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존재의 한 마디가 유일한 위로가 되는 하루.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기분은 어딘가 뚫려 끝도 모를 심연까지 새어나간다.
불과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우울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조금 지친 사람이었다. 때때로 이인감이 몰려왔지만 그것이 나에겐 큰 불쾌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달리 눈물을 흘릴 일은 아니었다.
오늘은 내 자아가 온전히 나에게 붙어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다만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몸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평소처럼 화가 나진 않았다.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요즘엔 잠이 정말이지 끊임없이 쏟아진다. 오늘도 그랬다. 비가 오는 바람에 옥상에 나갈 수도 없었고 건물 안은 모조리 추운 공간뿐이어서 따땃한 계단에 걸터앉았다. 사실 나는 안다. 이건 피곤함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우울해, 이유 없어, 도와줘 - 화면 너머엔 아무도 없었지만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제야 나는 위기에 놓인 사람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