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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코알라 May 12. 2022

3년 동안 15개 도시에서 살면서 디지털노마드 창업기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의 도시에서 여행하면서 일했던 창업 기록

디지털 노마드로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면서 여행과 일을 동시에 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였다.  노트북과 종이, 연필만 있으면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시골이든 소도시든, 대도시든 여행을 했고 동시에 일도 했다. 내가 3년 동안 살았던 곳은 아래 총 5개 나라와 15개의 도시 또는 마을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롬복, 족자카르타  
    태국 치앙마이, 빠이, 카오락  
    베트남 호이안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대한민국 양양, 남해, 거제, 고성, 제주, 서울    
2020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 2021 태국 카오락
2021 경남 고성


( 후.. 여행지를 나열하니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여행 이야기하면서 파티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드네요.. 혹시 이런 거 기획하시는 분 저 좀 초대해주세요.. )


처음 생활형 여행을 시작한 것은 태국 빠이에서부터 였다. 빠이는 치앙마이에서 750번의 커브를 타고 산을 올라가면 있는 히피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 마을에 가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맨발로 걸어 다니는 유럽피언들이다. 그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예술가들도 많고 그 작은 마을에서 예술 감성을 채우고 자연 속에서 살면서 행복하기 쉬운 마을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생활형 여행을 하게 됐는데 아마도 'Being'(존재, 그냥 여기 내가 있다는 것) 하는 거 자체의 행복을 처음 맛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의 여행은 배낭여행 또는 휴양지 여행에서 최소 2주 이상을 한 곳에 머무는 생활 여행으로 바뀌었다. 

2017 태국 빠이


20살 배낭여행 > 25살 휴양지 여행 > 28살 생활형 여행 > 워케이션 

19살 때부터 인도 배낭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방학 2달을 꽉꽉 채워 항상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개발자로 일할 땐 30일의 휴가를 휴양지에서 보내는 여행을 주로 했다. 태국 빠이 여행을 기점으로는 한 곳에서 길게 머무는 생활형 여행을 하였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친구들도 생기고 로컬들이 가는 맛집, 바 등 생활형 정보를 얻게 되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생기는 여행을 할 수 있다. 


3년 전 발리에서부터는 일과 여행을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 여행을 시작했다. 워케이션은 Work + 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일도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워케이션을 하게 된 것은 나의 상충하는 두 가지 성향 때문이다. 첫 번째는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를 맘껏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두 번째는 사회인으로서 나의 일을 잘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그 일로부터 나와 세상을 알아가는 스스로 성장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기에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것과 워케이션은 자연스럽게 운명처럼 나의 삶으로 들어왔다. 여행과 일을 동시에 하기 위해 디지털 노마드들이 활동하는 Playground 인 회사를 창업하였다. 그리고 그 회사에는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졌던 4가지 의문점을 해결하고 검증해보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의문을 가졌던 4가지를 내 삶으로 검증해보기

첫 번째, 점심시간에 대한 의문점

점심시간에 팀원들 모두가 다 같은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이 불편했다. 매일 1시간씩 오는 그 시간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했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싶을 때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내면 나의 일상이 더 행복해질게 분명해보였다.            

두 번째, 오피스 출근에 대한 의문점

출퇴근 시간 대략 1-2시간을 매일 지하철 또는 차에서 보내는 게 너무 아까웠다. 매일 2시간이면 한 달에 40시간, 그 시간을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으면 더 생산적인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매일 똑같은 오피스 환경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1년, 2년 지속되니 너무 지루했다. 반복과 습관이 무의식으로 형성되면 효율적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더 창의적이고 큰 발전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닌 것 같았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이 더 필요했다. 

세 번째, 휴가에 대한 의문점

좋은 팀장님 밑에 있어도 휴가를 쓰는 건 어쨌든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15-30일 휴가가 언제나 적게만 느껴졌다. 유럽 한 달 여행은 회사원이면 꿈만 같은 일이 되곤 했다. 1년에 한번 한 달동안은 온전히 자신의 일 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어떨까? 새해를 잘 시작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일과 목적에 대해 알고 일하게 될 것이고 진정성 있는 일을 해내지 않을까?             

네 번째, 업무시간에 대한 의문점

하루에 8시간 9-6로 일하는 시간 모두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진짜 집중한 시간을 한 달 동안 모두 기록해보았는데, 내가 집중하는 시간은 점심시간 이후부터 대략 4시간 정도가 최대였다. 4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 4시간을 발전시키는 책을 보거나 공부하거나 쉬는 시간을 갖는다면 장기적으로 더 생산적일 것 같았다. 업무시간으로 평가받는 현재의 시스템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업무시간과 일수를 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총 업무 시간이 아닌 각 테스크 또는 포지션에 진심인 사람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하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2월 한 달은 여행만 하는 회사가 없으면 내가 만들어보자  

카우치코딩은 위의 4가지의 의문점을 하나씩 하나씩 테스트해보면서 새로운 업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월요일 1번 전체 미팅을 하고 스스로 자신의 일의 목표과 마감일을 정한다. 매년 마지막 달인 12월은 한 달 통째로 서비스를 중지하고 전 멤버들이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갖는다. 오피스는 애초에 만들지 않았고 각자 있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업무시간을 정해서 일한다. 팀이 일하는 문화뿐만 아니라 유저와의 관계도 자유롭고 유연하며 100% 원격으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카우치코딩은 온라인 기반으로 현업 개발자들에게 1:1 질문을 할 수 있고, 코드 리뷰를 받을 수 있다. 또 포트폴리오(개발자 자기소개서) 첨삭과 커리어 상담도 가능하다. 게더 타운 또는 줌을 통해 멘토와 멘티가 시간을 정해 질의응답, 코드 리뷰, 포트폴리오 첨삭, 커리어 상담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온라인으로 멘토링을 제공하다 보니 유저들의 6-70%는 비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오프라인 교육의 기회가 적어 같이 팀 프로젝트를 할 팀원을 구하는 것도, 커리어 정보를 얻는 것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연하고 느슨하게 멘토 - 멘티 관계를 통해서 서로에게 배우고 유연한 커뮤니티 문화를 지향한다. 

카우치코딩에서 6주 동안 멘티들이 협업 토이 프로젝트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


그러나 아직 갈길이 머-얼다. 

디지털노마드로 일하며 12월은 여행만 하는 회사를 꿈꾸며 호기롭게 회사를 차렸지만 갈길이 정말 멀다. 2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남모르게 가슴앓이하고 흘린 눈물만 0.3리터는 되는 것 같다. 올해 12월부터 4월까지 내가 너무 좋아했던 정말 소중했던 팀 멤버들을 절반 이상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다. 팀이 기대했던 성과들이 1년 이상 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전 멤버들이 생존과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해서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일부는 오피스로 출근해 다 같이 일하기를 원하기도 하였고 우리가 세웠던 비전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너무 자유로워 실패한 것 같은 실패감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디지털노마드를 누구나 꿈꾸지만 디지털노마드로 생존하는 방법을 만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 같은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기존 방식을 깨면서 자유롭게 그러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는데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여전히 많으나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 빠이와 발리가 나에게 선물같이 줬던 시간들이 계속 꿈을 꾸게 한다. 전 멤버가 디지털 노마드이면서 12월 한 달은 통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개성 강한 개개인이 함께 모여 새로운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호이안의 안방 비치의 오전 6시(1)
내가 사랑하는 호이안의 안방 비치의 오전 6시(2)

(ps. 카우치코딩은 디자이너, 개발자, 공간 커뮤니티 매니저, 공간 디자이너 등과 유연하고 느슨하게 일하고 있어요. 혹시 프로젝트들에 관심 있거나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briley. dinosea로 D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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