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바닥 이불 삼아

2025년 4월 17일(목) 기억의 정원.

by 브야

내 손바닥 이불 삼아 덮고 잠들던 아이들,

내 엄지손가락 두 개 세 개 만했던 아이 얼굴,

내 손수건 하나로 온몸을 다 덮을 수 있었던 작은 몸,

내 손바닥 안에 소복이 보이지 않게 감쌀 수 있었던 발하나 가 이제는 소사로 310번지에 핀 목련나무의 꽃잎처럼 봄에 잠시 왔다가 사라진 것만 같다.

태어난 지 19일째

말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하고 먹기도 잘 먹고 자기도 잘 잔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제쯤 가능할까, 한 없이 허탈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안될 것 같은 힘들었던 순간들은 이제 익숙하고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같이 있으면 어린이집에 빨리 보내고 싶고,

눈앞에 없으면 빨리 데려와 얼굴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부쩍 커버려

이제는 내 손바닥에도 들어오는 것들이 없어지고,

보살핌에 한결같이 껌딱지처럼 꼭 붙어 다니던 시절도 함께 사라진다면 그때는 무슨 애틋한 마음으로 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하원하는 길에 둥이들을 데리고

동네 뒷길을 지나 시장을 들러

시식용 뻥튀기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

봄에 떨어지는 꽃잎들을 밟으며 동요를 부르는

이 아이들과 나에 모습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엊그제는 아내를 집 앞에서 아이들과 출근길을 배웅했을 때는 아내의 밝은 미소와 아이들과 헤어짐 인사를 하는 순간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보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인가 다시 생각나 그리워지는 한 장면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