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미래는 온다.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힙한 크립토의 비밀 1기도 벌써 마지막 주차를 맞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크립토에 대해 아는 건 비트코인, 이더리움, NFT라는 단어 뿐이었다. 지금은 크립토 세계 자체에 훨씬 관심이 많아졌고, 다른 커뮤니티와 스터디에도 참여하며 알아가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 왜 Web3가 주목 받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힙크비 1기의 마지막 과제는 가장 본질적인, 그래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Web3과 Web2는 어떻게 다른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Web3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 이제 막 Web3로 넘어가기 시작한 이 시점에 특히 중요한 질문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물음들이다.
'Web3'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Web2, Web1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해졌다.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3개 개념의 핵심 차이는 "사용자 주권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 Web1: '웹'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시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들의 밑바탕이 되는 프로토콜들 (TCP, IP, SMTP, HTTP) 이 만들어졌다. 이 때의 사용자들은 웹 브라우저 등을 통해 정보를 읽을 수만 있었다.
- Web2: '플랫폼'의 시기.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까지를 말한다. 테크 대기업들이 프로토콜들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출시했고,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소수의 대기업들이 사용자 정보, 네트워크 등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 Web3: '탈중앙화'의 시기. 사용자들이 정보를 읽고, 쓰고, 소유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Web2와 Web3의 차이는 앞에서 언급했듯 사용자 주권 (Ownership)이다. 우리는 다양한 앱들 - 소셜 미디어부터 증권, 비즈니스 툴, 웹 브라우저 등 - 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우리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사용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단으로 정보를 마케팅, 광고 등에 활용하거나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Web3의 목표는 '데이터 주권'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며, 때문에 개개인의 정보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Web3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dApp)의 형태로 구현된다. 기존 플랫폼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네트워크, 데이터를 독점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 Web3 세계에서는 모든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커뮤니티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 문제가 없지 않지만, 주요 Web3 서비스들은 아래처럼 다양한 형태로 '탈중앙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니스왑(UNISWAP): 이더리움과 ERC-20 토큰 사이의 자동 거래를 구현하는 서비스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P2E(Play 2 Earn, 놀면서 돈 벌기)의 시작을 알린 게임
이더리움 네임 서비스(ENS): 이더리움 거래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웹 주소를 바꿔주는 서비스
팬케이크 스왑(Pancake Swap): 다양한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
미러(MIRROR):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UST)과 미국 상장주식이 연동된 mAsset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 수익을 주는 서비스
메이커 DAO(Maker DAO): 이더리움을 담보로 미국 달러에 연동된 다이(DAI)를 지급하는 서비스
Web3 서비스들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A. 장점
- 탈중앙화: 모든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와 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더 이상 거래나 계약을 위해 제3의 중개인, 기관에 수수료를 내거나 정보를 위탁하지 않아도 된다.
- 안전성: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
외부에서 거래 정보를 해킹하려면 모든 참여자들을 해킹해야 하므로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다.
- 투명성: 모든 사용자들의 활동, 거래 정보가 공개되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 실질성: 커뮤니티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커뮤니티 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B. 단점
- 파편화: 블록체인 메인넷 (이더리움, 이오스 등)에 따라 수많은 dApp들이 존재해,
복잡하게 여러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
- 접근성: dApp을 온전히 이용하려면 크립토 세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기술적 개념들이 많이 적용됐기 때문에 초심자 입장에서 이용하기 매우 어렵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도 불친절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 환경 문제: 블록체인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며 주목 받고 있는 논란.
블록 생성과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는 석유와 같은 추가 에너지 소비의 원인이 된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Web3 서비스들은 소수가 독점한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개개인에게 돌려주고, 능동적으로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아직 초기이기에 사용자에게 불친절할 때가 많고, 메인넷 별로 서비스가 파편화 되어 있어 복잡하게 느껴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크립토 세계를 공부하며, Web3이 더 나은 일의 형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 소속돼 정해진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일의 형태이다. 이 형태에서 고용주들은 직원들이 기업의 발전에 열정적으로 기여하게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핵심 업무 이외의 행동에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한을 가진 리더들은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럴 힘이 없는 직원들은 굳이 소속 기업의 발전에 최선을 다할 매력을 느끼지 못 한다. 인센티브, 보너스, 복지 혜택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일하는 조직이 탈중앙화 자율조직 (DAO) 형태로 변한다면 어떨까? DAO는 블록체인 위에 만들어지는 커뮤니티다. 그렇기에 누가, 어떻게, 얼마나 커뮤니티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했는지가 투명하게 기록된다. 이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며, 기여도가 높을수록 커뮤니티의 의사결정을 위한 권한도 커진다. 인센티브도 토큰의 형태로 보다 많은 구성원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 기능별로 나눠진 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프로젝트 형태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뭉쳐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DAO에도 문제는 있다. 새로운 일의 형태로 주목받는 만큼 단점들도 발견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다. 리더가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직접 토론과 조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때문에 중요한 이슈를 판단할 때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구성원들의 기여를 어떻게 독려할지도 문제다.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 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고, 커뮤니티가 무너질 위험도 커진다.
그럼에도 DAO가 주목 받는 것은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가지는 개방성과 유연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하 관계가 명확한 기존의 기업 구조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유연한 의사결정, 부서와 직무의 벽을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수많은 조직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공동체가 DAO로 만들어진다면, 유연함과 전문성을 함께 갖춘 새로운 조직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Web3에 대한 연구와 토의,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DAO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의 형태가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