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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X ENGLISH Feb 11. 2023

아이들은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 걸까요?

촘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단어를 익히고, 문장 구조를 배웁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촘스키의 내재주의(innatism)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뇌에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언어 습득 장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큰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울 수 있게 하는 이 장치는 아쉽게도 사춘기 이전에 소실됩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음소(phoneme) 구별 능력은 생후 12개월만 되어도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음소란, 구분되는 발음들을 지칭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b]와 [v], [l]과 [r], [p]와 [f] 등 한국어 성인 화자가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발음들을 모두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육자가 사용하는 언어에만 계속 노출이 되면서, 그 언어에서 사용하는 음소들만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어 사용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b]와 [v]의 구분을 점차 힘들게 느끼는 것이죠.

아이들은 자라면서 외국어를 하나 이상 배우게 됩니다. 일단 영어는 필수인 시대가 되었죠. 한국어에서 구분하지 않는 음소들을 처음 접할 때 아이들은 어려움을 느끼고, 이는 아이들의 외국어 교육에서 장벽이 됩니다.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 싫어지는 게 아이들의 마음이니까요.

영어에서 [loyal]과 [royal]은 전혀 다른 단어입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두 단어를 구분해서 듣는 것도, 발음하는 것도 너무나 어렵습니다. [r]과 [l]을 구별하지 않는 한국어에서는 두 단어 모두 [로얄]이라고 발음하니까요. 이러한 단어들을 많이 만날수록 아이들은 영어에 대해 벽을 느끼게 됩니다.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하지만 ‘발음’은 아이들이 새로운 외국어를 접하며 자신감을 잃게 되는 첫 번째 대상입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잘 말한 게 맞는지 확신을 가지기 힘드니까요.

만약 이러한 발음들을 구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언어를 배운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그 언어가 쉽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잘 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며, 언어 배우기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들이 발음을 모두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죠.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음소 구별 능력이 소실되기 전에 다양한 외국어 발음에 아이들을 노출시켜주면 되는 것입니다. 12개월이 되기 전에 외국어 화자와 상호작용을 시켜주면, 그동안 아이들이 들어왔던 모든 음소에 대한 구별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한국어 음소만 구별할 수 있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입장이 되겠죠. 다시 말해 12개월 이전에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놀이를 한 영아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에 더 친숙하고 자신감 있는 상태로 학습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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