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by 이진수

스무 살의 시작

지금의 '나'가 되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닌 사회의 발을 내디뎠다 워낙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못하는 성격이라 자리에 앉아 빽빽한 글을 보며 수업 듣는 것도 싫었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기에 움직이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마음이 커서 싫어하는 것은 잘 안 하는 편이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갓 성인이 된 스무 살의 아름다움을 접어둔 채 혹독하고 냉정 하다는 사회의 발을 내딛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시작하였다


빵을 좋아해서 빵을 만든다는 제빵사의 길을 선택하였고 그렇게 사회에서의 나의 첫 경험이 시작되었다

마냥 좋았고 흥미도 컸고 시간이 지날수록 왜 사회가 혹독하고 냉정한지 이해가 안 될 만큼 그 시간이 너무 나도 좋았으며 그 노동에 대가로 받은 나의 첫 월급을 타던날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황홀한 기분과 성취감까지

사회에서의 시작은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너무 순탄했던 탓일까 아니면 너무 그 시간을 만끽한 탓일까


성인이 되고서야 누릴 수 있는 술과 담배 호기심이 나의 스무 살을 앗아갈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 순간을 만끽하며 지내 왔고 입대를 앞두고 나는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난치병'을 가지게 되었다

생전 처음 들어본 크론병 정확한 원인 조차 알 수 없어 치료제 또한 없었고 그저 평생 염증을 억제해줄 약의 의존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 부정하고 부정해도 바뀌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자리에서 멍하니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며 "왜 나냐" 도대체 왜 나인 거냐 따지듯 묻던 생생한 기억이 순탄했던 사회의 시작을 앗아갔다


매일이 괴로웠고 매일이 절망과 좌절이 연속이었으며 호전되지 않는 몸상태로 병원은 집보다 편한 나의 집이 되었고 목표도 앞으로의 나의 미래도 더 이상 멈추어 진행되지 않았던 암흑 속에서 하루를 보내왔다

입 퇴원을 반복하며 지내오던 시간 속에서 우연히 다가왔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siba' 대회

인터넷에서 발견한 홍보 문구가 눈에 띄던 그날 그동안 아무 감정도 안 생기던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될 거 같다는 큰 용기가 자석에 이끌리듯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주었고 나는 그렇게 다시 디저트 분야로 나의 이십 대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 일어섰다


취업준비를 하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너무나 설레고 긴장되고 숨 막히듯 조여 오는 결과의 발표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왔던 거 같다 결과는 참담하게 불합격 소식이 가득했고 면접 자리에서 물어오는 군면제 사유 크론병의 대한 설명 병이라는 단어에 어두워지는 그들의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수없는 낙방에 뭔가 죄지은듯한 기분마저 나를 부정의 끝판왕으로 몰고 갔고 합리화의 연속과 나 자신을 잃어 가는 행동들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회가 정말 냉혹하고 혹독하다는 그 말 누구도 나에게 신경 쓰고 관심 없다는 그 말 왜 강해져야 하고 단단해져야 하며 버텨내고 이겨내야 하는지 알게 해 주었던 나의 스무 살 시절 꽉 닫힌 문과 캄캄한 어둠이 가득했던 조그맣고 고요한 사각형 방에서 보내왔던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그 공간에서 나는 한 뼘의 빛을 쫓아 나올 수 있었다


사회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시선들이 진짜 나가 아닌 가짜 나를 만들게 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수없이 나를 바꾸며 계속해서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게 되던 시간 속에서 진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던 혼자만의 시간이 나를 인지하고 돌아볼 수 있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던 가장 좋은 기회였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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