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필요를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자동차의 세계에서만큼은 장점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다음 세대’라고 생각했던 전기차의 시대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래하고 있고, 신차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전기차라는 옵션을 함께 고려하게 됐습니다. 그런 만큼 거리에도 전기차가 급격히 늘었고, 주변에도 전기차를 가진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편리함과 안락함에 대한 칭찬도 자자하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주행가능거리는 충분할까? 충전은 얼마나 자주 해야하지? 지금은 전기값이 휘발유나 디젤보다는 싸다지만 차 값이 비싸니까 오래 타면 대략 비슷한 거 아닐까? 충전소는 충분할끼? 여행은 편히 다닐 수 있을까…? 와 같이 말이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우려와 확신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마음들. 새로움은 늘 어느 정도의 불편과 함께 찾아오고, 우리에게는 적응을 위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땐 이렇게 조언하곤 합니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간다고 우리가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자동차는 지금의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앞으로도 편안할 방향으로 선택하면 된다고요.
다행히 시장의 선택지는 다양합니다. 전기차에 약간의 부담이 느껴진다면 하이브리드의 세계로 오세요. 그 중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사이에서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중재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XC90, XC60, S90, 세 가지 모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풀네임은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Recharge PHEV)’. ‘리차지’는 볼보의 전동화 전략을 총칭하는 이름입니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모델에 붙는 단어죠.
리차지 PHEV는 면면이 놀랍습니다. 일단 주행거리가 늘었어요. 한 번 충전하면 전기모터로만 약 53~57km 정도의 주행이 가능합니다. 서울시에서 운행중인 승용차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0km가 채 안 됩니다. 29.2km예요. 출퇴근과 도심 속 여가를 포함해도 그렇다는 뜻입니다. 심플하게 생각해보죠. 휘발유는 한 방울도 쓰지 않고 하루를 소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리차지 PHEV’를 경험해보기 전까진, 힘이 좀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기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출력과 토크였으니까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주인공은 여전히 내연기관 엔진. 전기모터는 충실한 조연의 역할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전기모터의 존재감이 강력해졌습니다. 롱 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요. 11.6kWh에서 18.8kWh가 되었습니다. 주행가능거리도 당연히 넉넉해졌죠. 힘도 세졌습니다. 전기모터 혼자서 내는 최고출력이 143마력, 최대토크가 31.5kg.m입니다. 왠만한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보다 높죠. 일상적인 주행에는 충분한 힘과 주행거리를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전기모터가 이렇게 강력한데, 내연기관과 힘을 합치면 대체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을까요? 최고출력이 무려 455마력, 최대토크는 72.3kg.m이에요. 사실 볼보에서 이런 속도를 기대한 적이 없습니다. 볼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이라고 해요.
XC60과 S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r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8초입니다. XC90 PHEV는 아무래도 덩치가 있으니까 조금 더 걸립니다. 그래도 5.2초밖에 안 걸려요. 안락함과 안전을 이미 달성한 볼보. 이제 역동성까지 잡고 나섰습니다.
슬슬 감이 좀 오시죠? 이제 볼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을 돕는 조연 수준의 전기모터가 아닙니다. 완벽에 가까운 씬 스틸러죠. 한 번 경험하면 자꾸만 생각나는, 그 비중에 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요소가 되었어요.
밟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최대 토크. 5초도 안 돼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날렵함. 전기모터만으로 하루치 주행거리를 상회하는 주행거리까지. 넉넉한 배터리 덕에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보다 전기차에 가까운 성격까지 갖게 됐습니다. S90과 XC6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100% 순수전기차 모델에만 제공되는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까지 제공합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볼까요? 마침 새 차를 사고 싶은데 전기차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많으시죠? 주행가능거리와 충전 컨디션이 고민되시죠? 그럴 땐 하이브리드가 정답일 수 있습니다. 전기모터의 역할을 대폭 향상시킨 볼보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이번에 출시한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과 오레포스 기어노브가 기본이라는 사실, S90과 XC6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는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된다는 사실도 반갑습니다.
시내에서는 거의 전기차와 흡사한 감각으로, 휘발유는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모든 전력을 다 소모했을 땐 든든한 내연기관이 기다리고 있죠. 주변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면 아주 간편한 감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완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전기모터는 점점 빠른 속도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내연기관이 가진 맛도 여전한데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효율과 편의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다양해지고 있으니까요. 파워트레인의 춘추전국시대랄까요? 우리는 한껏 넓어진 선택의 폭을 맘껏 누리면서, 볼보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빛나는 장점 또한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시장과 시대가 동시에 풍성해졌습니다.
글_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