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덜 괴롭히기로 한 날
처음에는 줄이는 게 두려웠다.
덜 하면 뒤처질 것 같았고,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늘 더 하려고 했다.
더 노력하고, 더 붙잡고, 더 버티고.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계속 쥐고 있던 것들이
나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억지로 이어가던 관계,
나를 갉아먹던 생각들까지.
처음엔 불안했다.
이렇게 덜 해도 괜찮을까.
정말 무너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숨이 조금 더 쉬워졌고,
하루가 조금 더 또렷해졌고,
마음이 덜 흔들렸다.
그제야 알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해야만
괜찮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덜 한다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을 남기는 일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덜 하기로 했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