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이제 다 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이제 말도 잘 알아듣고,
대답도 곧잘 하는데 아직도 ‘애기처럼’ 대해도 될까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유아어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왜 아이들에게 유아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언어를 인지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아어의 사용을 포함한 양육자의 발화 방식 역시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오늘은 9개월, 18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통해 발달 수준에 적합한 언어 사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언급했듯이,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유아어(motherese)의 개념은 어휘보다는 톤(intonat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서로 다른 언어에서도 유아어의 톤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아래는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를 대상으로 각 언어별 유아어를 사용할 때의 톤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왼쪽은 허락(approval), 오른쪽은 금지(prohibition)의 의미를 가지는 발화에 해당합니다.
다섯 언어의 그래프를 함께 살펴보면 허락의 경우 부드럽게 이어지며 톤의 높낮이가 크게 변하지만, 금지의 경우 낮은 톤의 목소리가 분절적으로 뚝 뚝 끊어지는 형태를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유아어의 ‘내용’이 아니라 ‘톤’을 통해서 의미를 파악한다는 증거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Anne Fernald 교수 연구팀은 9개월, 18개월 아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러한 가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연구자들은 각각의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주고 아래와 같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유형의 발화를 들려주었습니다.
(a) 허락(approval) 톤 + 허락 내용(approving content words)
(b) 금지(prohibition) 톤 + 허락 내용(approving content words)
(c) 허락(approval) 톤 + 금지 내용(prohibiting content words)
(d) 금지(prohibition) 톤 + 금지 내용(prohibiting content words)
발달 수준이 서로 다른 아이들이 들려준 음성의 톤과 내용 중 어떤 것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지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9개월 아이들은 (a), (c)를 들려주었을 때 장난감을 더 가지고 놀았고, (b), (d)를 들려주었을 때는 장난감을 내려 놓았습니다. 반면 18개월 아이는 (a), (b)를 들려주었을 때 놀이를 계속 했고, (c), (d)를 들려주었을 때 장난감 놀이를 멈추었습니다. 결국 9개월 아이들은 톤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18개월 아이들은 말의 구성 내용을 이해한 것이죠.
이러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말의 내용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아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톤의 변화를 인지한 것인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적인 언어 발달 수준에 따르면, 18개월 무렵의 아이들은 간단한 문장이나 표현을 이해합니다. 아이가 톤보다 말의 내용을 이해한다고 느껴지신다면, 유아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계속 유아어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아이들이 양육자의 의도를 어떤 방법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관찰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참고문헌
Fernald, A, 1985, Four-Month-Old Infants Prefer to Listento Motherese,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 Volume 8, Issue 2, April–June 1985, Pages 181-195.
Fernald, A, et al., 1989, A cross-language study of prosodic modifications in mothers' and fathers' speech to preverbal infants, Journal of Child Language, 16, 477-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