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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친절할까?

기묘한 서울의 시간 - 2

by 뺙뺙의모험

뜬금없이 명동호스텔 투숙객인 프랑스인을 데리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찍게 된 상황...

시간은 오후 9시를 넘어있었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고기집이나 치킨집에 데려가는것도 괜찮았겠지만 둘다 저녁을 먹은 상태

디저트로 붕어빵도 먹었다고 했다

- 감상은 슈크림붕어빵은 맛있었고, 팥 들어간 붕어빵은 별로였다는...


어떤 종류의 술을 먹고싶어? 술 종류는 상관없어. 칵테일 맥주...


카카오맵 을 검색해서 근처에 평점 좋은 칵테일바를 찾았다.

역시 서양인들은 동북아인보다 추위를 탄다. 코트차림이던 나한테 안 춥냐고 물어봤는데,

지난주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고 얘기해줬다.


한국에서 쓰는 것 들은 북극에서도, 열대지방에서도 팔수있지 ㅎㅎ


본인이 그림


이곳의 분위기는 한국적 오브제를 홍콩의 감성으로 꾸민 느낌이었는데,

놀랍게도 바텐더는 파키스탄사람이었고 손님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진토닉 등의 클래식 칵테일은 좀 저렴했지만, 약간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한 시그니처 칵테일들은 한잔에 2만원씩 했다. 내가 싱가포르 술비싸다고 불평할게 아니었네 ㄷㄷ


유자를 주재료로 한 칵테일과 오미자를 주재료로 한 칵테일을 시켰다. 맛있긴 했다.


그러니까 이 친구의 정체는

이름은 시릴 - 발음이 독특했다 약간 공기로 가글하는 느낌(?)

나이는 서른하나, 직업은 미디어컨텐츠와 공연사업의 세일즈, 휴가는 1년에 5주 주어지며,

보통의 영업직이 그렇듯이 기본급의 비중은 적고 인센티브의 비중이 높은 체계로 일한다.


노동시간은 일반 사무직보다 길어서 오후 4시면 일을 끝내는 사무직들과 달리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반~7시까지 일해야 한다고...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자신과 사진찍자고 하고, 말을 많이 붙이지만 심지어 상하이에서도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번역기를 써가며 소통할수밖에 없었고,


한국에서는 그보다는 영어가 통하지만 번역기를 써야할 일이 가끔 있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말을 붙이면 경계한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식당이나 관광지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친절하긴 했다고....


아 그게 말이지,
우리나라에선 길을 물어보면서 말을 건 뒤에 전도를 하는 사이비집단이 많아서... 외국인 사이비도 없진 않았거든.
그리고 스몰톡 문화가 없기도 해.


대화도 잘 통하고 재밌었지만 역시 여기서 더 마시기엔 가격이 너무 높았다.


이것도 내가 그림

사실 봉구비어같은곳을 찾고싶었지만 의외로 가까이에 이런 종류가 없었고, 오후 10시를 넘기자 문닫는 집들도 많았다. 조금 걷다가 굽네치킨을 발견했다.


치킨을 먹이기엔 좀 헤비한것같았는데... 간단한 안주가 감자튀김류와 떡볶이, 파스타 정도밖에 없었다.

한국인들, 특히 여고생들에게 인기있는 간식이지만,
맵기도 하고 질감이 좀 특이해서 외국인들한텐 호불호가 갈리는것같은데 먹어볼래?
얼마나 매움?
나한테는 맵지않은데, 외국인에게는 꽤 매울것같아


도전해보겠다고 해서맵달떡볶이 에 모짜렐라치즈를 추가하고,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우리는 최고의 치킨과 최악의 맥주를 보유한 나라임 아마 싱거울거야 ... 이렇게 미리 말해뒀다.



역시 떡볶이는 꽤 매워했고 (잘 못먹었다 ㅠㅠ) , 맥주가 싱겁다는 말에는 동의를 했으며...

소주 스트레이트는 살짝 버거워했다. 그래서 소맥으로 달렸다.

K-직장인은 여전히 적응해야할수밖에 없는 한국의 회식문화 얘기를 했다.

한국,중국,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에서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독한 술을 마시기도 한다는 것은 시릴도 들어본바가 있는듯했다.


술마시는걸 거부할 수 있어? 거부할수 있어. 하지만 술을 잘 마시면 좀더 사랑받을 수 있지.

프랑스의 경우는 가끔 비즈니스파티가 있긴 하지만 절대 독한 술을 마시지는 않고, 술에 취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고 ㅎㅎ


미친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묘사한다면?


나 8.5 / 시릴 7로 대답


해봤었던 미친짓은?


나 : 내가 미친짓을 많이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게되면 시시해져.

술에 취해 진상부린다라던가, 한국에서는 보통 절반 혹은 3분의 1만 쓰고 돈으로 보상받는 연차를 15개 모두 사용하고 붙여사용하기도 한다던가 ...


시릴: 도박해서 돈 따거나잃어본거, 대마초흡연 (모두가 하진 않지만 또 그렇게 큰 일탈은 아니라고),

여자친구 놔두고 바람피우기 ...



문득 내가 여행하면서 스몰톡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회성이나 관계성같은걸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호기심이 있는것에 대해 대화할수 있다는거 ...



한편, 둘다 중국을 혼자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중국에대해서도 얘기를 하게되었는데,

정치적 차원에서의 중국정부를 둘다 좋아하지 않지만, 전통문화나 여행지로서의 중국을 좋아한다는데는 의견이 같았다. 문제는 정신차려보니 옆테이블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앉아있었다는것.


그리고 딱 하나 들리는 중국어가 있어서 현타왔다.


이따리면


아 중국어공부 때려칠까.

떡볶이+소주1병+맥주1병 해서 총 2만2천원이 나왔는데, 남프랑스에서 술먹을때와 비슷한 가격이라고 해서 놀랐다. 얘들이 마시는 술은 맥주가되든 와인이되든 브랜디이든 카스따위와 퀼러티가 다를텐데 ...



어째 전형적인 한국인의 놀기코스를 밟는다.


3차로는 코인노래방에 갔다 ㅋㅋ

30대 백인남성은 케이팝을 듣는 집단이 아니지만, 둘다 알고있는 노래들이 있었다.

브루노마스, 퀸, 릴나스엑스 그리고 데스파시토 등등

(시릴은 스페인어를 어느정도 할수있고, 나는 스페인어를 배우다 때려치면서 데스파시토를 외웠다...)


나도 케이팝을 안듣는 사람이라서 내가 듣는 노래를 코노에서 부를 기회가 있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둘다 노래는 못하는편이었........


내가 문화충격을 받다


노래방사장님이 우리가 우산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남는 우산을 하나 주셨다.

세상에... 명동에서 그런 인심이 있다구요?


그리고 리한나의 엄브렐라를 불렀...


인터넷을 떠도는 이 짤은 출처를 가리는게 매너인가 밝히는게 매너인가



솔직히 내가 가지고 있는 서울의 이미지는 이런데,

외국인을 데리고다니는 명동은 내 생각보다 영어가 잘 통하고, 체감될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해졌다.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인 친절해" 라는 평을 할 때

".....????" 싶었는데 아니었던모양.



백인한정으로 저럴것같다는 의심이 안 드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명동만큼은 인종 구별없이 친절할것으로 보였다.

내가 체감해본 여행 패턴상 동남아, 인도출신 여행자들은 한국인들보다도 더 철저히 핫플, Top things to do 의 루트를 밟는 편인건 좀 다행스럽고.


국내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볼거리가 적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상 혼자 국내를 여행하는것보다 혼자 해외를 여행하는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긴 했다.

국내 여행지에선 (1) 기계적인 응대 또는 (2)돈이 되지 않는 귀찮고 유별난 존재로 취급하는 시선 둘중 하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 국내여행할때 체감하는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 호스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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