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꺼낸 덕유산

봄 마다 코 끝에 다시 부는 것들

by 토토

아저씨들 코고는 소리 쩌렁쩌렁 울리고, 바닥 뜨끈뜨끈한 산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다가 숨이 막혀 나왔다.

문을 열자 마자 청량한 바람이 코끝을 알싸하게 건든다. 숨이 쉬어진다.

찬 공기가 몸 속에 들어와 달궈졌던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아득한 산맥들과 맞닿은 새벽 하늘에는 차갑도록 쨍쨍한 달이 떠 있었다.

달 빛을 맞은 산맥이 까만 하늘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우레와 같은 침묵에 휩싸여 한참을 바라봤다.


은은한 파스 냄새와 발 냄새가 뒤섞인 산장.

내 자리를 찾아 침낭 속으로 파고든다.

적당한 근육통과 약간 쑤시는 아픔에 눈을 뜬다.

어깨를 파고드는 묵직한 피로와, 땀이 밴 티셔츠를 입고 다시 또 걷는다.


점심이 되어 코펠에 라면을 끓인다.

오래된 콜맨 버너는 여전히 열의가 넘쳐 붉은 화염을 내뿜다가,

이내 푸른빛으로 바뀌며 아직 쓸만하다고 외친다.

부르르르, 부와아아앙.


황점마을로, 그리고 거창 가는 길.

낡은 시골버스에는 알맞게 데워진 바람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고,

머리는 제멋대로 헝클어진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코끝을 간질인다.

할머니와 기사 아저씨는 사투리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류소가 아닌 곳에도 멈춰 저기서 걸어오는 할머니를 태운다.

버스가 산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바람을 간직하려고 애썼다.


14년이 흐른 지금도 봄만 되면 도시인이 다 된 나에게도 그 바람이 다시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