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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 쏘다 Feb 06. 2023

금각사 #1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한 소년이 있다고 하자. 그는 못생겼고, 그가 하는 말들은 친구들로부터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며, 어느 순간에 모든 이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빛나는 재능을 그는 타고나지 못했다. 그 소년에게 매일 아침 맞는 햇살은 눈부시고 찬란한 광선이 아니라, 자신의 모자람을 드러내는 투시의 조명이다. 세상은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연장하였으나,  그의 육체는 해방되지 못한 채로 한없이 부자유하다. 세상에서 누구를 마주치기만 하면 탈옥하던 죄수가 간수를 만난 꼴이 되어 그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그는 혼자가 되고, 스스로 안으로 골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년에게 금각은 환상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어떠한 아름다운 것도 발견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상상 속에서 그만의 아름다운 것을 역으로 창조해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무형의 아름다움을 마치 유형인 것처럼 생생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갈 수 있다. 이는 쾌락이 아닌 생존의 방식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늘어놓았다.




 밤하늘의 달처럼 금각은 암흑시대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꿈꾸는 금각은 그 주위에 몰려드는 어둠을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아름답고 가냘픈 기둥의 구조가 안으로부터 희미한 빛을 발하며 고요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이 건축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더라도 아름다운 금각은 잠자코 섬세한 구조를 드러내 보이며 주위의 어둠을 참고 견뎌야 한다.

 나는 또한 지붕 꼭대기에서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려온 금동 봉황을 생각했다. 이 신비스러운 금빛 새는 새벽을 알리지도 않고 날갯짓도 하지 않고 자신이 새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날지 못할 듯이 보이는 것은 착각이다. 다른 새들이 공간을 난다면, 이 금으로 만든 봉황은 번쩍이는 날개를 펴고 영원히 시간 속을 나는 것이다. 시간이 그 날개에 부딪힌다. 날개에 부딪혀서 뒤쪽으로 흘러간다. 날아가기 위해 봉황은 단지 부동의 자세로 눈을 부라린 채 날개를 높이 들고 꽁지깃을 휘날리며 당당한 금빛의 양다리를 힘차게 버티면 됐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에게는 금각 그 자체도 시간의 바다를 건너온 아름다운 배처럼 여겨졌다. 미술 서적에서 말하는 '벽이 적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건축'이라는 설명이 배의 구조를 상상하게 했으며, 이 복잡한 3층의 지붕 달린 배가 마주한 연못은 바다의 상징 같았다. 금각은 수많은 밤을 노 저어왔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항해. 그리고 낮 동안 이 신비스러운 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닻을 내린 채 뭇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밤이 오면 주위의 어둠으로부터 힘을 얻어 지붕을 돛처럼 부풀려 출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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