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 거래소 vs. 탈중앙화 거래소 알아보기
블록체인이 주목 받으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으면서도, 장기적으로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도 있다. DeFi (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와 DEX (Decentralized EXchange, 탈중앙화 거래소)이다. 둘 모두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과 거래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힙한 크립토의 비밀에 참여하는 멤버들은 모두 커뮤니티 기여도에 비례하는 자체 토큰을 발급 받았다. 이 토큰을 DEX를 이용해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로 스왑(Swap)을 해 보고, DEX와 관련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주 과제였다. DeFi와 DEX라는 개념을 공부하면 할수록, 머지 않은 미래의 기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주차 스터디가 특히 재미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화(Centralized)'는 특정 주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현대 국가에서 화폐를 발행할 권한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지금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 Web 2.0에서도 사실 중앙화된 웹이다. 웹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는 것을 특정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화라는 개념은 인류가 사회를 이루어 살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중앙화된 체계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여태까지는.
중앙화 시스템이 의심받게 된 계기는 2008년 세계금융 위기였다. 사람들의 돈과 신용을 보증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간 거대 은행들은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련 사건사고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정말 우리의 돈과 신용, 정보를 소수의 결정권자들에게 맏겨야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가졌고,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모든 활동과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된다. 더 이상 정부, 은행이나 테크 기업 같은 중개기관이 신용과 정보를 대신 관리해주지 않아도 된다. 중앙기관의 일방적인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탈중앙화 개념을 적용한 금융이 탈중앙화 금융 (Decentralized Finance, 줄여서 DeFi)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건 사고도 더 자주 발생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코인원, 빗썸, 업비트 등, 자금을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있는 중앙화 거래소(Centralized EXchange, 줄여서 CEX)가 해킹 당하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자 사람들은 탈중앙화 개념을 거래소에도 적용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탈중앙화된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줄여서 DEX)이다. 대표적인 DEX로 유니스왑(Uniswap), 스시스왑(Sushiswap), 클레이스왑(KLAYswap) 등이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DEX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더 안전한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 DEX에서는 모든 자산을 개인이 관리하며, 별도의 인증 과정 없이 개인과 상대방의 지갑 사이에서 거래가 직접 진행된다. 각 거래는 스마트 컨트랙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의 중앙화된 거래소에 반드시 자금을 맡길 필요가 없다.
두 번째, 모든 거래가 투명하다. 기존 거래소에서는 중앙 서버에서 모든 정보를 관리한다. 때문에 외부에서 암호화폐 유동성, 거래량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DEX에서는 중앙 서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대규모 해킹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세 번째, 이메일 인증, 본인 인증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지갑 자체가 인증의 역할을 같이 담당한다. 때문에 중앙 서버에 개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고, 한꺼번에 큰 규모의 정보가 유출될 확률도 낮다.
그러나 DEX도 완벽하진 않다. 운영 담당 주체가 따로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산은 스스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갑 복구에 필요한 니모닉(mnemonic, 무작위로 조합된 12개의 단어 모음)을 잊어버리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또,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대한 수수료도 내야 한다. 현재의 DEX 플랫폼 대부분이 사용 방법이 복잡하고, 적용된 기술의 난이도도 높아 접근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궁금해지는 것들도 생겼다. 앞서 설명한 DEX의 3가지 장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원리로 구현되는 걸까? DEX의 단점들을 해결한, DEX 2.0은 어떤 형태일까?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계속 공부하면서 찾아봐야 하는 부분들이다.
** 추가로 알게 된 개념들 정리 **
슬리피지(Slippage): 주문자가 매수/매도를 할 때 원하는 가격과 실제로 체결된 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슬리피지는 유동성(liquidity)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유동성은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의미하는데, 유동성이 낮을수록 현금화 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크립토 자산은 현금으로 바꾸는 게 어렵고, 그만큼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동성 풀(Liquidity Pool): 위의 슬리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DEX의 해결 방안. DEX가 많이 사용되려면 암호화폐를 쉽고 빠르게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유동성이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 DEX에서는 두 개의 암호화폐 자산을 쌍(pair)으로 묶어 스마트 컨트랙트에 예치해둔다. 이 스마트 컨트랙트가 유동성 풀이며, 해당 풀에 자산을 예치하는 사람들은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보통 LP라고 한다)라고 부른다. LP들은 자산을 예치한 대가로 보상을 받으며,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를 포함한 힙크비 멤버들은 모두 일정한 양의 자체 토큰 (HHP)을 부여 받았다. 이 HHP 토큰을 내가 가진 카이카스(Kaikas)에 추가하고, 원하는 만큼 클레이(KLAY)로 스왑하는 걸 연습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였다.
Kaikas를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지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지갑과 조금 다르다. 내가 가진 모든 자산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려는 자산을 직접 추가해 줘야 한다. 나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힙크비 토큰 (HHP)를 추가할 수 있었다.
1. Kaikas에 로그인한 후, "토큰 목록" 메뉴를 클릭한다.
2. "추가된 토큰" 목록에 내가 추가한 자산들이 표시된다. "토큰 추가"로 새로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3. 내가 원하는 토큰을 검색하거나, 직접 추가한다. HHP의 경우 검색 메뉴에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클레이튼스코프(Klaytnscope)에서 HHP 컨트랙트 주소를 검색해야 했다.
4. CONTRACT ADDRESS를 클릭하면 해당 주소가 그대로 복사된다.
5. 주소를 복사+붙여넣기해 HHP를 추가한다.
HHP를 지갑에 추가했으니, 이제 KLAY로 바꿔볼 차례다. Klaytn 기반 DEX는 Klayswap과 Claimswap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 과제에서는 별도 수수료가 들지 않는 Claimswap을 이용했다.
6. Claimswap을 Kaikas 지갑으로 연결한다.
7. 내가 바꾸고 싶은 토큰을 선택한다. Kaikas에서 한 것처럼, "토큰 관리하기"를 클릭해 HHP의 컨트랙트 주소를 복사해서 직접 추가할 수 있었다.
8. 바꾸고 싶은 토큰의 양을 결정한다.
9. 내가 하려는 스왑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후 진행한다. 끝!
스왑을 하면서 느낀 건 일단 복잡하다는 것. 토큰의 종류 자체가 워낙 많아 관리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내가 원하는 토큰을 일일이 추가해주며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도 낯설었다.
신기했던 점은 내가 거래한 내역이 정말로 기록되고, 모든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가, 어떤 거래를, 언제, 어떻게 진행했는지, 수수료는 얼마였는지, 어떤 토큰이 오고 갔는지 전부 보였다. 블록체인 얘기에 항상 나오는 '거래의 투명성'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거래의 투명성은 다양한 장점으로 이어진다. DAO(탈중앙화 조직) 형태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 기여한 만큼 토큰이 정당하게 배분되었는지, 부정 거래가 없었는지 등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밑장을 빼고 싶어도 못 뺀다는 얘기다. 해당 토큰 시장의 '큰 손'은 누구인지, 어떻게 거래하고 있는지 등을 참고할 수도 있다. 토큰을 보유한 개수에 비례해 합리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는 조직도 만들 수 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과정을 자동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느낀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