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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코알라 Apr 19. 2022

디지털 노마드 여행기, 베트남 호이안에서의 일상

2022년 4월

4월이 되자마자 해외에서 입국해도 한국에서 일주일 자가격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에 베트남 호이안 티켓팅을 했다.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강과 바다가 있는 등불 축제로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옛 것과 새것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베트남에서 가장 평화로운 여행지로, 나는 여러 번 여행 온 곳이었다.

그래서, 호이안에서 뭐해?
나 그냥 살아 ㅎㅎ 일어나면 요가하고 서핑하고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은 일하고 마사지받고 건강한 음식들 먹고 가끔 바에 가서 술 먹고 친구들이랑 놀고! 그냥 똑같이 장소만 옮겨서 살아 ㅎㅎ
호이안에서 일상 사진들

여행을 최소 2주에서 최대 6개월을 하는 나에게 여행은 그냥 새로운 곳에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음식을 먹고 로컬 친구를 사귀고 가장 좋아하는 요가와 서핑을 하면서 동남아 여행의 특권 마사지를 일주일에 2-3번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 5-6일을 이곳에서도 일을 한다. 디지털 노마드로 지낸 지 이제 3년이 다돼간다.


디지털 노마드가 된 지 3년 차  

여행이 너무 좋아서 회사를 나와서 회사를 차렸다. 여행을 좋아한 지 오래전인데 2019년 발리 여행이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근무시간은 몇 년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여전히 엄격한 근무환경이었다. 그러다 1주일 2주일의 여행 속에서, 그리고 갭이어의 1-2달의 여행을 할 때면 자유로움, 유연하고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일을 하는 것과 여전히 나의 가능성에 대한 갈망에 마주하곤 했다.

Why not?

그런 나에게 발리는 '왜 근데 시작하지 않는 거야?'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 너무 자유로웠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더 갖은 친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직업은 개발자이거나 전문 포커나 트레이더, 음악가, 사진가 등의 예술가 그리고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개발자로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발리의 자유로움은 더 위험하지만 재밌을 것 같은 '사업'을 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나는 정말로 디지털 노마드라는 내가 머물고 싶은 곳(그 당시 발리)에서 머물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발리에 사는 개발자 예진이와 요가 수련하러 온 Dina
2년 동안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고 있는 Alfin과 그 친구들

 

왜 디지털 노매드가 되고 싶었는지 이야기하려면 A4 한 페이지로는 부족해서 다음 포스팅에 하려고 한다. 특별히 이번에 호이안을 오게 된 것은 생각 정리가 필요했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서였다. 세계적인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인간을 바꾸는 3가지 방법>이 시간을 달리 쓰고, 사는 곳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거뿐이라고 말한다. 변화에 결정적인 것은 결심이 아니라 환경과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리과 시작을 할 때 가장 먼저 환경을 바꿔보려고 하는데 호이안이라는 곳에 글을 쓰면서 새로운 것을 해보면서 객관적으로 나의 상황과 감정, 생각을 알고 정리하고 싶었다.


호이안에서 있는 2주 동안 목표   

첫째, 글쓰기
호이안에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2가지였는데, 그중 하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월 발간 예정인 <디지털 노매드를 위한 지침서>라는 에세이의 마감일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또 개인적인 한 가지 이유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길을 잃은 것 같아서였다. 글을 쓰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나와 솔직하게 대면하고 싶었다.


둘째, 현재에 있기
사업을 시작하고 현재에 있는 게 참 어려워졌다. 24시간 뇌가 풀가동하는 것처럼 풀려고 하는 문제들로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를 볼 때 1시간 반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마저 집중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를 볼 틈도 없이 걱정으로 고민으로 생각으로 시간이 날아가버렸다. 행복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날아가버리는 현재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았다.

       

호이안에서의 일상

첫 번째는 요가이다. Om Factory Hoi an이라는 뉴요커 할아버지 파운더 Fara 가 만든 요가원으로 탁 트인 요가원의 들판 뷰가 이뻐서 선택했다. 다음 글에도 쓸 예정인데 Om Factory는 요가라는 콘텐츠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호이안에 로컬이 많이 가는 식당 정보, 숙박 정보와 친구도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보통 오전 7-9시 사이 주 4회 정도 요가를 한다. 요가는 보통 한 클래스당 4달러 내외로 들을 수 있다.

Om Factory 에서 Aerial Yoga

두 번째는 서핑이다. Let my people go surfing! 호이안의 안방(An bang Beach)은 서핑 스폿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너무 서핑하기 좋은 해변이다. 보통 오전이 서핑하기 좋은 시간대여서 오전 6시에서 10시에 서핑을 하러 간다. 서핑은 4-5명 버디들과 같이 가는데 요가 선생님과 그들의 남자 친구들과 같이 간다. 1미터에서 1.5미터의 파도 높이로 초보들이 타기 딱 좋다. 특히 일출 시간에 타는 서핑이란 황홀함과 희망 그 자체이다. 내일 오전 일찍 Doom과 Hue와 함께 서핑할 생각에 심장이 또 콩닥콩닥 거린다. ㅎㅎ 서핑은 전문 서퍼의 강습을 포함해서 4회 90달러로 할 수 있다.

Go Surfing in An Bang Beach

세 번째는 마사지이다. 보통 90분 마사지를 집에서 받는데 이 또한 로컬 친구한테 호이안에서 가장 잘하는 Xuan에게 받는다. 자기 1-2시간 전에 샤워를 다 하고 받고 바로 잠들기 위해 마사지 비용은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요가와 서핑, 업무로 뭉친 근육들을 풀고 더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한다. 1회 90분 기준으로 12달러로 받을 수 있다.


네 번째는 로컬 친구들과 Hanging out이다. 보통 4-5시면 상점들이 닫는 이 마을에서 저녁 시간에는 Chill and Chill 한 시간을 보내는데 근처 음악 바에서 맥주 한잔에 대화를 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 현지 정보도 듣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연애 이야기, 2-30대 청년들의 고민 등 여느 대화와 같지만 요가와 서핑,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행복감 가득한 그 느낌이 너무 좋다.

Bar 에서 불토! Twins 같았던 Doom 과 나


시간대 별 스케줄   

7am 요가 또는 서핑
10am 버디들과 카페가서 커티타임
11am 집에 와서 목욕하고 브런치 먹기
12pm 카페에서 업무 시작하기
7pm 로컬 식당에서 저녁 또는 Hanging out with local friends
9pm 집에서 마사지 받기


오늘은 오전에 가장 친해진 Hue의 요가 수업을 듣고 일본 셰프가 요리하는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와 망고 슈플레를 먹고 빌라 숙소에서 브런치 글을 2개 썼다. 그러다 가장 친해진 또 다른 친구인 Doom 이 해변 근처 바에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수다 떨고 들어왔다. Doom 은 러시아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로 대학을 가고 팬더믹으로 2020년 11월에 베트남으로 들어와 호이안에서 요가 수업을 하고 Good Eats라는 채식 식당의 사업을 친구와 같이 만들고 있다. 부다페스트 출신의 서핑을 좋아하는 전문 포커인 남자 친구가 있고 발리 또는 유럽에서 다시 만날 계획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했다.


나에게 여행의 의미

나에게 여행은 이제 휴가를 내고 오는 휴식과 힐링이 아니다. 이제 여행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고 싶은 만큼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호텔 숙소에서 지내기보다는 로컬 숙소에서 로컬 친구들과 로컬처럼 지낸다. 또 여행할 뿐만 아니라 일도 한다. 여행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과 문화를 통해 배우고 변화하게 한다. 그 방식을 통해 나는 모든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순간에서 최대한 행복하기를 선택한다. 더 나아가 나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가며 누리겠다는 결심이다.


여행 == 라이프 스타일 == 디지털 노매드 == 워케이션(Work + Vacation)


앞으로의 글들 속에서 나는 어떻게 디지털 노매드로 생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새롭게 직면한 어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히 글을 써 내려가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더 많이 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와 나 스스로에 대해 더 분명히 알아가고 싶다.

호이안에서 단발로 머리 자르고 신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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