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스미다강을 따라 바다에 가보자는 조카의 즉흥적 제안에 히라야마는 ‘今度ね(다음에)‘라고 답한다. 조카는 그다음이 언제인지 묻지만 히라야마는 ‘今度は今度(다음은 다음)’ 그리고 ‘今は今(지금은 지금)‘이라 말한다.
히라야마의 삶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매일이 거듭돼 완성된 자신만의 루틴은 언뜻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단순한 반복 같지만 그것은 자신을 공고히 세우는 안정감이자 사는 이유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마치 코모레비 こもれび,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잠깐의 햇빛,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기쁨처럼 말이다.
문득 뉴저지주 패터슨시에 사는 짐 자무쉬의 패터슨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패터슨과 히라야마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된 혹은 그렇지 않은 관계도 존재하듯 수많은 세상(삶)으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는 뉴저지주 패터슨시에서 누군가는 도쿄에서 누군가는 한국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시간에 나와 일을 하고 퇴근 후 자신만의 일상을 구축하는 것처럼 말이다.
삶이라는 건 어쩌면 자신의 고독과 상처들을 오롯이 안은 채 매 순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을 허투루 다루지 않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태도는 나뿐 아니라 일상에 작은 변주들에 눈길을 줄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까지 이어진다. 아무래도 너무나 지향志向하는 삶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타의 개입 없는 그저 고요한.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결정지을 때 고민이나 의심 없이 내 중심으로 판단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없이 많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늘 나에게 불편함과 불안함은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을 때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피로와 번민으로 이어지면 결국, 슬슬 정리할 수밖에 없다.
-빔 벤더슨 오랜만이다. (짐 자무쉬는 빔 벤더슨의 조감독 출신)
-마지막 롱테이크로 담아낸 야쿠쇼 코지의 표정은 그러니까 그것만으로도 그가 왜 작년 칸 남우주연상이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모든 단어를 무력하게 만드는 감동이다.
Perfect Days, Wim Wenders,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