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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혜선 Apr 02. 2019

동양과 서양 그림 속 '고양이'

고양이는 강아지만큼이나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죠!

저 또한 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국 그림 속 고양이들과 서양권 그림 속 고양이들을 여러분들께 아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라 함은 인간에게 길들여진 집고양이를 말하는데요, 들고양이는 약 10만 년에서 7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2007년 기준으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길들여진 고양이의 기원은 약 1만 년 전 근동 지방에서 스스로 숲 속을 나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대담하게 정착하여 길들여진 5마리 정도의 아프리카 들고양이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인류로부터 오랫동안 반려동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실례로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는 고양이를 새 사냥에 이용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십이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타이와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십이지 중 하나라고 하네요.




1. 한국화 속 고양이


변상벽은 영조년간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생 동안 어진(왕의 초상화)을 비롯해 100여 점에 달하는 명현(이름난 어진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 국수(실력이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사람)로까지 일컬어지던 인물이랍니다. 변상벽은 인물 초상으로 다져진 숙련된 기량을 바탕으로 영모화에서도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고양이와 닭을 잘 그려 '변고양이'와 '변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아래 그림은 국화가 소담하게 피어난 가을 뜨락을 배경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고양이를 그린 작품입니다. 안일과 장수의 복을 두루 누리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긴 그림이지요. 예로부터 한국에서 고양이는 노인을 상징하고 국화는 은일을 대표하는 식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이런 상징성과 의미보다는 놀라울 만큼 사실적인 묘사력에 더욱 눈이 갑니다. 얼룩 고양이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가을 햇볕을 즐기다 인기척에 놀라 잔뜩 경계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먹잇감을 노려보며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황 설정이나 형세도 빼어나지만, 한 가닥 수염과 터럭(사람이나 길짐승의 몸에 난 길고 굵은 털) 한 올의 묘사에도 조금의 소홀함이 없고, 눈동자의 미묘한 색조와 귀속 실핏줄, 심지어 가슴 부분의 촘촘하고 부드러운 털과 등 주변의 성근 듯 오롯한 털의 질감까지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국정추묘도, 변상벽, 종이에 담채, 29.5X 23.4cm
묘작도, 변상벽, 비단에 담채, 93.7 X 43.0cm




2. 일본 그림 속 고양이 


배경의 여백,  감상자들을 응시하고 있는 녹색 빛깔 고양이의 눈, 자신의 등을 핥고 있는 고양이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텍스쳐는 검은색 잉크, 굴 껍데기에서 채취한 하얀색, 금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그림 속 고양이가 만져질 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구도를 살펴보면 고양이는 텅 빈 배경과 함께 그림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작가 싸인은 앞으로 뻗은 고양이의 다리를 따라 대각선 축으로 고양이와 반대쪽에 찍혀있습니다. 이는 매우 심사숙고 한 구도 전략입니다. 


이 그림 속 고양이는 작가 Seihô 가 누마즈를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야채가게 주인이자 정부가 키우던 고양이입니다. Seihô 는 누마즈를 여행하던 중 야채가게에서 이 고양이를 보고 중국 송나라 휘종 황제의 고양이 그림이 바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이 고양이를 작품으로 옮겨내기 위해 교토로 고양이를 데리고 왔고, 이 작품을 완성하기 전까지도 반복적인 사진 촬영과 스케치를 하였다고 합니다. 부드럽고 비단 같은 털은 검은색과 황토색 잉크의 붓터치들의 층이 쌓여서 그림으로 표현되었고,  그 위로 더 많은 털들은 잉크와 굴 껍데기에서 채취한 하얀색으로 덧칠되었습니다. 고양이 이 눈은 아주라이트(남청색 광물),  말라카이트(녹색 광물)와 금색 가루로 채색되었습니다. 

얼룩 고양이, Takeuchi Seihō, 실크 위 채색, 1924                                                            





3. 파울 클레의 고양이 


파울 클레는 유리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중 독특한 터치감에 매혹을 느끼게 되었고 더 나아가 색과 함께 붓 자국과 얼룩을 더해 나가며 작품을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유리 위에 스케치와 채색을 완료한 뒤에는 유리를 뒤집어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재미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얼룩무늬 수컷 고양이는 다소 그로데스크 해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핥고 있는 고양이는 삼각형의 형태입니다. 한쪽 다리는 대각선 위로 쭉 뻗어있고 고양이의 머리는 중앙에 있습니다. 그 결과 관람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삼각형의 몸에서 다리로 시선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Cat With Ginger Spots Licking Itself, 1905



<참고>

http://kansong.org/collection/kukjeongchum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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