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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정말 시야를 넓여주는가?

UAE, 오만 10일 여행 프롤로그

by 뺙뺙의모험
해외여행은 정말로 시야를 넓혀줍니다.
한국사회를 사는 데에 그것이 쓸모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구요.



중국 동방항공 상하이 경유 인천-두바이 왕복항공권을 47만8천원에 잡아

2024.12.15부터 2025.1.4까지 11일간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랍여행은 아주 이국적인 곳을 탐험하는 여행이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어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로 대화해보는 경험 을 선물했다.




나는 미국을 환승할때 빼고는 가본적이 없기때문에, 두바이는 가봤던 도시들 중 가장 국제적인 도시였었다. 두바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이미지대로 화려하고 자본주의적인 도시임은 분명하나,


하지만 생각보다는 그리 비싸기만 한 도시도 아니고, 차가운 도시도 아니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주로 아프리카, 인도 등 남아시아,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중동,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고, 매우 친절했었다.


다녀보았던 세계의 대도시들 중 가장 매너가 좋은 곳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두바이에서 차로 6시간, 비행기로 1시간 거리면 오만 무스캇까지 갈 수 있다.

오만은 온건하고 중립적인 술탄 치하에서 평화롭게 살고있는, 아랍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나라의 인상이 있다.


흔히 현대의 아랍 하면 떠올리는 두가지 이미지 - 오일머니의 블링블링한 도시와 피로 얼룩진 전쟁터가 아닌, 알라딘이나 신밧드같은 동화에 등장할것같은 전통적인 아랍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만 무스캇의 호스텔에 있으면서 이슬람권에서 온 다양한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친구가 요리해준 카잔케밥을 먹으면서, 무슬림들끼리의 종교 토론을 들었다.



신은 각각의 사람들 마음에 있다 vs 신은 하늘 가장 높은 차원에 있다.
악어는 하람이냐 할랄이냐
히익.. 너 술 마심??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19억이다. 이들의 성향은 당연히 같지 않다.



오만의 전통건축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 니즈와는 무스캇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다.

내 옆자리에는 이집트에서 온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한참 대화한 뒤 그는 나에게 기도할때 쓰는 보라색 묵주 같은 개념의 타스비와 망고주스와 생수를 선물하고 자기 갈길을 갔다.




니즈와에서 숙박했던 호텔주인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나는 각각 스위스와 인도에서 온 여자 둘이 하려는 투어에 합류했고, 황량하고 웅장한 오만의 산지를 볼 수 있었다.



인종 다른 세 여자의 조합이라 홍보용 사진으로도 그럴듯해서였는지, 호텔 사장님은 직접 정성껏 투어를 해주었다. 뜻밖에 사막산에서 불멍을 해보고, 모닥불에 생선을 구워서 저녁을 먹고,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


투어가 끝나고 버스가 끊겼기에, 같이 투어했던 스위스&인도 여행자 조합의 렌트카를 얻어타고 무스캇으로 돌아갔다.



무스캇에서 거대하고 독특한 계곡 Wadi Shab으로 일일투어를 할 때는 혼자온 베트남 여자여행자와 함께 다녔다. 그녀가 온 곳은 나짱(나트랑)이었고, 우리는 각자의 나라 사람들이 서로에게 친 사고에 대해 서로 사과했다.



다시 오만으로 돌아가 호스텔 생활을 한다.

다음날은 인도 여행자 셋과 함께 쉐어택시를 타고 무스캇을 투어했었다.

오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인도인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또 오만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자들 중에도 인도인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리고 모두 친절하고 젠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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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보낸 연말은 좀더 화려했겠지만,

오만 무스캇에서는 축구를 보고 - 정확히는 술 한방울 안 마신 맨정신으로 정말 열정적으로 축구를 관람하는 오만인들을 구경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이긴 뒤 차를 몰고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의 흥을 구경하고, 샌드듄에서 음악틀어놓고 춤추는 소박한 파티를 하면서 2025년 새해를 맞았다.



아랍의 아침/저녁 하늘은 정말 아름다운 핑크색으로 물든다. 2025년 첫 일출도 그러했고,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돌아갔다.


화려하고 국제적인 대도시 두바이. 하지만 다른 모습의 아랍에미리트도 보고싶어서 옆 동네 샤르자로 넘어가보았다.


역시 두바이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훨씬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고,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 혼자다니는 동양인이 희귀종이어서 관심을 많이 받았다.

UAE인들보다는 카메룬, 소말리아, 레바논 등등에서 온 이주민들이었는데 TV 말고 실물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인들에 대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꽤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일면식도 없는 이 나라 출신들을 무작정 혐오하는 한국인들도 꽤 많다는게 현실임이 마음에 걸렸다.


두바이에서 비를 맞는 것은 여행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두바이의 호스텔에서도 시리아, 팔레스타인부터 시작해서 베네수엘라까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 또는 임시로 머물고있는 이주민들을 만나고 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환승지인 상하이에서 훙커우공원을 찾아갈까 했으나, 열흘간 술 한방물 못마시고 인도 아랍 아프리카 음식만 먹고 살았던지라, 상하이에서는 그저 돼지고기 중심으로 각종 꼬치구이에 술만 미친듯이 마시고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대낮(오전11시반)부터 혼자와서 미친듯이 시키고 먹고 마시고있는 중국어 못하는 이상한 외국여자


중국의 대내, 대외정책에 대한 생각과 별개로 현재 여행지로서의 중국은 안전하고 정직하고 친절하다.





충청도 어느 도시에서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옆테이블에서 이런 대화가 들렸었다.

A : 베트남에서 한국인 묻지마 폭행의혹에 대해 얘기꺼냄

B : 역시 태국X들은 답이 없어

C : 그래서 이슬람교는 안되는거임


맞는 게 하나도 없다.


한국은 극동아시아의 사실상 섬나라에 살고있고, 이것은 타국이나 타민족을 타자화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비행기도 중국동방항공이었기에, 이 여행은 한국인들이 현실 또는 인터넷에서 쉽게 비하하는 나라중 많은 곳에서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어울리는 시간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람을 국가와 민족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맞다.

슬프게도 현실에선 그 진리의 존재감이 너무 희미하지만...


세상은 정말로 입체적이고, 편견 없이도 사람은 충분히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중동여행에 대한 선입견과 다르게 UAE, 오만 등 걸프국들은 영어가 잘 통하고 거의 싱가포르 수준으로 치안이 좋은 곳들이므로, 나는 추천하고 싶다.




** 여행기는 브런치에, 항공 및 여행정보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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