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볼보자동차가 반려동물 전용 굿즈를 제작했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브랜드 앰배서더 배우 김무열, 윤승아 부부가 제작에도 참여했다. 반려동물 전용 굿즈는 네 가지. 카시트와 카매트, 반려동물용 베드와 하네스 세트다. 볼보자동차와 반려동물과의 상관관계가 뭘까? 볼보자동차는 왜 반려동물 전용 굿즈를 만들었을까?
자동차 브랜드가 자동차만 만들지는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소통하는 방식이다. 디자인 개념이나 스타일 요소를 제품에 투영해 전한다. 때로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차종에 따라 전용 용품을 패키지로 출시하기도 한다. ‘차박’ 매트나 캠핑 패키지 같은 것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는 라이프스타일을 감싼 커다란 상자일 수도 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자동차에 담아 이동하니까. 그만큼 자동차에 잘 녹아드는 제품이라면 반길 수밖에 없다. 잘 맞아떨어지면 에디션 격으로 각광받는다. 자동차에 사용할 제품이니 이왕이면 한 세트 같은 굿즈가 보기에도 좋다.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이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다. 볼보자동차도 그런 이유로 반려동물 전용 굿즈를 만들었을까?
물론 반려동물 전용 굿즈는 볼보자동차의 질감을 투영해 만들었다. 볼보 모델의 실내 분위기와 어울리는 질감과 색을 대입했다. 원래 볼보자동차 전용 옵션처럼 잘 어울린다. 그것만이 전부일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용 굿즈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반려동물 전용 굿즈의 판매금은 유기견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제품을 팔아 수익을 얻을 목적이 아니란 뜻이다. 기업이 수익을 얻는 건,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수익 대신 기부를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전용 굿즈는 볼보자동차의 방향성을 소통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반려동물 전용 굿즈는 볼보자동차의 방향성을 다시 알리고 확장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볼보자동차가 선보이는 또 다른 활동이랄까. 러닝을 즐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펫 플로깅’과 맥을 같이 한다. 안전이라는 볼보자동차의 핵심 가치를 다채롭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왜 반려동물일까? 볼보자동차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안전을 대하는 볼보자동차의 태도는 진지하고 열려 있다. 볼보자동차에게 친환경은 자동차를 타는 사람의 안전에서 환경의 안전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그런 태도로 더 세밀하고 유연하게 안전에 접근해 반려동물에까지 가 닿은 셈이다. 반려동물은 자동차를 타는 사람 가까이에 있는 존재다. 때로 반려동물과 함께 자동차를 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를 중심에 둔 안전의 다양성이랄까. 볼보자동차가 반려동물 전용 굿즈를 만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안전을 고려하는 세심함이랄까.
굿즈의 면면을 보면 볼보자동차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뿐만 아니라 수의사도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볼보자동차 스타일은 물론 기능성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볼보 세이브 시트)는 유아용 카시트를 결합할 때 쓰는 ISOFIX로 고정할 수 있다. 카시트는 차량 고정용 크래들과 내부 침대가 분리된다. 집에서 내부 침대를 사용하다가 그대로 차량에 고정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쉽게 적응하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하네스와 리드 줄, 풉백으로 구성한 하네스 세트(볼보 세이브 태그)는 더욱 세심하다. 하네스에 반려동물 정보를 각인할 수 있다. 사고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은 구조되지만 반려동물은 마땅한 처치를 받기 힘들다. 그때 하네스에 각인한 반려동물 이름, 제3의 보호자 연락처, 다니는 병원, 지병 같은 정보를 통해 반려동물도 도움받을 수 있다. 기능적으로 효과적이면서 그 용품에 담긴 의미가 세심하다. 하네스를 만든 소재도 평범한 가죽이 아니다. 한지를 활용해 만든 비건 가죽으로 자연 분해된다. 친환경에 집중하는 볼보자동차의 최근 행보와도 맞닿는다. 용품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고려한 결과다. 어떤 면에서 반려동물 전용 굿즈는 하나의 용품이 아닌 볼보자동차의 메시지인 셈이다.
볼보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이 굿즈를 보면 어떨까? 그중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브랜드는 제품으로 얘기하지만 제품만으로 다 설명할 순 없다. 그 외 다채롭게 브랜드의 촘촘한 결을 쌓아야 한다. 그 방식은 다양하다. 캠페인이 될 수도, 대중매체로 만드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반려동물 전용 굿즈처럼 하나의 용품으로 쌓을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의 총합이 브랜드를 설명한다. 볼보자동차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냈다. 섬세하고 사려 깊다.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닌 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볼보자동차를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시선들이 모여 브랜드의 결은 더욱 또렷해진다. 볼보자동차는 확실히 자기만의 보폭으로 나아간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