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의 과도기인 지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넘어갈 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꽤 균형적인 선택이자 대안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전기 플러그를 꽂아서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다.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에 더해 전기차처럼 외부 플러그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물론 배터리와 모터는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이라 메인 동력은 엔진을 사용한다. 그래도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약 30~40㎞ 거리는 ‘전기 모드로만’ 다닐 수 있다. 그래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를 활용하는 정석은 일상의 출퇴근에서 엔진을 쉬게 하는 데 있다. 즉, 배터리 용량이 늘어날수록 엔진의 역할은 그만큼 작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전동화에 매우 적극적인 볼보자동차는 최근 배터리 용량을 늘린 XC90•S90•XC6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Recharge PHEV, T8 AWD)를 내놓았다. 기존 11.6kWh에서 18.8kWh로 용량이 커진 직렬형 배터리 모듈 세 개와 고전압 배터리 전체 셀 102개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전기 주행 거리가 약 80% 늘어나, 전기로만 53~57㎞를 달릴 수 있다.
이 정도면 전기로만 하루 출퇴근을 가뿐히 마칠 수 있는 거리다. 단, 집이든 회사든 이동 거점에 완속 충전기가 구비됐을 때의 가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역시 전기차처럼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을 때 빛을 발한다.
이 신형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 플래그십 세단 S90의 활용성은 더욱 특별하다. 볼보 S90은 크게 E 세그먼트에 속하지만, 길이만 5,090㎜에 휠베이스가 3,060㎜, 뒷자리 레그룸은 1,026㎜에 달해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으로도 많이 애용된다. 출퇴근을 비롯한 일상의 이동을 럭셔리한 라운지 같은 뒷자리에 앉아, 컨티뉴엄콘이 적용된 바워스&윌킨스(B&W, Bowers&Wilkins)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부드럽고 고요하게 전기로만 달린다면? 이것은 미래의 럭셔리한 이동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이다.
그렇다고 S90이 얌전한 것만은 아니다. 리어 휠에는 출력이 65%나 향상된 모터가 달려 있어 엔진과 함께 총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2.3㎏•m의 강력한 파워를 뿜어낼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 이 고출력을 안정적으로 배분하며 달리기 위해 AWD 시스템도 새로 업그레이드됐다. 또한, 이 거센 파워 덕에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의 가속 시간도 6.6초에서 4.8초로 줄었다. 어느 때고 수트를 벗어 던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스포츠에 뛰어드는 걸 좋아한다면,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S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S90은 지금의 볼보자동차가 만들어낸 북유럽 스타일의 럭셔리 감성이 가장 충만한 세단이다. 단순히 고급스럽게 치장하고 하이엔드 기능을 쏟아 부은, 백화점에서 파는 선물 세트 같은 개념이 아니다. 삶의 질과 라이프 스타일, 환경을 중시하는 북유럽인의 철학이 곳곳에 담겨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등에서 천연 나뭇결을 느낄 수 있고, 실내 분위기는 담백하고 깔끔하다. 전동식 럼버 서포트와 쿠션 익스텐션이 기본으로 갖춰진 시트는 인제공학적으로 설계돼 앉아 있는 내내 안락하다. 또한, 기어 레버를 오레포스(Orrefors®)의 천연 크리스털로 만들어 보기에도, 만지기에도 고급스럽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S90 리차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속을 살펴보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스타일의 철학을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정성을 쏟은 걸 엿볼 수 있다. 우선 이번에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원 페달 드라이브(One Pedal Drive)’가 새로 추가됐다. 이는 주로 순수 전기차에서 쓰이는 장치로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어 운전이 더욱 직관적이고 간편하며,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 회심의 카드, TMAP 인포테인먼트로 스마트함도 더했다. 볼보자동차는 한국 시장을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300억 원을 투자해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만들고, 티맵 내비게이션과 AI 플랫폼 누구(NUGU),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FLO) 등을 통합한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볼보 카스 앱(Volvo Cars app)’, ‘볼보 온 콜(Volvo on Call)’ 등 더욱 진보된 디지털 커넥티비티 서비스도 새롭게 들어갔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최근 이러한 행보와 업그레이드 방식을 보고 있으면, 볼보자동차는 자신들의 제품 철학을 올곧게 정해두고, 소비자와 환경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바지런히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를 통해 일상에서 엔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실제적 레벨에 다다른 것과 전기차 특유의 드라이빙 묘미를 제공하는 ‘원 페달 드라이브’까지 더한 걸 보면, 볼보자동차는 전동화 전환에 진심이다.
글_조두현 오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