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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Jan 16. 2021

2021년 1월 6일

폭설 오던 날 하임이에게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어린이집으로 갔고 선생님이 너를 데리러 간 잠깐 사이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평소대로라면 회사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갔겠지만 눈 오는 모양새가 범상치 않아서 너를 데리고 바로 집으로 출발했지.


아니나 다를까 차를 타고 출발하자마자 하늘에서는 눈이 무섭게도 쏟아졌어. 평소라면 30분이면 갈 길을 거북이처럼 기어 1시간 20분이 걸려 집에 도착했지. (네 덕분에 운전을 시작했고 이젠 등하원도 눈길도 빗길도 운전할 수 있게 되었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어찌나 눈이 많이 왔는지 차가 하얀 백설기처럼 폭신폭신하게 쌓였더라.


퇴근한 아빠와 함께 저녁밥을 먹고 8시쯤 되어 다 같이 밖에 나가자고 얘기했지. 너에게 하얀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어서. 정말 이렇게까지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많지 않거든. 다음날 출근 때문에 조금 망설일 만도 한데 그날은 그냥 그러고 싶더라고.


눈은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었고 이 밤중에 온 동네 애 있는 집은 다 나온 것 같아 웃기기도 했지. 너는 눈을 보자마자 뛰어들어 금방 눈 범벅이 되었고,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어찌나 열심히던지 수백 장 찍은 사진에 얼굴이 나온 게 거의 없더라.


누군가 부지런히 만들어둔 눈사람 옆에 작은 눈사람을 세워놓고 엄마와 아기 눈사람이라고 하던 너. 기어코 작은 눈 사람을 옮겨서 엄마 눈사람과 딱 붙게 만들던 너. 아기 눈사람 위에 자꾸 눈을 갖다 붓는 바람에 머리 모양이 양파 같아 그 모습에 우리는 깔깔 웃어댔지.


딱 붙여놓은 엄마눈사람과 아기 눈사람

하임아, 엄마랑 아빠는 가끔 네 추억 만들어주기에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해. 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추억이 만들어지면 마음이 든든하고.


암튼, 선물같이 쏟아진 눈 덕에, 우리 참 많이 행복했던 날. 일하는 중에도 자꾸 생각이 나서 사진을 들여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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