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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의 특별한 저녁

Shabbat dinner (샤밧 디너)

by voyager 은애


우리가 알래스카의 시골섬에 처음 온 그 해,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영어를 하나도 못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영어를 하게 되고

역시 어려서인지 금방 언어가 늘었다.

어느 날 하교 후 집에 와서 자꾸만 한 친구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저는 페리랑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여러 번 그 친구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같은 반이긴 했지만 페리는 이미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친한 친구가 있었기에 그 틈 사이를 헤쳐 들어가기가 왠지 좀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 해 겨울, 둘째는 축구를 하면서 새롭게 사귄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롤러장에 가서 처음으로 페리와 그 아빠를 만났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잘 몰랐지만 나는 이미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처음으로 인사를 하고선 둘은 같이 축구를 하면서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페리 아빠와 우리도 친해졌다.




어느 날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놀라웠고 반가웠다. 주변에서 유대인을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유대인들은 성인식 전까지 모세오경을 다 암송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정말 그렇게 했는지도 궁금했고

자라면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책에서 읽었던 그런 내용들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던 것만 축구필드에서 살짝 물어보았다. 페리의 엄마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은 엄마가 유대인이어야 아이들도 유대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페리는 유대인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페리의 아빠와 우리는 더 친해지게 되었다.




지난주 목요일, 페리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Shabbat dinner에 우리 가족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유대인의 Shabbat dinner! 책에서만 읽었는데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니 너무 기대가 됐다.

무엇을 들고 가면 좋을까요? 물었더니 페리가 김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저녁식사는 아주 간단해 보였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Shabbat dinner를 위한 촛대 두 개, 초 준비. 유대인들의 전통 안식일 빵인 hallah bread, 와인 대신 포도주스가 준비되었다. 거기에다 김밥과 칠리까지 더해졌다.

할라는 이 섬에서는 구하기가 힘든데, 지금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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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218_002633112_07.jpg 샤밧 디너




그는 남편과 나를 위해 Shabbat dinner 순서와 의미를 설명해 주는 내용이 담긴 프린트물을 주었다.


샤밧은 안식일이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나서 안식하셨던 것을 말하면서 금요일 저녁에 샤밧 디너를 가진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몇 달 전에 샤밧 디너를 시작했고

외부인을 초대한 것은 우리 가족이 처음이라고 한다. 얼마나 감사하고 특별한 순간이었는지...


샤밧디너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안식일 초에 불을 붙인다.

아빠의 기도

빵 나눔

포도주 따르기

아이들을 위한 축복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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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218_002633112_01.jpg 안식일 초에 불을 부친 후 기도






KakaoTalk_20241218_002633112_03.jpg 축복기도



KakaoTalk_20241218_002633112_04.jpg 안식일 식사가 시작될 때 뺭(할라) 먹기 전 축복



그는 축복 기도문을 히브리어와 영어로 읽어주었다.

히브리어로 기도를 들으니 왠지 모를 경외심이 생겼다.

내 생에 처음 가졌던 샤밧 디너! 너무나 큰 의미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대인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에 하브루타와 초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의 가정 예배에 관해 공부했던 적이 있다.


초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가정예배를 드릴 때, 먼저 어머니의 촛불 점화와 기도로 예배가 시작된다.
아내가 촛불을 켜서 가정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그녀가 어머니(아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머니(아내) 표정이 얼마나 밝으냐가 그 가정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한다.
또한 신약적으로 빛은 요한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을 상징하기에 온 가족 가득히 예수님으로 가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가 지면서 촛불을 켜고 그 촛불 앞에서 눈을 감고 딸들과 함께 기도를 한다.
그 다음 아버지의 안수와 축복기도가 있다.
함께 찬양하고 어머니(아내)를 위한 축복송, 포도주를 마시는 시간, 정결 예식으로 일주일 동안의 죄를 회개하며 손을 씻는다. 서로 용서를 구하고 회개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버지는 빵을 잘라서 가족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저녁 만찬을 가진다.
그 후에 말씀 공부 및 디베이트가 있고 후식과 대화, 구제헌금시간, 기도와 마무리의 순서이다.


그 당시 아이들이 어렸지만 이런 저녁 식사를 꿈꿨었는데, 너무나 바쁜 남편의 일정으로 시도 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샤밧 디너를 함께 하고 나니 지금쯤이면 우리도 이런 가족 식사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일단 시작해 보는 거다.

먼저 촛대와 초를 주문하고, 2025년에는 새로운 가족 전통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Thank you! 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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