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_거대한 갈라파고스
출발 이틀 전에 검색한 비행기표 가격이 왕복 11만6천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서 얼떨결에 중국 다롄으로 2박3일 혼자여행을 가게 되었다.
중국은 지도부터 예약, 결제어플까지 완전 기초적인 시스템이 다른 곳인데 ... 이틀동안 파악하고 준비해가는건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었다. 뇌 없이 여권과 현금만 들고 떠나는 베트남과는 완전 극과 극의 느낌.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산지도, 메신저 어플을 많이 쓰는 나라에 속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쓰기에 나도 왓츠앱 대신 카카오톡을 쓰는것과 왓츠앱을 쓸 수 없어서 위챗을 써야만 하는것은 느낌이 다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닫힌 나라라는걸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중국여행여부의결정(치안/위생/난이도 등)과 관련된 포스팅
1시간 20분 비행, 왕복항공료12만원도 안되는데 먹을걸 주는 대혜자 중국남방항공의 인심에 감탄하고,
날이 좋아 비행기바깥 풍경 사진 찍기도 좋은 때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쳐 자다가, 하늘이 푸르고 건조한 다롄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하다말고 입국심사관이 나를 옆 카운터로 데리고갔다. 그곳에선 또 한참 뭘 검색해보던데
내가 ⓐ 2019년 연말 홍콩민주화운동 시위 직관 & 참석 & 그거 인터넷에 여러번 올린 적 있으며
ⓑ 내 폰에 홍콩민주화운동시위 직찍 사진이 저장되어있는터라 매우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무사통과했다.
공항과 다롄지하철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현금을 쓰기 어려운 사회.
알리페이를 개시할 때가 왔는데, 처음 써보는건 역시나 잘 안되었고 결국 역무원분의 도움을 받아 신용카드를 추가등록한 뒤 1회권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큰 고비 하나를 넘었다.
지하철은 깔끔하고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40분을 달려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동강역에 도착했는데...
송도신도시에 온줄.
하노이나 자카르타같은 느낌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고 매우 깔끔했다.
그리고 흡연친화적이다. 곳곳에 재떨이가 있는 흡연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 그래서 길거리에 담배꽁초도 별로 없었다. 상상했던 조금 정신없고 시끄러운 중국과 많이 달랐다.
내 숙소는 빅토리아맨션이라는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을 렌탈하는 성격의 숙소였는데,
우선 아파트 데스크에서 렌탈사무실로 사람을 내려보내는데 한세월,
그리고 렌탈사무실에서 주숙등기를 하는데 또 한세월이 걸려서 체크인이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리하여 오게 된 숙소. 36% 세일이 들어갔다고 했지만 만 팔천원짜리 숙소인데 어째서인지 투룸이고, 청소가 안되어있었다. 방 하나는 미사용상태고,
방 하나는 이런 상태였다. 만 팔천원밖에 안하는 숙소니까, 설마 공유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냥 청소가 안된거였다. 청소해주시는데 또 한세월....
방 하나는 통창이다. 내가 빌린 곳보다 좀더 비싼 맞은편 호실들은 통유리로 오션뷰를 볼 수 있는 구조.
요렇게 방이 말끔하게 치워졌고, 샤워하고 밖으로 나갔다.
원래 첫날 내 최애동물인 레서판다를 보러 동물원에 가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안될것같아 포기하고 그냥 이 도시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프리스타일(?) 관광을 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뭔가 귀여운 느낌을 주는 시내버스... 여권등록없이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나는 탈 수 없는 대중교통수단
(+ 교통카드를 사는 경우 여권등록없이도 탈 수 있음)
내 숙소는 동방수성 (Venice water city) 바로 뒤였다.
다롄에서 가장 인기 많은 관광지중에 하나인데...
베네치아 컨셉의 건물들이 꽤 큰 규모로 밀집되어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하다.
그러나,
나는 진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다녀왔던 터라, 너무 대놓고 베낀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한편으론 객관적으로는 잘 지어지고 포토제닉한 곳인데... 이곳의 아름다움은 또 그대로 즐겨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런 종탑은 다른 나라에선 성당이나 교회였을텐데... 무종교인이지만, 종교억압이 어느 정도 있는 나라에서 모양만 베낀 건물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오후 3시 반밖에 안되었지만, 북쪽인 다롄은 해가 일찍 진다. 이 사진은 정말 송도같아보인다.
동방수성 근처의 식당들은 딱 봐도 비싼 관광지전용식당의 느낌을 뿜뿜 하고있어서, 디디택시를 불러서 알아봐뒀던 로컬식당으로 갔다.
중국의 택시요금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수준, 하지만 중국엔 그랩바이크가 없으니 1인여행자의 교통비는 동남아보다는 약간 무겁다 ㅋㅋ
다롄 중심가쪽은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들과 현대적 빌딩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생각보다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왠지 일제강점기가 연상된다.
새우게알완탕면과 파기름면을 시켜보았다.
둘다 맛있었지만.... 웨이팅을 감수하며 먹어본 홍콩이나 말레이시아의 인기많은 식당의 음식만큼의 폭발적인 감칠맛이 있진 않았다.
다롄은 아직 여행후기가 많이 쌓인 곳이 아니니 한국어로 된 맛집정보는 신뢰도가 살짝 떨어질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후의 식당은 워크인 또는 바이두맵에 먹고싶은 메뉴 검색해서 들어갔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