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동물일까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야. 다른 종의 멸종 소식에도 눈 깜빡하지 않잖아? 너처럼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해. 지금 시스템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 그러니까 너무 몰입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종종 듣는 말이다. 나는 저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간은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에게는 무자비하다.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동식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생명을 빼앗기는 현실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진실이다. 주로 몸집이 큰 육상동물들이 위기에 처했다. 과거 숲이 울창했을 때 육상동물과 인간은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서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숲은 인간에게 매력적인 자원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농장으로 개간되었고, 밀림은 사라졌다. 침팬지, 코끼리, 악어, 판다처럼 살기 위해서 숲이 필요한 대형 척추동물들의 생존권은 위태로워졌다. 이런 얘기를 자주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은 인간들은 미안함, 무기력함을 너머 인간임을 자조('인간으로 태어나서 미안해')하며 상황을 무시하곤 한다.
동시에 이들의 멸종을 막으려 열혈 분투하는 유일한 종족도 인간이다. 동물들은 인간이란 종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겪을 게 분명하다. 다 망쳐놓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뒤늦게 찾아가 그걸 또 회복하려 애쓰는 무리가 있으니까.
말레이시아의 도시 사바에서 멸종 동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두는 냉동 방주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성경 속 대홍수 난리 속에서 동물들을 지켜냈던 노아의 방주처럼, 멸종의 위기에서 이들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리하여 나는 인간이 이기적인 종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생존 이외의 다른 생명의 생존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와 환경에 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믿는다.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도시 속 현대인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달라진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피폐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 장애는 이제 마음의 감기처럼 수시로 우리를 찾아온다.
그 와중에 가장 만만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소비행위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적어도 이틀이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온라인 쇼핑에 아주 최적화된 나라다. 그러나 소비가 주는 만족감은 일시적이다. 마음속 공허감을 물건으로 채우고, 그럴수록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많아지는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내가 구입하는 물건들이 다른 종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거나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최대한 피하고 싶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품의 생산 과정과 버려진 이후의 과정을 생각하며 소비를 하고 있다. 최근 윤리적 소비가 전 세계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소비의 전 과정과 다양한 일상 소비생활에서 소비자 스스로 소비행위가 이웃, 사회, 환경 등 더 넓은 범위에서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개별적, 도덕적 신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려면 이러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자각과 자기만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제1 원칙은 재활용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분리배출을 하여도 그중 5%도 재활용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알게 되었기에 애초에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데 집중을 한다. 그려러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의 구매를 최소화하고, 포장재 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마트에서 스티로폼으로 개별 포장된 과일을 구입하기보다는 직접 과일 가게에 가서 알맹이만 담아온다. 비닐 포장재를 피하기 위해 동네 텃밭 근처 노점에서 상추와 깻잎, 호박을 구입한다. 이웃 어르신들이 정갈하게 다듬어놓은 채소들이 갈색 바구니 위에 진열되어 있는데, 나는 내용물만 구입해서 좋고 어르신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해서 좋다. 직거래를 하니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절감할 수 있다.
Humanity is power.
다큐 "인류세"에서 제럴드 다이아몬드가 한 말이다. 인류는 지구 상 존재했던 그 어떤 마룻보다 강력하다. 인류는 지구와 자연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지만, 그 힘을 다른 생물종을 살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데 쓸 수도 있다. 다른 종의 안위를 걱정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유일한 종도 인간이고, 소비의 전 과정을 고려하며 그것의 해악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동할 줄 아는 머리와 가슴을 가진 종도 인간이다.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소비에서 무해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로의 전환이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소비를 부추겨 값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구조에 갇힐 것인가, 나 이외의 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그것은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