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유아어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유아어는 ‘어른이 영유아를 대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말합니다. 흔히 아이에게 사용하는 ‘맘마’, ‘응가’, ‘까까’ 같은 단어들이 유아어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유아어의 개념은 주로 이런 쉬운 어휘에 치중되어 있지만, 영미권에서 motherese 또는 infant-directed speech라고 부르는 유아어는 어휘 자체보다 어른들이 영유아에게 말할 때의 톤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와 육아 문화의 차이 때문에 두 개념에 뉘앙스 차이가 있는 것이죠.
오늘은 유아어와 일반어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어휘’보다 ‘톤의 쓰임’과 관련된 유아어의 특징과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이들이 듣는 방법을 이해하면 아이들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욱 다채롭고 긴밀한 언어적 상호작용이 가능해집니다.
먼저, 유아어는 일반어(adult-directed speech)와 어떻게 다를까요?
아래 그래프는 유아어와 일반어를 기본 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의 변화에 따라 그린 억양 곡선(intonation contours)입니다. 쉽게 말해서 문장이 가지고 있는 리듬이나 강세를 음성학적으로 분석하여 그린 그래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프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것은 제외하고 선의 형태만 관찰하면 유아어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위에 있는 그래프(A)는 일반어, 아래에 있는 그래프(B)는 유아어의 억양 곡선을 나타내는데요, 두 그래프를 분석했을 때 다음과 같은 두드러지는 네 가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음높이의 차이: 유아어는 일반어보다 높은 음가(highter pitch)를 가집니다. 발화 시의 목소리가 더 높다는 의미입니다.
2. 음역대의 차이: 유아어는 일반어보다 넓은 음역대(bigger pitch range)를 가집니다. 음의 높낮이가 더 넓은 범위에서 크게 오르락 내리락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3. 음절 연결의 차이: 유아어는 일반어보다 음절끼리 더 부드럽게 연결(smoothed and connected pitch contours)됩니다. 소리가 뚝 뚝 끊어지거나 명확하게 단절되기보다 부드럽게 연결되는 형태라는 의미입니다.
4. 박자와 속도의 차이: 유아어는 일반어보다 더 느린 박자와 속도(slower rhythm and tempo)를 가집니다. 말하는 속도가 더 느리고 문장의 리듬이 천천히 진행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유아어는 왜 필요할까요?
유아어는 단순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투라서 사용하는 걸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앞서 살펴본 유아어와 일반어 연구에서 4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아이들은 실제로 일반어보다 유아어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유아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듣기 좋아서’만은 아닙니다. 유아어는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까 유아어는 아이들 입장에서 더 ‘듣기 쉽다’는 것이죠. 앞서 억양 곡선 분석을 통해 살펴본 유아어의 특징 네 가지는 다음과 같이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되는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높은 음가일수록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넓은 음역대를 사용하면 과장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뚝뚝 끊기는 소리보다 느린 박자와 속도로 부드럽게 연결된 소리를 더 쉽고 편하게 인지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영유아 시기에는 아이들이 언어를 인지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뀝니다. 3개월 아이에게 말을 거는 방식과 두 돌이 된 아이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듯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성장 수준에 맞는 유아어를 사용하지 않아 아이들과 소통의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유아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Fernald, A, 1985, Four-Month-Old Infants Prefer to Listento Motherese,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 Volume 8, Issue 2, April–June 1985, Pages 181-195.
Fernald, A, et al., 1989, A cross-language study of prosodic modifications in mothers' and fathers' speech to preverbal infants, Journal of Child Language, 16, 477-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