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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Mar 20. 2018

2018년 3월 20일

딸에게 쓰는 일기

우리 딸 하임아 안녕?

지금은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엄마는 집 앞 스타벅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어.

현재 시간인 2018년 3월 20일이 네가 자라 스무 살이 넘은 후엔 얼마나 까마득한 시간일지- 참 신기하네. 그때에도 스타벅스는 있으려나?




아빠와는 2015년 봄에 결혼해 다음 해인 2016년 겨울에 네가 생겼고, 2017년에 너를 만났어.

오른쪽에 머리를 두고 누워있는 너
옆모습이 너무 예뻤던 너의 초음파 사진
신기하게 발가락도 아빠를 닮았어

엄마는 8년 차 회사원이고 다행히도 워킹맘에 대한 복지가 잘 되어있는 회사라 출산휴가 3개월+육아휴직 1년, 총 [1년 3개월]의 시간을 얻어 네가 자라는 하루하루를 함께 하고 있어.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209일 차, 함께한 지 6개월 하고 29일째 되는 날이고.

그리고 우리는 첫 신혼집에 4년째 살고 있고, 곧 이사할 예정이야. 네가 기어 다닐 즈음에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할 수 있어서 설레고 기쁘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의 신혼을 시작했고, 네가 태어났고, 우리 강아지들도 함께 살기 시작한 첫 집이라 지금 집이 엄마한테는 참 소중하고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서 꼭 보여주고 싶은데 이사 가기 전에 따뜻한 날에 산책 많이 하고 사진 많이 남기고 가자.

그리고 엄마는 지금 33살이나 먹은 어른이야. 굉장히 많은 나이 같지? 엄마도 어릴 때에는 20살만 되면 다 큰 어른이고, 33살은 오지 않을 나이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막상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엄마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두려운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너무나 많네. 특히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두려운 것이 늘어나고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네.


너도 머리가 크고 배운 게 많아지면 엄마 아빠의 부족한 점이 눈에 보이고 답답해하는 때도 오겠지? 그래도 그런 부모가 되지 않고 싶어 엄마 아빠도 많이 고민하고 노력 중이니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이 글을 볼 때에는 엄마는 최소한 50세가 넘어 있겠지. 참 까마득하고 두렵다. 내가 50살이라니.. 하하)



복직 전 함께하는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나중에 너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매일같이 변하는 네 모습에 자꾸 잊는 것 같아 이렇게 기록을 남겨두었다가 책을 만들어 주는 게 엄마의 목표야.

아빠는 글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빠한테 부탁해서 아빠의 편지도 몇 장 넣어줄게. 하임이한테 쓰는 편지라면 냉큼 써줄 거야.





지금 너무나 신기하게 몇 백개의 플레이리스트 중에 [장윤주-영원함을 꿈꾸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네.

장윤주라는 유명한 모델이 딸 리사를 낳고 그 딸을 생각하며 부른 노래래. 나중에 한번 들어봐. 괜히 엄마도 이 글을 쓰며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찡하다.

안 그래도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 노래의 가사로 마무리할게.

사랑해 우리 딸.




너의 맑은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 부족하고 미안해

그런 날 보며 웃어주는 너의 미소, 사랑을 알게 되네

너의 맑은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 많은 것이 변했어

그런 날 보며 웃어주는 너의 미소, 깊은 위로를 주네

언젠가 이 모든 순간이 그리워질 그런 날이 올 거야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너를 안고 영원함을 꿈꾼다

                               - 장윤주, <영원함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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