는 말에 온도와 적설량은 물론이고 옷차림까지 추천해 주는 인공지능 누구(NUGU)의 대답에 차 안은 순식간에 연말 분위기다. 하지만 아뿔싸. 엄마, 아빠처럼 듣고도 모른척하지 않고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팅커벨을 알게 된 아들놈의 입에서 방언이 터졌다. AI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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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IC를 통과하자 설국이 펼쳐졌다. 제설차에서 쏟아지는 염화칼슘을 피하느라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들에 맞춰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콧속 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공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서울 도심에선 심심찮게 활성화되던 AAC도 여기선 딱히 필요가 없다. 역시 서울만 벗어나면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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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데기로 올라가는 꼬부랑 산길은 제설이 잘 돼있었다. 하지만 유턴에 버금갈 만큼 크게 굽이치는 도로에서 툭하면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는 앞차와 달리 네 바퀴에 구동력을 다 보내는 V90 크로스컨트리는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팅커벨, 눈사람 만들자”라는 아이의 말에 피식거리는 것도 잠시, 도로를 벗어나자마자 눈밭이 앞길을 막는다. 얼마나 끙끙대며 올라갔을까?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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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좀 더 깜깜해지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전래동화를 틀었는데 오디오가 좋으면 딱딱한 디지털 책을 읽어줘도 프로 성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이전과 달리 지도를 전체에 드리우게 바뀐 디지털 계기판은 운전할 때도 눈에 잘 들어오지만 세워놓고 만져보니 커진 게 더 잘 느껴졌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오후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하 7도 밑으로 떨어지는 바깥 온도 탓에 비록 밤새도록 산 정상에서 별을 헤아리다 오진 못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다시 팅커벨과 끝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역시 연말에는 누구랑 보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재림(카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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