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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과 정치 종교 떡밥을 굴려보다

6 - 오만 무스캇에서 관광안하기 (2)

by 뺙뺙의모험

여행자들의 분위기도 여행하는 나라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랍인들은 수다스럽다.


낮보다 밤이 더 쾌적한 오만의 기후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하루에 10잔은 마시게 되는 아랍의 커피때문인지 호스텔 사람들은 대부분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라이프스타일로 살고...


절반가까운 투숙객들이 밖에 안나가고 호스텔 정원의 흡연공간이나 거실에서 수다를 떤다.

그리고 이 공간, 눕듯이 앉아서 수다떨기에 너무 좋게 생긴데다가, 커피와 대추야자가 무한정 제공된다.


가끔 오만의 디저트를 한팩 사온 사람들이 맛있는 걸 나눠먹기도 하고...

때로는 새벽 다섯시까지 대화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자기 침대가 아니라 저 좌식쇼파에 널부러지기도 한다고 (이건 오만 무스캇에서 숙박한 또다른 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였...)


이날 오후에는 이탈리아와 체코에서 온 사람들이 구경하러 떠난 뒤 호스텔에 무슬림들만 남아있었다

** 레바논, 튀니지, 이집트, 팔레스타인,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에서 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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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치워야 할 회사일과 다음날 오만의 역사도시 니즈와로 떠날 버스를 예매하느라(신용카드 결제가 힘들었다 ㅠㅠ) 저질집중력으로 저 공간에서 커피와 대추야자와 함께 노트북질을 하다가,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고 끼어들고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조금 신기했던건, 이들은 대부분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제2외국어나 제3외국어도 할줄 안다는거

How many languages can you speak? 이 기본 호구조사에 그냥 등장한다.

페르시안&아랍&영어 / 카자흐&스페인어&러시아어&영어


레바논 알아?
나 레바논이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어떤 나라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해
그러니까 레바논은 아랍에서 유일하게 사막이 없는 나라고,다종교국가야.
문명이 많이 발전했겠네, 볼것도 많겠다.
맞아. 하지만 그래서 전쟁이 많이 발생해
- 내가 지금 43살인데,
우리나라가 평화로웠던건 내 기억에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호스텔에서 자연발생한 장기투숙스탭 무함마드


딱 인싸같은 스타일에 영어를 아주 잘하고, 거의 동아시아인의 외모에 가까웠던 카자흐스탄친구는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


나 카자흐스탄 알마티 가봤어. 생각보다 종교적이지 않더라고
응 뭐 난 무슬림이지만 술도 잘 마시고 코#인도 해봤었고...
히익 너 술마심? (튀니지인, 어째 놀라는 포인트가 다르다..)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떡밥이 정치와 종교인데.. 화두가 정치와 종교가 되어버렸다.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과 탄핵촉구시위의 풍경에서 시작해서 ....


(나 to 카자흐 친구) 그래도 너희 나라,
지금은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음?
그놈도 마찬가지임. 전대통령의 아바타 같이 행동하고있어서...


카자흐스탄은 누산타라라는 독재자가 수십년을 장기 집권했고,

이후 후계자로 정권이 이양된 상황 - 이 사람이 누산타라보다는 좀더 개혁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키르기스스탄은 그래도 선거로 대통령을 뽑지 않나?
맞는데 그놈이 그놈임. 뽑을 사람이 없어....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유일의 민주주의 체제 국가.. 이기는 함

인도네시아도 좀 마찬가지의 상황

(의외로 동남아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적인 나라가 인도네시아임 - 당연히 결함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되는데, 비교대상인 이웃나라들의 정치지형이 워낙 처참해서 : 잘사는 싱가포르까지 포함)



이슬람 교리를 지키라고 말은 하지.
하지만 부자들, 정치인들 중에 진짜로
이슬람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한명도 없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졌지만,
그 자원은 절대 분배되고있지 않고 (이란)


실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 한명을 처형해버렸던 그 이란의 종교 지도자 자식새*들은

유럽에서 트월킹추는 술자리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고


종교논쟁을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웠다.



신은 내 안에 계신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VS 신은 하늘의 가장 높은 수준에 자리해 있다 (나머지 무슬림들)



나: 이런 Topic의 대화 처음으로 들어서 너무 흥미로움.
맞음. 우리는 모두 무슬림이지만 각자가 가진 생각은 모두 달라.


어째 시아파(이란)와 수니파(나머지 모두)의 대립은 또 아닌...?


대충 이 대화의 결론은

우리는 모두 치킨을 좋아하고 미친 정부 아래에서 살고있다는것.


이러다가, 일을 영영 못 끝낼것같아 호스텔 침대로 후퇴해서 일을 마치고 넘겼다.

해가 넘어간 상황. 오만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오만식당의 밥을 먹어보고 산책하려고 하는데...

카자흐친구가 어디가냐고 묻고 밥먹으러간다니까, 가지 말라고 오늘 자기가 요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럼 산책만 하고 온다고 하니, 한시간 반 뒤에 꼭 돌아오라고 한다. 그래서 산책만...




길을 걷다 만난 평범한 모스크가 가진 우아한 아름다움에 한참 사로잡혀있었다.

아랍건축물 생각보다 절제된 느낌도 있으면서 참 예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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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호스텔에서 삼시세끼를 다 먹게 되었는데, 얻어먹기만 할수는 없으니 과일을 도네이션하러 마트에 갔다. 그런데 한국통신사 로밍도 안되는 이나라에 왜 코리안마켓이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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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는 포도, 수박, 망고(이건 내 아침)를 샀다. 합쳐서 만원정도...?


우리나라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동남아보다는 조금 비싸고 유럽보다도 약간 비싼 가격인듯했다.

뭐 여긴 사막이고 일단 대추야자 빼면 거의 다 수입과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듯.




호스텔에 도착하니 카자흐친구는 아직 요리중. 레게톤(중남미음악)을 틀어놓고 요리를 하던데..

나는 니키잼과 배드버니 노래는 알지만 임영웅노래는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요리의 이름은 카잔케밥 - 중앙아시아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요리기도 하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약간 드라이한 비프감자스튜같은, 무난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나 정작 카자흐스탄가서는 조지아요리와 리조또로 두끼를 먹고 떠났는데 오만에서 카자흐스탄요리를 먹고있다.



호스텔 식구들이 다 모여서 같이 먹었다. 여기선 가끔씩 투숙객이 요리하는 관습(?)이 있는데...

이란 여자여행자가 만들었던 밥은 엄청나게 맛없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핵불닭소스 가지고 갔어도 재밌는 리액션을 볼 수 있었을것 같기도....


주된 대화 주제는 그러니까

하이에나가 할랄이냐, 악어가 할랄이냐 하람이냐
정답: 둘다 할랄임


이런거. 아 진짜 신선하고 쓸모없고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ㅋㅋㅋ

(쓸모없는건 아니다 - 수렵생활을 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상당수도 무슬림이기때문에)


그렇게 오만에 도착한 첫날 하루 종일 관광을 안했는데, 진짜 배낭여행 감성의 인상깊은 하루였기도 했다.


오만여행 시리즈가 이것이 세 편 째인데... 아직도 관광이 안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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