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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Sep 02. 2024

그녀의 이름은 Rose

미국 첫 돌잔치?


7.4. 미국 독립 기념일

이 섬에 와서 세 번째 맞는 독립기념일이다. 


이 작은 섬에선 매년 독립기념일 때마다 퍼레이드를 한다. 그날은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을 대부분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조금 특별한 독립기념일이었다. 이 섬에 한국인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동안 건너 건너 들었던 한국 여자분을 만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S. 아기 때 미국에 입양되었다. 외모는 백 프로 한국인인데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 섬에 온 지는 2년이 좀 지났다고 하니 우리가 이곳에 온 시기와 비슷하다. 남편의 직업을 따라 이 섬에 와서 살게 되었다. 

S를 입양하신 미국 부모님은 이탈리아계이어서 자라면서 이탈리아 문화를 많이 접했었고, 살았던 지역도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해보니 입양한 부모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한편에서 아련한지...

곧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으로 퍼레이드를 즐기려고 나온 것이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는 집에 한번 초대해서 꼭 한국 음식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대해서 많이 많이 알려주고 싶었다. 

S는 한국에 친 부모님을 꼭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3일 뒤에 출산을 했다. 한참 뒤에야 소식이 닿았다. 

그녀는 딸을 낳았고 이름은 Rose라고 지었다. 한국 이름으로는 장미인데, 장미라는 발음을 잘했지만 영어 이름은 괜찮은데 왜 한국이름으로 장미는 어색한지;;^^ 


로즈를 처음 만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로즈를 본 순간 너무 놀랐다. 보통 미국 사람과 결혼을 하면 혼혈의 느낌이 강한 때가 많은데 로즈는 내 눈에 완전 한국 여자아기였다. 눈은 총명했고 작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생기 발랄한 여자아이였다. 

이 섬에서 한국 아기를 처음 봤기에 아니 한국인처럼 생긴 아이는 우리 집 두 녀석을 빼놓고는 아무도 없기에 너무 신기하고 그 모습 자체에 내가 너무 놀라버렸다. 로즈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로즈의 첫 번째 생일에 초대받았다. 너무 고마웠다. 우리 가족을 초대해 줘서.. 

하지만 이곳에서 한 번도 돌잔치 같은 생일에 초대받아본 적이 없기에 무슨 선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미국에서 결혼식 선물은 어떻게 하는지 검색하고 물어봐서 정보가 있는데, 아기 첫 번째 생일 파티 선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어메리컨 스타일, 대 놓고 물어보자.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아마존에서 선물 목록을 보내주었다. 역시 대놓고 물어보는 게 최고다. 


생일 초대장


생일 선물 목록들


선물 가격대가 나쁘지 않다. 게다가 한국에서 사운드 북을 주문했기에 몇 가지를 선물로 주면 딱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로즈의 생일파티 날이다. 파티는 워드레이크라는 호수에 있는 피크닉 쉘터에서 진행되었다. 

날씨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비가 많이 오는 이곳에서 이렇게 해가 환한 날씨에 생일 파티를 한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워드레이크는 2017년 이곳 캐치캔에 처음 왔을 때 방문했던 곳인데 너무 아름다워서 그날로 바로 반해버린 곳이다.  



워드레이크에 피크닉 나온 사람들
카약 타는 아이들
로즈의 생일 파티 장소


역시 어메리컨 스타일, 햄버거 굽기 그리고 각종 먹을 것들이 놓여 있다. 


알록달록 현란한 색상들 
바나나 데코리이션~너무 이쁘다


친한 분들만 초대했는지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분들을 만나며 함께 생일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스몰톡이 기본이라 새롭게 만난 여러 사람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 엄마의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기 생일 파티에서는 엄마의 수고를 덜기 위해 아기를 봐주는 센스! 로즈를 데리고 호수 근처에 가서 한참을 놀아주었다. 아직은 낯을 가릴 때가 아니어서 너무 감사하다. 




선물 풀어보는 시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자유롭게 음식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풀어보는 시간!

주로 장난감이 많았다. 내가 선택한 선물은 아마존 기프트 카드와 한국아기 노래 사운드 북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엄마가 직접 필요한 걸 사는 게 제일이지 않을까, 나도 머리 아프게 무슨 선물을 사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고 나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축하카드를 쓰면서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과 축복의 마음을 담았다. 

한국말로 된 사운드 북은 언젠가는 로즈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주었는데 많이 많이 들어서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로즈의 생일 파티가 끝나고 몇 주 후에 땡큐 카드와 사진을 보내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어색한 문화 중 하나였는데, 둘째가 친구 생일 파티 다녀오고 나서 친구 엄마가 집 주소를 물어보길래 가르쳐줬더니 땡큐 카드를 보낸 것이다. 

그래서 월마트에 그렇게 작은 땡큐 카드 모음을 파는구나...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 

그래도 이렇게 사진을 받으니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로즈 생일 파티 후



로즈가 이곳에서 건강하게 아름다운 아이로, 한국인의 정체성도 잊지 않고 잘 자라 가주길 소망해 본다. 


Happy Birthday!!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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