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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명동 호스텔을 예약했다

기묘한 서울의 시간 - 1

by 뺙뺙의모험

나는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로 상경해서 프리랜서 업무를 보는 충청인이다.

일주일 이상의 여행을 하는 경우 = 일요일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그리고, 3.3. 임시공휴일인 월요일 오후 다섯시로 비즈니스 50% 친분 50%의 약속 하나를 서울에서 잡게된다.


KTX를 타기에는 금액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효울적이라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1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의 선택지는


(1) 경기도 군포시의 부모님댁에서 하루 자기 (단점 : 용돈 드리고 잔소리들어야함)

(2) 찜질방에서 하루 자기


정도가 있을텐데,

갑자기 땡겨서 부킹닷컴에서 평점 9.0인데 1박 할인가 2만7천원이던 명동의 호스텔을 예약했다.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오전오후의 비는 시간은 그냥 노트북켜고 여행기 포스팅하고, 쇼핑하고,

이러다가 랜덤으로 마주치는 외국인 여행자들과 기회가 되면 스몰톡이나 좀 할수있으면 해야지

안되면 말고 이런 생각으로...



비오는 명동. 한참 전에 을지로에서 일할때 명동을 자주 지났었다.

그리고 내겐 제일 끔찍했던 시간이 그 때였다.

진짜 투잡뛰면서 주7일내내 못쉬었었다.


공휴일에나 쉴수있었고 주말에 놀고싶고 쉬고싶어서 울기도했었다.

지금은 훨씬 편하게 살고있지만 글쎄 그때의 고생이 보상받고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있어 명동의 야경은 그 진저리나던 시간을 연상시킨다.



총 6층, 한 건물을 모두 쓰는 대형호스텔이었다.

동북아인이지만 한국인은 아닌듯한 스탭이 매우 유창한 한국어로 체크인을 도와줬다ㅋㅋ

알고보니 이 호스텔의 스탭들은 전원이 한국워킹홀리데이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부킹닷컴에 한국어 후기가 없던데, 투숙객중에도 한국인이 거의 없는 듯 했다.




사우나도 사용할 수 있고, 위층 침대로 가는 계단도 역대급으로 편하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호스텔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울, 두바이, 일본, 싱가포르까지가 배낭여행의 체감물가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숙박비와 관광지 입장료는 한국이 확실히 저렴한듯했다.


이런 호스텔이 서울이나 경주 정도에만 있긴 하지만....

(3월 말에 가려고 예약한 경주의 호스텔은 1박 할인가 2만원, 이곳은 할인가로 2만7천원, 그리고 두바이 일본 싱가포르의 지낼만한 호스텔은 1박 3~4만원대정도)


그리고, 외국인여행자들도 여행지의 분위기를 확실히 따라가는것같았다.

수다스러운 아랍의 호스텔에서 체류하는 여행자들은 수다스러웠고,


오만 무스캇의 호스텔에서 새벽 다섯시까지 맨정신으로 수다를 떤 뒤, 자기 침대도 아니고 거실 쇼파에 널부러져 자고있는 여행자들

아랍 호스텔의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인도네시아의 카페 테라스에서 로띠바까르(달달한 토스트)를 먹고있는 나를 보고 인도네시아어로 그게 뭐냐고 물어본 백인여행자는 왜 자기가 인도네시아어를 한다는 사실을 칭찬하지 않고 영어로 답한 나에게 약간 마상을 입은듯했었다.


명동의호스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 되어 있지만, 스몰톡하는 분위기는 전혀 형성되지 않았고 소셜공간에 있어도 각자 개인플레이를 하는 분위기였다.

역시 한국은 한국이구나. 블로그 하고 쇼핑이나 해야지 생각하면서,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때 백인남자 하나가 나한테 라이터를 빌리면서 말을 붙이게 되었다.

남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온 사람이었고,

2주의 휴가를 받은 뒤 1주일은 중국에서 그리고 나머지1주일은 한국을 혼자 여행하고있다고 했다.

한국에 온지는 이제 4일째.


일반적인 호스텔은 서로 Hi 인사하고 어디서 왔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한국 호스텔은 그런 분위기가 없긴 하지?
그러게 이 호스텔에 있는 사람이 대부분 외국인인데도 그러네 ㅋㅋ
한국인들은 Stranger Danger 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리고 여행자들은 여행하는 나라의 분위기를 따라가나봐.



그리고 내 스케줄을 묻더니 혹시 술마시러가지않을래? 라고 제안했다.

일반적인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건 당연히 거절이다.

하지만 나는 반가운 느낌이 가득한 이사람의 표정에서 알 수 있는게 있었다 .



아마 이사람, 진짜 열흘넘게 육성으로 대화를 해보지 못했을거라는 것



(중국은 낯가림이 심한 나라가 아니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고,

한국은 그보단 영어가 통하지만 낯선사람을 매우 경계하는 문화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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