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Christmas Tree
사람이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Singing Christmas Tree 행사가 12월 둘째 주 주말에 총 다섯 번의 공연이 있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Singing Christmas Tree는 살아있는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때론 불려지는데, 이것은 탄생극의 일부로 사용되는 싱어들로 채워진 인공 크리스마스트리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Singing Christmas Tree는? 67피트=20미터 정도 된다.
가장 오래된 행사는 Belhaven's Singing Christmas Tree로 1933년에 시작되었는데 매년 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즐기는 Belhaven의 풍부한 전통이다.
이 알래스카 시골섬에도 코로나 전부터 꽤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행사가 올해 다시 시작되었다.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은 이 섬에서 음악선생님으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분이다.
싱어를 모집한다고 남편과 나에게 계속 권유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그냥 참여해서 보는 걸로 했다.
아이들 친한 친구, 두 가족을 초대해서 같이 첫 공연을 보러 갔다.
15분 전쯤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예쁜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고, 은은한 어두운 조명 아래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무대 옆쪽에서는 한 남자분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예쁘게 장식된 테이블 위에 홈메이드 쿠키가 놓여있고 서빙하는 분들이 돌아다니며 애플 사이더를 주셨다.
일단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에 놀랐고, 이런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 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프로페셔널하진 않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공연이었다. 키즈 콰이어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 행사 기간 동안 나에게 특별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 번의 행사 전 30분 동안 피아노 연주를 한 것이다. 공연 전 사람들이 와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차를 마시는 동안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것이었다.
나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유튜브로 크리스마스 음악을 찾아서 듣고, 연주하기 좋은 곡으로 뽑았다. 요즘은 악보를 살 수 있는 사이트가 있고, 유튜브로 연주한 것을 같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30분 동안 혼자 연주하는 데에는 꽤 많은 곡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을 알래스카에 와서 하다니... 하기 전까지 아니 하면서도 긴장했지만 배경음악이니 편안한 마음을 갖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여전히 긴장되었다. 한국 곡도 세 곡정도 준비했다.
평소에 만날 일이 없는 그랜드 피아노인지라 최대한 고요하고 잔잔하게 치려고 노력했다.
첫날 30분 연주가 끝나고 남편과 아이들이 잘했다고, 좋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얼마나 기쁜지! 역시 가족들의 지지가 최고다. 그다음 두 번은 다들 바빠서 내가 연주할 때 오진 못했지만 모든 행사가 마치고 나서 너무나 뿌듯했다.
2024년 크리스마스! 결코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Singing Christmas Tree! 언젠가 나도 트리가 되는 날이 올까?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된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