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해야 할 일에 쫓기듯
멈출 틈 없이 움직였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고,
느려지면 실패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내 삶의 속도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쩌다 잠깐 멈추게 됐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계획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서였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먼저, 내 감정이 보였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는 것.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는 것.
나는 그제야 알았다.
‘바빠서 몰랐던 게 아니라
바빠서 외면하고 있었구나.’
그 다음으로 보인 건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었다.
이미 끝난 관계,
이미 식어버린 감정,
이미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
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붙잡고 있었던 것들.
속도를 줄이자
그 모든 게 선명하게 드러났다.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늦게 보인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이렇게까지 애쓰고 있었는지,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었는지.
그 질문들이
조용히, 그러나 깊게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달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
사실은
멈추지 않기 위해
계속 달리고 있었던 거였다.
속도를 줄인다는 건
단순히 느리게 사는 게 아니다.
그건
도망치던 나를
붙잡는 일이다.
외면하던 감정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리고
진짜 나로 돌아가는
가장 솔직한 선택이다.
이제는 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
오히려 그 순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느리게 걷는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나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