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준비.

오늘도 유치원 03.

by 김공단

방학이 엊그제인데 뒤돌아섰더니 3월이 다가오고 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이리 빨리 오는지 '워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분명 방학이 되면 밀렸던 병원들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책도 읽고 알차게 보내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몸이 움직여 주지 않고 마음 역시 그 자리에 불안감과 함께 서있다. 몸은 방학이지만 마음은 방학이 오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합치하지 않고 따로 있으니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싶다. 예전과 같은 온전한 방학이더라도 불안감은 항상 있었고, 현시점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유치원의 방학 동안에도 업무는 끊임이 없으니 마음이 쉴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3월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새 학기 준비를 해야 한다. 또 몸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마음만 달리기 시작한다.


유치원 새 학기 준비.

새로 들어오는 귀염둥이 유아들과 학부모, 새로운 반에 올라가는 이미 귀염둥이였던 재원생 유아들과 학부모를 위한 새 학기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역시 겨울방학 기간이다. 겨울방학을 맞아도 희망하는 유아들은 매일 등원을 하고 새 학기 준비를 위한 진정한 유아들의 방학은 2월 마지막주 1주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유치원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만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본 결과 비슷한 시기에 1주일 정도를 오롯한 방학으로 두고 있는 듯하다. 이 기간에 바짝 준비하면 좋으련만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아서 방학하면서부터 준비해서 마무리하는 시기가 2월 마지막주가 된다.

머리를 굴려 물 트기.

입학 예정 유아들에게 신학기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동의서와 작성 서류들을 담은 신학기 서류 봉투를 배부하고 수합한다. 유치원에 따라 다르지만 OT를 하거나 예비소집일을 운영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교실에 필요한 물품, 신학기 용품을 구입한다. 크게는 새로운 유아들의 가방이나 활동복, 작게는 색연필이나 파일류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 밖에도 생활에 필요한 위생, 보건용품도 구입을 한다. 각 반의 유아 명단 확정과 그 사이 이루어지는 입학 상담의 콜라보 기간도 견뎌내 본다. 방학 전후로 이루어지는 일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은 오르막길처럼 뻗어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교육과정 작성이 있다. 1년을 계획하는 학사일정을 짜고 학기말에 실시했던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원내체험 및 행사를 계획한다. 입학일, 여름방학일, 개학일, 겨울방학일, 방학 중 방과 후 과정 운영기간, 재량휴업일, 수료일과 졸업일을 설정하고 연간 수업일수 180일, 방과 후 과정 230일 이상의 기준을 맞춰 작성한다. 유치원의 1년 준비를 위해서는 위의 학사일정을 비롯한 인성교육, 안전교육, 아동학대예방교육, 유아학비 사용계획, 원외에서 현장체험을 계획 중이라면 현장체험학습 운영계획도 추가, 방과 후 과정 운영계획, 간식 운영계획 등을 학부모, 지역, 교원위원이 모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하므로 심의 안건을 작성 후 결재를 받고 심의 준비를 한다. 심의가 끝나면 계획수립에 대한 결재를 확정차 다시 받은 뒤 학사일정에 맞는 체험, 행사를 예약하고 일정을 확정 짓는다. 그 사이 방학은 쏜살같이 지나가 전체 출근일이 다가온다. 2월 마지막주는 신학기 준비의 필수 기간이다.

이제 몸으로 움직여 시작.

위의 내용을 모두 실행했다면 몸을 써야 한다. 물품이 오면 정리하고 나누고, 행사와 체험을 계획했다면 업체와 세세한 내용을 정하고 조절하고 새 학기 유아의 명단을 보며 유아 이름표를 필요한 곳곳에 부착해 둔다. 유치원 전체 대청소와 소독도 진정한 방학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업체를 통해 조정하고 결제한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일을 마무리했다면 잠깐 숨을 돌리고 2월 마지막주를 기다린다.

현재를 마무리하기.

새 학기 준비를 하면서 그 사이에 해야 할 것은 기존 학년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존 학년도의 방학 동안에도 방과 후 과정(돌봄)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아들과의 생활, 학부모 상담 및 소통은 기본으로 두고 예산도 마무리하고 유아학비도 마무리하고 건강, 안전교육도 마무리하고 각종 업무의 마무리를 진행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생활기록부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아직 마감은 할 수 없다.

유치원의 모든 업무를 하다가 보면 살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해도 해도 끝은 없고 티가 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의 업무를 마무리하거나 새 학기 준비를 하거나 쉼 없이 움직이고 머리 쓰고 달려가고 있는 것 같지만 밖에서 보면 '방학했네?'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마치 백조와 같은 생활이라고 보면 어울릴 것 같다. 나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남들이 보면 평안해 보이는 상황이 방학 중 새 학기 준비기간이 아닐까. 글을 쓰다 보니 온통 일하고 바쁜 이야기뿐이네. 그렇다면 이번엔 새 학기 준비기간의 기대되는 점도 써야겠다.


새로움을 기대하기.

시작은 항상 설레고 기대가 된다. 이번에 만나게 될 유아들은 어떨까? 학부모님들의 성향은 어떨까? 작년에 이 놀이가 너무 즐거웠는데 올해도 이 놀이를 제안해 볼까? 활동 중에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으로 대체하면 좋을까?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 속을 헤엄치는 시기도 역시 새 학기 준비기간이다. 교실은 어떻게 운영할지, 새로운 구성원들과 어떻게 지낼지 다짐도 하고 기대도 하고 걱정도 하는 시기를 거쳐서 개인의 전문성계발에 대한 고민까지 두루두루 생각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한 학부모님께서 뒤돌아서면 하원시간이라고 하던 이야기가 방학 중 이 기간에는 상당히 공감이 간다. 금세 점심 먹고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녁 먹으면 또 자야 하니까 하루가 또 짧고 생각은 많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또 넓고도 다양한데 직업적인 부분은 위에 나열한 것처럼 유치원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다짐류라면, 개인적인 부분에서 이 새로움은 새해 다짐과도 맞물린다.

먼저,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아들과 함께 하며 체력적인 부분은 꼭 갖춰야 할 요소다. 어리고 활력이 가득한 유아들과 함께하고 집에 가면 기운이 쏙 빠지는데 집에 가면 나의 아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봐주다가도 잠이 오고 체력적인 한계를 느껴가는 나이가 되었고, 하나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으로, 책 읽기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영상에 빠져있고 각종 드라마를 몰아보기 하느라 책을 멀리했다. 그 와중에 양심은 있어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는 정성을 들인다. 정작 읽지는 않으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가끔씩 뜨끔한다. 유아들에게는 항상 그림책이 좋은 이유, 왜 그림책을 보면 좋은지, 함께 그림책을 보자고 그렇게 줄줄줄줄 이야기해 주고 책과 친해지도록 다양한 놀이활동을 지원하면서 정작 책을 보고 있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해 본다. 마지막으로, 출퇴근은 걸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옮기게 된 유치원은 집에서 10분 거리로 걸어도 10분, 차를 타도 10분이 걸리는 요술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아무리 서둘러도 주차장에 가서 시동을 걸고 준비하고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들어가는 시간과 열심히 걸어가는 시간이 비슷하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덕분에 차를 타고 출근할 것이냐, 걸어서 출근할 것이냐는 1년간 나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결국 날씨와 환경을 탓하며 차를 타고 가는 날이 많아졌지만 이제는 기름값도 아끼고 주변 환경도 느끼고 건강도 챙길 겸 걸어 다녀야겠다는 다집을 해본다. 작년에도 동일한 다짐을 했었던 것만 같은....

이제 새 학기가 점점 다가온다. 두려움과 기대감도 다가온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 되는데 지금은 그 에라단계다. 올 테면 와봐라 하는 각오로(아니, 각오까지 다져야 하는 것인가) 하루하루 지나감을 아쉬워한다. 와라, 새 학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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