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데뷔다. 다양한 의미가 읽힌다. C40 리차지 얘기다. C40 리차지가 볼보자동차 라인업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이 문장은 신모델 하나가 출시했다는 의미 이상을 지닌다. 어느 모델인들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시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가 달라지는 모델이 있다. 모델 자체로서도, 라인업의 변화로서도 의미가 생긴다.
C40 리차지는 중요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서 볼보자동차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재편하는 중인 시장에서 첫 번째는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시기도 유의미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막 태동한 시기를 이미 벗어났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만 대 이상이다. 이젠 이모저모 따져보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시장이 보다 촘촘해진 셈이다. 그만큼 선호하는 요소도 다채로워졌다. 오직 주행거리 하나가 좌우하는 시기는 지났다. 물론 경쟁모델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볼보자동차가 C40 리차지에 적용한 구성은 매우 전략적으로 읽힌다. 의미를 담고, 시기를 파악했다.
C40 리차지는 쿠페형 SUV다. 브랜드 최초의 쿠페형 디자인을 도입하는 동시에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했다. 전기차라는 신모델을 선보이며 시각적으로도 강조한 셈이다. 전기차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대중의 욕망에 대응한다. 미래 지향적인 전기차의 위치에 걸맞은 외모랄까. 볼보로선 낯설게 하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기존 라인업 모델을 전동화한 경우와는 인지 효과가 다르다. 여전히 볼보의 간결함을 유지하면서 조금 다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새로 적용한 픽셀 기술 기반의 LED 헤드라이트나 실내의 반투명 토포그라피 데코 역시 새롭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라는 격언대로, 새롭게. 이런 효과, 은근히 크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자극한 후에는 강렬한 성능을 내민다. 볼보자동차가 짜릿한 성능을 가장 먼저 앞세우는 브랜드는 아니잖나. 반면 C40 리차지는 다양한 트림 중에 강력한 성능 품은 구성을 선보인다. 앞뒤에 각각 전기모터를 장착해 최고출력 408마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4.7초. 볼보자동차 국내 라인업 중 최고의 스프린터를 자랑한다. 그냥 전기차가 아닌 매력적인 전기차로 선보이고픈 볼보자동차의 열정이다. 스타일과 성능, 자동차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두 요소를 부각했다. 처음이기에 더욱 강렬하게. 볼보자동차는 첫 전기차를 일상의 효율보다는 짜릿한 자극으로 전달하려는 셈이다.
고급스러움을 담보하는 다양한 편의장치 역시 두둑히 담겼다. C40 리차지는 ‘트윈 얼티메이트’ 최상위 트림 한 가지로 출시됐다. 360도 카메라와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20인치 C40 리차지 휠 등으로 상위 트림다운 차별화를 꾀한다. 물론 매번 신경 쓰는 안전장치 또한 충실하다. C40 리차지의 구성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볼보자동차로서 정체성을 다잡는다. 넣고 빼는 계산보다는 쿨하게 안전•편의장치를 온전히 누리게 한다.
이런 편의성에 방점을 찍는 건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다. 전기차에 맞게 발전했다. 전기차 전용 알고리즘을 탑재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배터리 잔량으로 주행 가능 범위를 알려주고, 목적지를 검색하면 도착 예상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준다. AI 음성인식 누구(NUGU)를 통해,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인포테인먼트를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차량 시스템과 매끄럽게 연결된다. 이런 차별성은 전기차에서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가격대가 공격적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는 가격대를 넘어서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가격은 상대적인 법이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가격이 꽤 공격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시장 대비 약 890만원, 독일 시장 대비 약 2,200만원 낮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더 낮출 수도 있었을 거다. 전기모터 하나만 적용한다든가, 다양한 편의장치를 덜어낸다든가. 그렇다면 전기차 보조금 100% 받는 가격대에 진입하는 트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트림을 나눈다면 편의장치를 더하는 ‘옵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C40 리차지의 구성대로 옵션을 추가했을 때, 오히려 더 가격이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작가만 낮춘 경우를, 우린 많이 봐왔다.
어떤 브랜드는 낮은 가격대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볼보자동차는 다른가치를 봤다. 오직 낮은 가격대만 좇기보다 그 동안 쌓아온 가치를 이어나가야 한다. 길게 보면 그 선택이 합당하다. 스타일과 성능을 챙긴 C40 리차지의 방향성과도 맞다. 볼보자동차 전기차 라인업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모델이니까.
C40 리차지는 볼보자동차의 매력을 새롭게 확장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순수 전기차라는 형태, 새로 시도한 스타일, 전에 없던 성능이 한데 어우러졌다. 여전히 볼보자동차 같으면서도 색다른 감흥을 전한다. 이제 전기차라는 점만으로 시선을 뺏는 시기는 지났다. 전기차 시장에서 각자 특징을 갈고 닦아 경쟁할 때다. C40 리차지는 볼보자동차가 가진 기존 유산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매력을 뽐낸다. 다분히 전략적인 구성이다. 그냥 슥, 보면 잘 모른다. 꼼꼼하게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보면 볼수록, C40 리차지의 전략이 돋보인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