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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코알라 Apr 19. 2022

연쇄창업가인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한 글쓰기 여정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음미하지 않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상대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를 음미하게 만들었다. 30대를 지나고 있는 나는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분명히 알고 싶다.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지만 그 과정에서 사상적 혼란에 빠진다. 내가 원하는 것을 구분하고 생각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년 동안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삶을 대했다고 생각해 왔다. 서울을 떠나 발리에 갔고, 회사를 나와 나의 회사를 차렸다. 개발자에서 사업가로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방향을 잡고 열심히 달렸는데 또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길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멈춤을 선택했다. 나에 대해, 즉 나의 생각과 감정을 물체 화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실제 글쓰기와 명상은 물체 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내 마음을 글로 써서 내 앞에 물체처럼 두면 그 글에서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물체가 된 생각과 감정을 검사하고 수정하고 비판하고 격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손만 닿으면 넘쳐나는 정보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과 감정에 한 발자국 나와 객관적으로 보고 사고하는 힘을 키우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음미하다.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더 신중함을 요구한다. 말은 허공에 흩어져버릴 뿐이지만, 글은 남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은 쓰기 전에 생각하고, 쓰는 도중에도 생각하고, 쓰고 난 이후에도 생각한다. 작가 김우창은 <세 개의 동그라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내가 마음에 가진 것을 표현하는 면도 있지만, 내가 어렴풋이 가진 것을 다시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 보고 그것을 문제화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무형으로 존재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언어'라는 도구로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히 빠르게 날아가 버리는 말보다 글로 자신의 마음을 기록할 때, 이 사고의 과정은 더 정교해진다. 글을 쓰면서 감정과 생각을 나에게서 분리하고, 활자로 남은 것을 떨어져 바라보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성찰하는 고독한 시간 

타인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 일상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말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진짜 내가 성장하는 시기는 시끌벅적한 일상에서의 다양한 만남이 아니라 불안하지만 혼자 있으면서 나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성찰하는 고독(solitude) 한 시간이라고 한다. 하이테 거의 말대로 복잡한 관계에서 스스로 벗어나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통해 나의 내면과의 대화시간을 갖지 못하면 영원히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떠내려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될 뿐이다. 외로움은 타인이 나를 버린 관계로 내가 느끼는 정신적 공허감을 지칭하지만 고독은 내가 먼저 관계 속에서 떨어져 나와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반성하고 성찰하며 보내는 적극적인 자아발견 시간이다. 자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외로움에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숙고하지 못하면 점점 더 외로움에 휩싸여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직면하는 고독한 사람은 자기 내면과의 침묵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중심성을 잃지 않고 참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글을 통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열심히 살아왔지만 왜 길을 잃었는지 알고 싶다. 내 감정과 생각,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2년 동안 어떤 일을 시작하였고 왜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객관화하여 보고 싶다. 


현재까지의 기록(2022년 4월)

나는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자 서울을 떠나 2022년 1월 카오락, 태국에서 4월 호이안, 베트남에서 나머지 시간은 부산 송정과 경남 고성을 오고 가며 지낸다. 
2021년에는 양양, 거제, 고성, 남해, 의령, 제주에서 짧게는 1달 길게는 6개월을 보냈다. 
10년 동안 공부하고 일했던 개발자에서 사업가로 나를 재정의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여행'이 가장 컸다.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치'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더 다양한 일을 하면서 찾고 성장하고 싶었다. 
첫 번째 사업은 바다공룡으로 지방 소도시 바다 마을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드는 사업이다. 
두 번째 사업은 카우치 코딩으로 온라인으로 개발자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는 플랫폼 사업이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한 지 딱 2년이 된 해 지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위의 과정을 가다가 길을 잃은 것 같았는데, 그 이유와 원인, 해결책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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